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방학의 끝을 맞이하며 그렉 이건의 <쿼런틴>을 읽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추천하길래. 최근 읽은 <김상욱의 과학공부>에도 <쿼런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중고 가격을 보니 헉 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도서관을 뒤적뒤적. 관악구에 있는 도서관에 한 권 뿐인가. 토요일 문 닫기 직전에 달려가 받아서 일요일까지 쉴틈없이!

시작은 챈들러의 필립 말로를 떠올리게 하고, 스케일이 우주적으로 `펑`하고 넓어지더니, 영화 <아저씨>스러운 설정이 등장하고, 그 다음에는 <인셉션>같은 설정이 등장한다!! 막바지에는 ˝모든 것은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귀속되는˝ 즐거운 결말. 양자역학은 원래 어려우니까 하고 중간중간 이해를 조금은 포기하더라도 괜찮은. 중고책 가격이 원래 가격을 훌쩍 넘어 거래되는 상황이 이해되는 책. (한 번 더 읽고 싶거든!!)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거나 아니거나. 결국 수많은 확률 속에서 관측을 통해 선택(수축)되어 결정된 지금의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 한 가지 선택을 제외한 수많은 가능성의 나를 죽이는 것은 누구인가. 내가 경험하여 나로 인정한 내가 아닌 다른 내가 있는가. 등등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여기에 자신 때문에 죽은 아내에 대한 (내가 느끼기에는 깊은) 감정을 칼로 다 쳐내고 아주 조금만 보여주기 때문에 뭐랄까 더 아프다. 첫 읽음은 자신에 대한, 그리고 아내에 사랑 얘기로 읽혔다. 그 다음엔 어떻게 읽게 될지 기대된다. 가끔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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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고는 마리아의 손을 꼭 쥐었다. 전혀 눈에 띄는 제스처가 아니었지만, 왠지 나는 그것을 기억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80

경험이란 회고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현재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일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오직 과거뿐이니까요. 210

˝알아.˝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했다. 도저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런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두려워 하는 건, 당신을 잃은 다음 내가 당신을 돌려받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야.˝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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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5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SF 시리즈` 대부분은 서점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요. 절판된 것은 중고가가 넘 비싸요. ㅠㅠ

해의눈물 2016-08-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것중에도 읽고 싶은게 많은데 다시 나와주면 좋겠지만. 지금 시장에선 어렵겠지 싶어서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