[eBook]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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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들에 대해 끝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남편과 나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농도로. 자신이 키운 자식을 가까이 보며, 매일 저녁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는 모든 부모에게 던지는 경고. 나와 주변 사람들의 밖으로 드러나는 좋지 않은 징후나, 마음을 조금이라도 살피도록 돕는다. 가끔 울컥울컥, 나는 얼마나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있는지, 얼마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얼마 전, 아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1-2년 전에 비해 나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니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내 눈이 전보다 덜 반짝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나는 일에 치어 주변을, 나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닐까. 너무 몰두한 생각이 분노로 방향을 잃어 그 모습이 밖으로 뻗어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주위를 더 예민하게 살펴야겠다.
딜런의 어머니에게 고맙다. 이 글을 쓰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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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의미 - 지속 가능한 자유와 책임을 위하여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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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뜨악할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 존재에 대한 과학적 사색! 얇은 두께와 에세이집 같은 하드커버의 보드라운 장정은 예쁘기까지 하다. (싸바리 말고 안쪽 표지가 정말 예쁘다) 이 예쁜 표지 안에 대중을 상대로한 `인간 존재에 대한 과학자의 고찰`이 서술되어 있다. 진화론부터 SF적 상상력까지 그 층위가 넓다. 분명히 편안하고 차분한 어투로 말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꽤나 진지하다. 한마디로 반했다 >_<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생물학자이다. 사회생물학은 사회행동의 생물학적 기초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진화론의 한 부분으로 어떻게 이타적인 행동이 개체가 아닌 집단에서 일어나는가에 관한 과학적 접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사회생물학의 처음부터 현재까지의 간단한 흐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사회생물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권하기도 좋고, 사회생물학의 최근 논쟁에 대한 윌슨의 입장에 대해 궁금한 사람에게 권하기도 좋다.

내가 이 책에 빠져든 부분은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도킨스와 저자인 윌슨의 논쟁 부분이었다. 도킨스의 확고한 어조와 뭔가 스타성 있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제스처를 늘 좋아하던 나는 그 두 사람이 무엇을 두고 논쟁 하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포괄적합도`라는 단어에 대해 빠져들었다. 결국 전진권, 장대익이 쓴 포괄적합도 논쟁에 대한 논문(포괄적합도 이론 논쟁과 의미론적 문제, 2015)을 뒤적여 읽고나서야 사회생물학의 논쟁에 대해 이해하고 책의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윌슨은 처음에는 포괄적합도 이론에 대한 지지자였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지금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으며 포괄적합도 이론은 폐기되거나 축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지지하던 이론을 떠나는 쿨한 과학자의 태도란!

사회생물학, 포괄적합도 논쟁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게 될 것 같다. 그 시작으로 윌슨의 <지구의 정복자>와 <이타적 유전자>를 주문하고, 한쪽에 먼지가 쌓여가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판다의 엄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다음해까지 계속 사회생물학과 진화론의 첨단 이론에 빠져들 예정!!

중앙일보의 <지구의 정복자>에 대한 장대익 교수의 윌슨 인터뷰도 함께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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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좋아하는 과학자가 윌슨 옹입니다. 자신의 거미 공포증을 언급하는 글을 보고 윌슨 옹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노인의 전쟁은 지구에 살고 있는, 아내를 잏은 75세의 노인이 우주의 개척민을 보호하는 군대에 자원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 시리즈는 유령여단과 마지막 행성을 지나며 완성된다. 세 편의 분위기와 유머, 그리고 특유의 속도감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규정하는 것은 신체인가 정신인가. 인간의 정신을 옮길 수 있다면, 그는 이전의 인간과 같은 인간인가 아닌가를 비롯해, `선택`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 질문이 유머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즐겁다. 영화화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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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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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작가의 마니아인데, 그의 장편 소설은 처음이다. 장편이 몇 편 나왔는데도 읽어 보지도 않은 채 단편과 에세이가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했다. (단편과 에세이는 정말 좋다!) 다른 장편도 이정도라면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튼 중혁작가의 장편은 피해다녔는데, 각종 서점의 각종 광고들이 자꾸만 나의 등을 떠미는것이 아닌가. 중혁작가 신작이 나왔다고, 어서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중혁작가 특유의 느낌이 있다. 주인공을 `모든 이름`으로 부른다.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른다는 뜻이다. 여자 주인공이 강차연이라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강차연이라고 부른다. `차연은...`하고 이름만 부르는 페이지는 없다. 마치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여자를 부를때 그렇게 하는 것처럼. 이런 거리 두기는 `여자는 역시 쓰기 힘들어..`하고 땀을 흘리는 중혁작가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즐겁다. 뭔가 수줍은것 같아서. (이것은 컨셉인가?)

줄거리는 그렇다치고 이 소설은 마치 여러 편의 단편이 서로 교차되는 느낌이다. 차연과 일영의 이야기, 우영과 세미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단편이고 서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그래서 큰 부담없이 잘 읽었나보다. 이일영의 이름이 센스있다. 읽어보시라. 우주적 섹스 코미디가 우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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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언제나 강차연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아버지의 모습이 멀어질수록 강차연의 가슴은 점점 갑갑해졌다. 아버지와 자신 사이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했으나 그것이 인력인지 척력인지는 알 수 없었다. 73

남자들은 연상력이 좋아서 피칸이나 야구 글러브를 보면서도 자위를 할 수 잇지만, 우리 여자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특정 부위가 남자 성기처럼 보여도 막 흥분되진 않잖아요. 바나나를 보고 흥분하는 여자들이 있지 않느냐고요? 웃기는 소리 말아요. 그건 그냥 바나나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가지나 오이나 바나나를 사면서 기죽을 필요 없어요. 마음껏 사 먹어요. 바나나가 남자의 성기처럼 보이려면, 바나나를 보고 흥분하려면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해요. 어떤 바나나인지, 바나나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나나는 어쩌다가 남자의 몸ㅇ에서 떨어져 나와 이렇게 혼자 있게 되었는지...... 사연이 필요하다고요.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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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13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초딩 2016-09-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추석 되세요~
 
[eBook] 인생 수정 : 조너선 프랜즌 장편소설
조너선 프랜즌 지음,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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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그 등장 인물의 행동과 말로 이루어져 있다. 말과 행동이 그의 모든 것을 나타내며 현실 속의 인물로 살려낸다. 모든 소설에는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이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실적인 인물들이 소설속에서 툭툭 튀어나오기는 어렵다. 이 긴 이야기를 하나하나 잘 엮어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에 잘 녹였다. 아버지와, 아들과, 딸의 이야기는 미국적이면서 한국적이기도 하다. 길다. 하지만 각 등장인물의 짜증나는 면을 잠시만 눈감을 수 있다면, 분량은 문제되지 않는다. 나로써는 너무나 많은 주변 인물들을 떠올리며 푹 빠져들었다. 이니드와 닮은 누군가, 게리의 아내 캐롤라인과 닮은 누군가 등등. 그들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은 덧붙이지 못하겠다. 다시 읽을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입해서 속도는 빠르게, 하지만 아주 힘들게 책장을 넘겼다. 속도감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읽을수 있겠거니 하고 따라가다가 한없이 가라앉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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