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땅
지피 글.그림,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동그라미가 있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두 아들이 마녀의 집에서 우물물 속으로 피신했을 때의 모습같다. 우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책의 표지처럼 보일 것 같다.

GIPI ( 지피 ) 라는 사람은, 1963년 피사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으로  본명은 '잔 알폰조 파치노티'라고 한다.

이 책 <아들의 땅>은 '앙굴렘 국제만회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 단어이다. )

카툰ㅡ이라고 하면 칼라풀이 대표적이지만, 이 책 <아들의 땅>은 검정색 1가지로만 표현되었다. 1가지 색으로만 표현되었음에도 그림 속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다. )

1. 두 형제가 개를 잡고 돌아오는 길, 1명은 개에게 물려서 아파하는데 다른 1명은 식량(개)를 보고서 즐겁기만 하다.

2. 검은 머리의 아들은 수시로 (아마도 독이 든) 물속에 들어가서 잠수를 하고, 민머리의 아들은 배위에서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고서 궁금한 것들이 여러 개 생겼다. 왜 검은머리 아들은 물속에 잠수를 하는 걸까?  무언가를 건져서 나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만의 '사색의 공간'인 것일까?  용기를 얻는 곳일까?




책의 처음부터 야생, 원시시대의 느낌을 준다. 사람의 뼈를 보고도 2명의 아들은 즐거워한다. 새로운 도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 하지만, 아버지를 두려워하여 새로운 도구-허벅지뼈-를 내버려둔다. )

배경이 독특한데, 물위의 집, 키가 높은 풀 등을 보니, 베트남이 연상되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느낌이다. 아들들의 이름을 절대 부르지 않으며, '야!'라고 호칭할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절대 칭찬 한마디 하지 않으며, "멍텅구리 / 박살내버린다" 등의 거친 말을 할 뿐이다. ( 책의 어디에도 사람들의 이름은 없다. 책의 후반부에 둘째 아들인 검은머리의 이름이 나올 뿐이다.  / '아린고'가 이름인지 아닌지도 애매하다. ) 


문명이 왜 파괴되었는지는 모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독'이라는 단어와 변형된 여러 모습들을 보면 핵/ 방사능 등이 연상된다.

파괴된 문명 이후에 살아갈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아버지는 두 아들을 무척이나 거칠게 대한다. 금지된 단어를 설정하고 ( 사랑, 보살피다 등), 해당 단어를 사용했을 때는 제법 큰 제제를 가한 모양이다. 두 아들이 '아버지가 자신들을 죽일까봐'  걱정하는 걸로 봐서는. 


그러한 거친 언행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두 아들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아린고'는 자신의 개가 사라진 일로 두 소년을 의심한다.  아버지는 '내가 죽어있는 개를 발견했다'라고 말하며, 두 아들의 행동-개를 죽인-을 숨긴다.

속으로는 두 아들을 사랑하지만, 절대로 표현하지 않는 아버지. 마녀와 아린고만이 아버지가 두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음을 알 뿐이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두 소년은 아버지의 공책(일기장)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하지만, '언어(글자)'또한 아버지로부터 배운바가 없는 바. 아버지의 공책을 읽어줄 사람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 와중에 두 소년은 아무런 죄책감없이 사람을 죽인다. 두 소년이 '아린고'를 죽이는 장면은 정말  야.생. 그대로이다.  ('죄책감' 등의 감정에 대해 배운바가 없기 때문에) 죄책감없이,  그냥, 죽일 뿐이다.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 비록 오해지만,  아버지의 복수-라는 명목이 약간은 있을지도. )


글자를 아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와중에 만난 글자를 아는 몇몇 사람들은 '아버지의 공책'을 읽어주지 않는다.
머리 큰 쌍둥이는 두 소년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랬지만, 마녀는 왜 읽어주지 않았을까? 나중에 '피코 신자들'중의 한명인 사형집행인(망나니)가 아버지의 공책 1구절을 알려준다.
ㅡ 리노는 골칫덩이다. 그래도 널 사랑한다.


왜, 마녀는 읽어주지 않으려 했던 걸까?
아버지의 바람(두 아들에게 사랑/보살핌을 알려주지 않고, 개보다 강인하게 키우겠다)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니면, 아버지의 공책에는 두 아들에 대한 엄.청.난 불평불만 흉들이 가득했고,  맨 나중에 1줄 '그래도 사랑한다'라는 말이 있어서?? 


피코 사형집행인은 '어쩌면' 아버지를 죽게 한 원인제공자일 수도 있다. 아니다. 아버지는 원래 폐 등 몸이 약해진 상태였다.

피코 사형집행인은 '아버지의 공책'을 읽은 후 두 소년 등을 풀어준다. 공책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기에 피코 '최고 사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두 소년 등을 풀어준걸까? 


모르겠다.
마녀가 왜 아버지의 공책을 읽어주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사형집행인이 '아버지의 공책'을 읽은 후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모른다. 다만, 피코 신도들이 더이상 무의미한 살인을 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짐승은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하는데, 피코 신도들은 그냥, 그냥 살인을 했다. 차라리 식인종이 더 나을 것 같다.  식인종은 배가 부를 때는 죽이지 않을 테니.
피코 신도들의 모습은, 광신교도들의 행태와 비슷하다.  광신교이며, 쓸데없는 이상한 피코 신.


불연듯 생각이 든다.  2000년 세기말이라는, 지구 종말이라는 예언서(?)에 힘입어, 아주 아주 이상한 종교(?)들이 흥행했었던 일이.

(드디어 이름을 밝혀진 ^^ ) 리노는  아버지의 공책에 적혀진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는 멍하다.
집착하던 아버지의 공책과 마녀를 바꾸는 리노의 모습은, 아무런 생각없이 '아린고'를 죽이던 모습과 무척이나 비교된다.

드디어 리노도 새로운 단어(사랑, 보살핌 등)를 배우고 있는 모양이다.


문명 종말 후에도 사람들은 살아가야 되고,  서로를 도와야만 서로가 행복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