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 <도쿄에서 파리까지 삼등여행기>은 '하야시 후미코'의 여행에세이이다.


저자 '하야시 후미코'는 1931년 11월 4일 ~ 11월 23일동안 기차로 여행을 한다. 도쿄->하얼빈->시베리아->모스크바->파리에 도착하는데, 책의 초반부에는 '장춘'에 도착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시베리아행 기차여행을 하며, 삼등기차칸에서 만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객실이 있는데도 복도에 서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객실이 잔뜩 비어 있는데 어째서 저 사람들은 추운 복도에서 잠을 자는 걸까?"라는 의문을 표시하는 하야시 후미코.

일등칸도 이등칸도 아닌 삼등칸 기차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이기에 마냥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가난한 일명 '프롤레타리아'를 보면서, 저자는 여러 생각에 잠긴다.
인상깊은 말은, 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하는 러시아 정부가 일본의 '노동자'를 초대하지 않고, 일본의 ㅁㅁ씨, ㅇㅇ씨 등  소위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초대하느냐는 질문이다.
( 아마도,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상의 허상, 혹은 그림자-어쩌면 진실-를 본 듯하다. )



파리에 도착한 저자는 몇개월을 파리에서 보내고, 런던에서도 잠시간 생활을 한다. 다시 파리에 온 저자는 프랑스의 시골을 둘러보며 나름 마음의 평안을 찾기도 한다.



저자의 파리생활기, 런던생활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파리와 일본의 비교, 파리의 여러 문화상, 저자의 자국 사랑( 일본 사랑?)이다. ( 일본인은 어쩜 이리 정다운 인종일까요?  - 98쪽 )

런던 박물관을 둘러보며 저자는 말한다.


ㅡ 런던 박물관은 멋집니다. 큰 목소리로 말할 순 없지만 잘도 세계 각국에서 큰 도둑질을 했구나 싶습니다. 고대 일본의 청동기도 많습니다. ( 159쪽 )
 



내 느낌에 저자는 런던 박물관에 있는 '일본 청동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어쩌면 콧웃음을 쳤을지도 모르겠다.
( 일본인이 훔쳐간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일본인들의 그러한 도둑질에 대해  내가 콧웃음을 치듯이. 1931년~1932년이면, 아마도 일제가 한창 우리나라의 여러 문화재를 일본으로 가져가고 있을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




파리 생활중 생활비가 부족해진 저자는, 시(city)에서 운영하는 파리 전당포에 비단으로 된 기모노를 맡긴다. 책의 어디에서 기모노를 되찾았다는 내용이 없는데, 이때 맡긴 기모노를 찾았는지 못찾았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런던 생활중에는 넝마장수에게 시계를 팔았다고 한다. 10실링이라니,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적은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이 발생했는데, 저자의 생활비부분이다. 책 내용 어디에도 어떤 식으로 파리/런던 체류비를 구했는지 나오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맨 뒤쪽에 있는 옮긴이의 말에서 해결이 되었다. 저자 하야시 후미코는 이 여행 ( 시베리아 기차, 파리/런던, ..) 이전에 책을 2권 출간한 이력이 있었고, 해당 책의 인세를 여행경비/여행중 체류비 등으로 충당했던 것이다.
또한 파리/런던 생활중에 파리/런던생활기를 일본 잡지사에 기고하였고, 해당 출판사에서 송금받아 생활했었던 것이다.


여행을 하던 시기는 ( 도쿄->파리->도쿄) 1931년 11월 ~ 1932년 6월인데, 당시 저자의 나이는 28~29세이다. ( 하야시 후미코는 1903년 생  혹은 1904년 생 )

도쿄에서 파리로 갈 때는 시베리아행 기차를 이용했고, 파리에서 도쿄로 올 때는 배를 이용했는데, 저자는 시베리아행 기차여행을 더욱 좋아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도 시베리아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다.

시베리아 기차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특히 저자보다 60cm 나 키가 크다는 키큰 러시아인 '페름 군'이다.


 ㅡ 어찌하여 러시아인은 이토록 노래를 사랑하는 걸까요. 차라리 이 사람의 아내가 되어 페름에서 내려버릴까 하는 자포자기 심정에 잠시 빠졌지만, 여하튼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60cm 남짓 키 차이가 나서 단념했습니다.  ( 28쪽 )
 




이 구절을 읽고, 나는 저자가  미혼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책의 중후반부에 나오는 '당신'이라는 이가 저자의 남편 '데즈카 마사하루'라는 각주를 보고 잠시 헷갈리기도 했었다. 책 뒤쪽에 있는 옮긴이의 말을 보고 나서야, 저자에 대해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이다. (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
시작도 독특했는데, 끝은 더더욱 독특했다. 사실상, 나는 끝인줄도 몰랐다는 말이 더욱 맞을 것이다.

혼자만의 자서전 같기도 하고, 일기 혹은 여행기 같기도 하고,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책이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03439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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