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땅
지피 글.그림,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동그라미가 있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두 아들이 마녀의 집에서 우물물 속으로 피신했을 때의 모습같다. 우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책의 표지처럼 보일 것 같다.

GIPI ( 지피 ) 라는 사람은, 1963년 피사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으로  본명은 '잔 알폰조 파치노티'라고 한다.

이 책 <아들의 땅>은 '앙굴렘 국제만회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 단어이다. )

카툰ㅡ이라고 하면 칼라풀이 대표적이지만, 이 책 <아들의 땅>은 검정색 1가지로만 표현되었다. 1가지 색으로만 표현되었음에도 그림 속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다. )

1. 두 형제가 개를 잡고 돌아오는 길, 1명은 개에게 물려서 아파하는데 다른 1명은 식량(개)를 보고서 즐겁기만 하다.

2. 검은 머리의 아들은 수시로 (아마도 독이 든) 물속에 들어가서 잠수를 하고, 민머리의 아들은 배위에서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고서 궁금한 것들이 여러 개 생겼다. 왜 검은머리 아들은 물속에 잠수를 하는 걸까?  무언가를 건져서 나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만의 '사색의 공간'인 것일까?  용기를 얻는 곳일까?




책의 처음부터 야생, 원시시대의 느낌을 준다. 사람의 뼈를 보고도 2명의 아들은 즐거워한다. 새로운 도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 하지만, 아버지를 두려워하여 새로운 도구-허벅지뼈-를 내버려둔다. )

배경이 독특한데, 물위의 집, 키가 높은 풀 등을 보니, 베트남이 연상되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느낌이다. 아들들의 이름을 절대 부르지 않으며, '야!'라고 호칭할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절대 칭찬 한마디 하지 않으며, "멍텅구리 / 박살내버린다" 등의 거친 말을 할 뿐이다. ( 책의 어디에도 사람들의 이름은 없다. 책의 후반부에 둘째 아들인 검은머리의 이름이 나올 뿐이다.  / '아린고'가 이름인지 아닌지도 애매하다. ) 


문명이 왜 파괴되었는지는 모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독'이라는 단어와 변형된 여러 모습들을 보면 핵/ 방사능 등이 연상된다.

파괴된 문명 이후에 살아갈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아버지는 두 아들을 무척이나 거칠게 대한다. 금지된 단어를 설정하고 ( 사랑, 보살피다 등), 해당 단어를 사용했을 때는 제법 큰 제제를 가한 모양이다. 두 아들이 '아버지가 자신들을 죽일까봐'  걱정하는 걸로 봐서는. 


그러한 거친 언행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두 아들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아린고'는 자신의 개가 사라진 일로 두 소년을 의심한다.  아버지는 '내가 죽어있는 개를 발견했다'라고 말하며, 두 아들의 행동-개를 죽인-을 숨긴다.

속으로는 두 아들을 사랑하지만, 절대로 표현하지 않는 아버지. 마녀와 아린고만이 아버지가 두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음을 알 뿐이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두 소년은 아버지의 공책(일기장)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하지만, '언어(글자)'또한 아버지로부터 배운바가 없는 바. 아버지의 공책을 읽어줄 사람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 와중에 두 소년은 아무런 죄책감없이 사람을 죽인다. 두 소년이 '아린고'를 죽이는 장면은 정말  야.생. 그대로이다.  ('죄책감' 등의 감정에 대해 배운바가 없기 때문에) 죄책감없이,  그냥, 죽일 뿐이다.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 비록 오해지만,  아버지의 복수-라는 명목이 약간은 있을지도. )


글자를 아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와중에 만난 글자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아버지의 공책'을 읽어주지 않는다.
머리 큰 쌍둥이는 두 소년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랬지만, 마녀는 왜 읽어주지 않았을까? 나중에 '피코 신자들'중의 한명인 사형집행인(망나니)가 아버지의 공책 1구절을 알려준다.
ㅡ 리노는 골칫덩이다. 그래도 널 사랑한다.


왜, 마녀는 읽어주지 않으려 했던 걸까?
아버지의 바람(두 아들에게 사랑/보살핌을 알려주지 않고, 개보다 강인하게 키우겠다)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니면, 아버지의 공책에는 두 아들에 대한 엄.청.난 불평불만 흉들이 가득했고,  맨 나중에 1줄 '그래도 사랑한다'라는 말이 있어서?? 


피코 사형집행인은 '어쩌면' 아버지를 죽게 한 원인제공자일 수도 있다. 아니다. 아버지는 원래 폐 등 몸이 약해진 상태였다.

피코 사형집행인은 '아버지의 공책'을 읽은 후 두 소년 등을 풀어준다. 공책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기에 피코 '최고 사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두 소년 등을 풀어준걸까? 


모르겠다.
마녀가 왜 아버지의 공책을 읽어주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사형집행인이 '아버지의 공책'을 읽은 후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모른다. 다만, 피코 신도들이 더이상 무의미한 살인을 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짐승은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하는데, 피코 신도들은 그냥, 그냥 살인을 했다. 차라리 식인종이 더 나을 것 같다.  식인종은 배가 부를 때는 죽이지 않을 테니.
피코 신도들의 모습은, 광신교도들의 행태와 비슷하다.  광신교이며, 쓸데없는 이상한 피코 신.


불연듯 생각이 든다.  2000년 세기말이라는, 지구 종말이라는 예언서(?)에 힘입어, 아주 아주 이상한 종교(?)들이 흥행했었던 일이.

(드디어 이름을 밝혀진 ^^ ) 리노는  아버지의 공책에 적혀진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는 멍하다.
집착하던 아버지의 공책과 마녀를 바꾸는 리노의 모습은, 아무런 생각없이 '아린고'를 죽이던 모습과 무척이나 비교된다.

드디어 리노도 새로운 단어(사랑, 보살핌 등)를 배우고 있는 모양이다.


문명 종말 후에도 사람들은 살아가야 되고,  서로를 도와야만 서로가 행복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형제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 '위화'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썼다.
서문에서 저자는 '간극'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역사적 간극/현실적 간극을 말하고 있는데,  이 책 <형제>는 재혼 가정의 두 형제 간의 큰 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문이 특히 인상깊었는데, '중국 전역의 어린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부분이 그러했다.  북경의 한 소년이 '진짜 보잉 비행기'를 원한 반면,  서북지역의 한 소녀는 '흰색 운동화 한 켤레'를 원했다고 한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나이대의 두 아이는, 꿈조차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ㅡ 오늘날의 불균형한 삶입니다. 지역/경제적 발전/개인 삶의 불균형 등이 심리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꿈마저 불균형해지도록 만듭니다. 꿈은 모든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재산이며 최후의 희망입니다. ... 오늘날 우리는 꿈에서마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9 쪽 )


 



2권은 송강과 임홍의 결혼식으로 시작하며, 이광두의 여러 가지 사업들과 직함들의 변화를 보여준다. ( 이 공장장 -> 이 고물 -> 이 총재 -> 삼접 선생 )  이광두의 사업이 점차 승승장구함에 따라 류진이라는 지역의 이름도 변화한다. ( 류진 -> 이광두진 -> 처녀미인진 ) 

이광두는 공장장을 그만둔 후, 의류 사업계획을 추친하나 실패한다. 그로 인해 이광두는 채무자가 되며, 채권자의 폭언과 폭행을 석달 넘도록 아무런 대응없이 견디어낸다. ( 이런 부분에서는 이광두를 마냥 깡패, 날강도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고물 사업으로 돈을 번 후에 제일 먼저, 채권자들에게 원금+이자를 갚는데, 그로 인해 이광두의 명성이 높아진다. ( 이광두가 수첩의 뒤쪽에 자신의 채무-의류사업의 실패로 인한 채무-를 기록해 두고, 스스로, 자발적으로, 앞장서서 빚을 갚은 행동은 무척이나 감탄스러웠다.  후레자식이지만, 개념있는 상식있는 후레자식이라고나 할까?? )




2권은 고물 사업을 제외하고는 책의 어느 곳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 기껏해야 어이없는 웃음 정도? ) 

이광두의 돈을 노리는 여자들의 임신/출산 소동, 류작가의 '명성을 노린 소설(?)' 이광두전(?) ( 열쇠를 빠뜨린 이광두 ), 처녀막 올림픽 (-> 전국 처녀 미인 대회 ), 발기 치료 및 보완제, 여러 종류의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등등.
정말 황당무계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책의 맨 뒤쪽을 보면, 해당 사건들이 (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라고 하니 더욱 황당할 따름이다.  



그중 가장 황당하고 적나라하고 추하면서 '공개적인'  내용은 바로 처녀막 올림픽(->전국 처녀 미인 대회)이다. 수천명의 처녀, 유부녀, 아기 엄마 등이 처녀막 재생수술을 하고 해당 대회에 참가하고, 1회용 처녀막을 판매하는 사기꾼 주유가 등장한다.
 (이광두 본인의 말에 의하면) '한번도 처녀막을 접해보지 못한' 이광두는 해당 대회를 통해 실제로 처녀막을 접해보려 한다.
아ㅡㅡㅡㅡ 정말, 내용 쓰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제대로 난다.  




2권에는 송강의 이야기는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이광두를 중심으로 류진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와중에,  송강-임홍 부부는 결혼 10년차가 된다. 그리고 20년차가 된다. ( 둘 사이에 아이는 없는 모양이다. )

이광두가 고물사업을 하는 와중에 송강을 찾아왔기에, 둘은 다시금 형제의 정을 나눌 기회가 있었지만, 송강이 맞잡지 않는다.
송강 딴에는 임홍을 생각해서 한 일이었는데(아마도??), 생활이 아주 힘들어진 나중에 임홍은 송강을 원망한다. "그런 중요한 일을 왜 나랑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통보하느냐"라고. 




송강-임홍 부부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전적으로 부부 사이의 '대화부족'이다. 송강은 '임홍을 생각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몸을 너무 과도하게 놀려 건강을 해쳤으며, 임홍은 '송강을 생각해서'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았다.  임홍은 '송강을 생각해서' 이광두로부터 받은 돈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그래서 송강은 자신의 폐 치료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 빚더미에 올라갈까봐 전전긍긍한다. )

그리하여, 임홍이 무려 3번이나 "이광두를 찾아가요"라고 말했음에도, 송강을 '고집(!!!)'을 피우며 절대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 인해 두 부부의 경제적인 정신적인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임홍이 '자신의 어려움'(류 공장장의 추근댐과 협박)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면,  임홍이 "이광두를 찾아가요"라고 했을 때, 송강이 '그 이상한 고집(!!!)'을 접었을까???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송강-임홍 부부의 대화부족, 송강의 '그 이상한 고집'은 결국 부부를 파국에 이르게 한다. 



1권에서는 송범평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에, 송강에 대한 기대도 약간 있었다.
그런데 2권을 보고 나니, 송강은 '미련스럽고, 허당이며, 로맨티스트이고, 쑥맥일 뿐'이다.  게다가 송강은 '그 이상한 고집'을 임홍에게만 부리고 있다.  이광두에게만 부리고 있다. 




송강은 추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데(본격적인 사기행각, 가슴 수술 등), 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일찍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았나???

사기꾼 주유 등과 함께 1회용 처녀막을 판매하는 대신,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았나???

송강은 정말, 정말,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임홍, 송강, 이광두는 어쩌면 서로 삐걱대면서( 이광두가 임홍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비교적 무난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물론 도덕 등등이 땅에 떨어진 시대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 송강의 비극은  임홍/이광두에게만 한정된 '그 이상한 고집'이 90% 이상 차지했다고 본다.



1권은 문화대혁명시기의 암울함이라면, 2권은 '현대'라는 도덕 등이 땅에 떨어진 시대의 암울함이다.

다시금 책의 서문에 적힌 저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것은 바로 내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 형제 2 ㅡ by 위화 / 푸른숲
http://xena03.blog.me/2210388000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허삼관>를 먼저 보았었고,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허삼관 매혈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영화 <허삼관>과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비교해보았을 때, 영화는 무척 아름답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 그 정도로 소설 <허삼관 매혈기>은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부분에서 )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 '위화'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썼다.
서문에서 저자는 '간극'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역사적 간극/현실적 간극을 말하고 있는데,  이 책 <형제>는 재혼 가정의 두 형제간의 큰 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문이 특히 인상깊었는데, '중국 전역의 어린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부분이 그러했다.  북경의 한 소년이 '진짜 보잉 비행기'를 원한 반면,  서북지역의 한 소녀는 '흰색 운동화 한 켤레'를 원했다고 한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나이대의 두 아이는, 꿈조차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ㅡ 오늘날의 불균형한 삶입니다. 지역/경제적 발전/개인 삶의 불균형 등이 심리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꿈마저 불균형해지도록 만듭니다. 꿈은 모든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재산이며 최후의 희망입니다. ... 오늘날 우리는 꿈에서마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9 쪽 )







1권은 이광두(이광)가 태어났을 때부터 20살~21살 시기까지의 일이다.   생부의 똥통 익사사건,  출생, 문화대혁명시기의 고난, 송범평의 사망, 이란의 사망을 겪은 이광두와 송강.
청년이 된 ​이광두와 송강의 의좋던 형제애는 여자-임홍으로 인해 갈등이 생긴다.
 

 형제 1권

 

 

1권은 480페이지에 달한다. 무척이나 두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쑥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송범평은 정말, 무척, 대단히 매력적이고 근사한 '아버지이며 사내'이다.  책의 후반부에 '도청'이 '송범평은 사나이다'라고 말을 하는데, 정말 멋지고 '근사한 사내'이다. 

두 아이들이 공포에 질리지 않도록 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같다. 로베르토가 나치에게 잡혀가면서, 아이가 겁을 먹지 않도록 연극을 하는 모습은, 송범평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란이 송범평을 '이란의 평생의 사랑'이라고 하며, 7년 동안이나 머리를 감지 않는 것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보면, 송범평과 이란 사이가 무척이나 돈독했음을, 남녀간의 정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초반에 송강,이광두의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은 '우리 아빠가 아니야, 네 아빠지'라는 부분일 것이다. 쓸어차기를 알려준 송범평을 깊이 신뢰한 송강, 반면 송범평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한 이광두는 어린 나이(7~8살)에 최초로 갈등을 일으킨다.

두 형제는 갈등을 일으키지만, 다시 의좋은 형제간이 되고, 또 갈등을 일으킨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 형제, 남매, 자매간에 투닥이다 한편이 되고, 다시 또 투닥이는 모습은.

그럼에도 송강과 이광두의 갈등-화해가 눈에 띄는 이유는 1%의 혈연관계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도 100% 정신적 형제관계인 것이다.

청년이 된 두 형제의 갈등은 이성(여자, 임홍)으로 인한 갈등이다.  이광두는 임홍을 마음에 들어하여 송강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임홍은 '똥통 엉덩이 사건'으로 인해 이광두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 와중에 임홍은 송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송강과 이광두를 분가를 하게 된다.
 


형제를 위해( 혹은 사랑을 위해) 목을 매었던 송강이었던지라, 아마도 이광두가 "형제라도 마찬가지로 도륙을 내버려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임홍과 송강의 마음을 알게 된 이광두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접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만약 if'는 의미가 없다.
여하튼 송강과 임홍은 알콩달콩한 사이가 되었고, 송강과 이광두는 서먹한 사이가 된 것이다. 

1권을 읽으면서, 문화대혁명의 무자비함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붉은 기를 들었으나, 지주라는 이름으로 비판대상이 된 송범평. 붉은 완장을 찬 사람이었다가 비판대상이 된 '장발 손위의 아버지' 손씨.

손씨는  본인이 '붉은 완장'이었지만 이제는 그 권리(?)를 빼았겼다. 그리고 '붉은 완장'으로 인해 아들 손위는 목의 동맥이 끊어져 죽는다. 아들의 사망으로 격노한 손씨는 다툼을 벌이다가 감옥으로 가고, 부인은 실성을 한다.

'짐승만도 못한 붉은 완장'의 고문은 잔혹하기 그지 없다.  손씨의 고문장면은 무척이나 잔인했는데,  아마도 송범평도 그와 유사한 가혹행위를 당했을 것이다. ( 어쩌면, 송범평에게 그러한 가혹행위를 한 사람중에 손씨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의사의 입장에서 글을 쓴것이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라고.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들이 껄끄롭다. 누구도 7~8살 두 아이들을 도와주려하지 않는다. ( 소씨 아줌마만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

여튼 이 책을 읽으면서,  '간극'에 대해 '불균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형제 1 ㅡ by 위화 / 푸른숲
http://xena03.blog.me/2210387900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허삼관>를 먼저 보았었고,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 <허삼관 매혈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영화 <허삼관>과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비교해보았을 때, 영화는 무척 아름답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 그 정도로 소설 <허삼관 매혈기>은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부분에서 )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 '위화'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썼다.
서문에서 저자는 '간극'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역사적 간극/현실적 간극을 말하고 있는데,  이 책 <형제>는 재혼 가정의 두 형제간의 큰 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문이 특히 인상깊었는데, '중국 전역의 어린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부분이 그러했다.  북경의 한 소년이 '진짜 보잉 비행기'를 원한 반면,  서북지역의 한 소녀는 '흰색 운동화 한 켤레'를 원했다고 한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나이대의 두 아이는, 꿈조차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ㅡ 오늘날의 불균형한 삶입니다. 지역/경제적 발전/개인 삶의 불균형 등이 심리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꿈마저 불균형해지도록 만듭니다. 꿈은 모든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재산이며 최후의 희망입니다. ... 오늘날 우리는 꿈에서마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9 쪽 )







1권은 이광두(이광)가 태어났을 때부터 20살~21살 시기까지의 일이다.   생부의 똥통 익사사건,  출생, 문화대혁명시기의 고난, 송범평의 사망, 이란의 사망을 겪은 이광두와 송강.
청년이 된 ​이광두와 송강의 의좋던 형제애는 여자-임홍으로 인해 갈등이 생긴다.
 

 형제 1권

 

 

1권은 480페이지에 달한다. 무척이나 두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쑥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송범평은 정말, 무척, 대단히 매력적이고 근사한 '아버지이며 사내'이다.  책의 후반부에 '도청'이 '송범평은 사나이다'라고 말을 하는데, 정말 멋지고 '근사한 사내'이다. 

두 아이들이 공포에 질리지 않도록 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같다. 로베르토가 나치에게 잡혀가면서, 아이가 겁을 먹지 않도록 연극을 하는 모습은, 송범평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란이 송범평을 '이란의 평생의 사랑'이라고 하며, 7년 동안이나 머리를 감지 않는 것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보면, 송범평과 이란 사이가 무척이나 돈독했음을, 남녀간의 정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초반에 송강,이광두의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은 '우리 아빠가 아니야, 네 아빠지'라는 부분일 것이다. 쓸어차기를 알려준 송범평을 깊이 신뢰한 송강, 반면 송범평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한 이광두는 어린 나이(7~8살)에 최초로 갈등을 일으킨다.

두 형제는 갈등을 일으키지만, 다시 의좋은 형제간이 되고, 또 갈등을 일으킨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 형제, 남매, 자매간에 투닥이다 한편이 되고, 다시 또 투닥이는 모습은.

그럼에도 송강과 이광두의 갈등-화해가 눈에 띄는 이유는 1%의 혈연관계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도 100% 정신적 형제관계인 것이다.

청년이 된 두 형제의 갈등은 이성(여자, 임홍)으로 인한 갈등이다.  이광두는 임홍을 마음에 들어하여 송강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임홍은 '똥통 엉덩이 사건'으로 인해 이광두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 와중에 임홍은 송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송강과 이광두를 분가를 하게 된다.
 


형제를 위해( 혹은 사랑을 위해) 목을 매었던 송강이었던지라, 아마도 이광두가 "형제라도 마찬가지로 도륙을 내버려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임홍과 송강의 마음을 알게 된 이광두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접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만약 if'는 의미가 없다.
여하튼 송강과 임홍은 알콩달콩한 사이가 되었고, 송강과 이광두는 서먹한 사이가 된 것이다. 

1권을 읽으면서, 문화대혁명의 무자비함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붉은 기를 들었으나, 지주라는 이름으로 비판대상이 된 송범평. 붉은 완장을 찬 사람이었다가 비판대상이 된 '장발 손위의 아버지' 손씨.

손씨는  본인이 '붉은 완장'이었지만 이제는 그 권리(?)를 빼았겼다. 그리고 '붉은 완장'으로 인해 아들 손위는 목의 동맥이 끊어져 죽는다. 아들의 사망으로 격노한 손씨는 다툼을 벌이다가 감옥으로 가고, 부인은 실성을 한다.

'짐승만도 못한 붉은 완장'의 고문은 잔혹하기 그지 없다.  손씨의 고문장면은 무척이나 잔인했는데,  아마도 송범평도 그와 유사한 가혹행위를 당했을 것이다. ( 어쩌면, 송범평에게 그러한 가혹행위를 한 사람중에 손씨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의사의 입장에서 글을 쓴것이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라고.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들이 껄끄롭다. 누구도 7~8살 두 아이들을 도와주려하지 않는다. ( 소씨 아줌마만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

여튼 이 책을 읽으면서,  '간극'에 대해 '불균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권은 송강과 임홍의 결혼식으로 시작하며, 이광두의 여러 가지 사업들과 직함들의 변화를 보여준다. ( 이 공장장 -> 이 고물 -> 이 총재 -> 삼접 선생 )  이광두의 사업이 점차 승승장구함에 따라 류진이라는 지역의 이름도 변화한다. ( 류진 -> 이광두진 -> 처녀미인진 ) 

이광두는 공장장을 그만둔 후, 의류 사업계획을 추친하나 실패한다. 그로 인해 이광두는 채무자가 되며, 채권자의 폭언과 폭행을 석달 넘도록 아무런 대응없이 견디어낸다. ( 이런 부분에서는 이광두를 마냥 깡패, 날강도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고물 사업으로 돈을 번 후에 제일 먼저, 채권자들에게 원금+이자를 갚는데, 그로 인해 이광두의 명성이 높아진다. ( 이광두가 수첩의 뒤쪽에 자신의 채무-의류사업의 실패로 인한 채무-를 기록해 두고, 스스로, 자발적으로, 앞장서서 빚을 갚은 행동은 무척이나 감탄스러웠다.  후레자식이지만, 개념있는 상식있는 후레자식이라고나 할까?? )




2권은 고물 사업을 제외하고는 책의 어느 곳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 기껏해야 어이없는 웃음 정도? ) 

이광두의 돈을 노리는 여자들의 임신/출산 소동, 류작가의 '명성을 노린 소설(?)' 이광두전(?) ( 열쇠를 빠뜨린 이광두 ), 처녀막 올림픽 (-> 전국 처녀 미인 대회 ), 발기 치료 및 보완제, 여러 종류의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등등.
정말 황당무계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책의 맨 뒤쪽을 보면, 해당 사건들이 (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라고 하니 더욱 황당할 따름이다.  



그중 가장 황당하고 적나라하고 추하면서 '공개적인'  내용은 바로 처녀막 올림픽(->전국 처녀 미인 대회)이다. 수천명의 처녀, 유부녀, 아기 엄마 등이 처녀막 재생수술을 하고 해당 대회에 참가하고, 1회용 처녀막을 판매하는 사기꾼 주유가 등장한다.
 (이광두 본인의 말에 의하면) '한번도 처녀막을 접해보지 못한' 이광두는 해당 대회를 통해 실제로 처녀막을 접해보려 한다.
아ㅡㅡㅡㅡ 정말, 내용 쓰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제대로 난다.  




2권에는 송강의 이야기는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이광두를 중심으로 류진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와중에,  송강-임홍 부부는 결혼 10년차가 된다. 그리고 20년차가 된다. ( 둘 사이에 아이는 없는 모양이다. )

이광두가 고물사업을 하는 와중에 송강을 찾아왔기에, 둘은 다시금 형제의 정을 나눌 기회가 있었지만, 송강이 맞잡지 않는다.
송강 딴에는 임홍을 생각해서 한 일이었는데(아마도??), 생활이 아주 힘들어진 나중에 임홍은 송강을 원망한다. "그런 중요한 일을 왜 나랑 상의하지 않고 혼자서 통보하느냐"라고. 




송강-임홍 부부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전적으로 부부 사이의 '대화부족'이다. 송강은 '임홍을 생각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몸을 너무 과도하게 놀려 건강을 해쳤으며, 임홍은 '송강을 생각해서'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았다.  임홍은 '송강을 생각해서' 이광두로부터 받은 돈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그래서 송강은 자신의 폐 치료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 빚더미에 올라갈까봐 전전긍긍한다. )

그리하여, 임홍이 무려 3번이나 "이광두를 찾아가요"라고 말했음에도, 송강을 '고집(!!!)'을 피우며 절대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 인해 두 부부의 경제적인 정신적인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임홍이 '자신의 어려움'(류 공장장의 추근댐과 협박)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면,  임홍이 "이광두를 찾아가요"라고 했을 때, 송강이 '그 이상한 고집(!!!)'을 접었을까???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송강-임홍 부부의 대화부족, 송강의 '그 이상한 고집'은 결국 부부를 파국에 이르게 한다. 



1권에서는 송범평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에, 송강에 대한 기대도 약간 있었다.
그런데 2권을 보고 나니, 송강은 '미련스럽고, 허당이며, 로맨티스트이고, 쑥맥일 뿐'이다.  게다가 송강은 '그 이상한 고집'을 임홍에게만 부리고 있다.  이광두에게만 부리고 있다. 




송강은 추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데(본격적인 사기행각, 가슴 수술 등), 왜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일찍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았나???

사기꾼 주유 등과 함께 1회용 처녀막을 판매하는 대신, 이광두를 찾아가지 않았나???

송강은 정말, 정말,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임홍, 송강, 이광두는 어쩌면 서로 삐걱대면서( 이광두가 임홍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비교적 무난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물론 도덕 등등이 땅에 떨어진 시대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 송강의 비극은  임홍/이광두에게만 한정된 '그 이상한 고집'이 90% 이상 차지했다고 본다.



1권은 문화대혁명시기의 암울함이라면, 2권은 '현대'라는 도덕 등이 땅에 떨어진 시대의 암울함이다.

다시금 책의 서문에 적힌 저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것은 바로 내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0369580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 <도쿄에서 파리까지 삼등여행기>은 '하야시 후미코'의 여행에세이이다.


저자 '하야시 후미코'는 1931년 11월 4일 ~ 11월 23일동안 기차로 여행을 한다. 도쿄->하얼빈->시베리아->모스크바->파리에 도착하는데, 책의 초반부에는 '장춘'에 도착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시베리아행 기차여행을 하며, 삼등기차칸에서 만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객실이 있는데도 복도에 서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객실이 잔뜩 비어 있는데 어째서 저 사람들은 추운 복도에서 잠을 자는 걸까?"라는 의문을 표시하는 하야시 후미코.

일등칸도 이등칸도 아닌 삼등칸 기차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이기에 마냥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가난한 일명 '프롤레타리아'를 보면서, 저자는 여러 생각에 잠긴다.
인상깊은 말은, 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하는 러시아 정부가 일본의 '노동자'를 초대하지 않고, 일본의 ㅁㅁ씨, ㅇㅇ씨 등  소위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초대하느냐는 질문이다.
( 아마도,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상의 허상, 혹은 그림자-어쩌면 진실-를 본 듯하다. )



파리에 도착한 저자는 몇개월을 파리에서 보내고, 런던에서도 잠시간 생활을 한다. 다시 파리에 온 저자는 프랑스의 시골을 둘러보며 나름 마음의 평안을 찾기도 한다.



저자의 파리생활기, 런던생활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파리와 일본의 비교, 파리의 여러 문화상, 저자의 자국 사랑( 일본 사랑?)이다. ( 일본인은 어쩜 이리 정다운 인종일까요?  - 98쪽 )

런던 박물관을 둘러보며 저자는 말한다.


ㅡ 런던 박물관은 멋집니다. 큰 목소리로 말할 순 없지만 잘도 세계 각국에서 큰 도둑질을 했구나 싶습니다. 고대 일본의 청동기도 많습니다. ( 159쪽 )
 



내 느낌에 저자는 런던 박물관에 있는 '일본 청동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어쩌면 콧웃음을 쳤을지도 모르겠다.
( 일본인이 훔쳐간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일본인들의 그러한 도둑질에 대해  내가 콧웃음을 치듯이. 1931년~1932년이면, 아마도 일제가 한창 우리나라의 여러 문화재를 일본으로 가져가고 있을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




파리 생활중 생활비가 부족해진 저자는, 시(city)에서 운영하는 파리 전당포에 비단으로 된 기모노를 맡긴다. 책의 어디에서 기모노를 되찾았다는 내용이 없는데, 이때 맡긴 기모노를 찾았는지 못찾았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런던 생활중에는 넝마장수에게 시계를 팔았다고 한다. 10실링이라니,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적은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이 발생했는데, 저자의 생활비부분이다. 책 내용 어디에도 어떤 식으로 파리/런던 체류비를 구했는지 나오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맨 뒤쪽에 있는 옮긴이의 말에서 해결이 되었다. 저자 하야시 후미코는 이 여행 ( 시베리아 기차, 파리/런던, ..) 이전에 책을 2권 출간한 이력이 있었고, 해당 책의 인세를 여행경비/여행중 체류비 등으로 충당했던 것이다.
또한 파리/런던 생활중에 파리/런던생활기를 일본 잡지사에 기고하였고, 해당 출판사에서 송금받아 생활했었던 것이다.


여행을 하던 시기는 ( 도쿄->파리->도쿄) 1931년 11월 ~ 1932년 6월인데, 당시 저자의 나이는 28~29세이다. ( 하야시 후미코는 1903년 생  혹은 1904년 생 )

도쿄에서 파리로 갈 때는 시베리아행 기차를 이용했고, 파리에서 도쿄로 올 때는 배를 이용했는데, 저자는 시베리아행 기차여행을 더욱 좋아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도 시베리아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다.

시베리아 기차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특히 저자보다 60cm 나 키가 크다는 키큰 러시아인 '페름 군'이다.


 ㅡ 어찌하여 러시아인은 이토록 노래를 사랑하는 걸까요. 차라리 이 사람의 아내가 되어 페름에서 내려버릴까 하는 자포자기 심정에 잠시 빠졌지만, 여하튼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60cm 남짓 키 차이가 나서 단념했습니다.  ( 28쪽 )
 




이 구절을 읽고, 나는 저자가  미혼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책의 중후반부에 나오는 '당신'이라는 이가 저자의 남편 '데즈카 마사하루'라는 각주를 보고 잠시 헷갈리기도 했었다. 책 뒤쪽에 있는 옮긴이의 말을 보고 나서야, 저자에 대해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이다. (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
시작도 독특했는데, 끝은 더더욱 독특했다. 사실상, 나는 끝인줄도 몰랐다는 말이 더욱 맞을 것이다.

혼자만의 자서전 같기도 하고, 일기 혹은 여행기 같기도 하고,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책이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0343967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