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대학 후배를 만났다.
우리는 꽤나 육질이 좋은 돼지고기를 앞에 두고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씹어 삼켜 왔는지 이야기했다.

법을 오래 공부하고 이제 꿈의 팔 할 정도를 이룬 그가 말했다.
법이 정의인지 잘 모르겠어요.
해가 뜨면 그는 인도로 간다.
그리고 나는 출근을 할 것이다.

대체로 희뿌연 안개를 손가락 사이로 헤치며 조심히 걸어왔다. 그러나 때로 이 소심한 성정이 너무 분해서 잔뜩 취해 질끈 눈 감고 달리기도 했다. 넘어져 찢기고 부러졌다. 그러다 소중한 사람들을 다치게 했고 몇몇은 슬픈 눈으로 나를 떠났다.

가끔은 여전히 미친 사람처럼 시간을 헤집고 다닌다.
무엇을 찾고 싶은지도 모른 채.

돌이켜보니 그 여인들은 모두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래, 어쩌면 그녀들의 가족 유사성이 내 심연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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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의식을 찾고 나니 온 몸이 부서질 것 같다.
두 무릎은 피멍이 들었고
왼쪽 가슴과 오른 옆구리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오른쪽 주먹은 살이 벗겨지고 피가 난다.
잔뜩 취했던 그 새벽 나는 누구와 그토록 싸웠단 말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마 내 그림자와 그렇게 싸웠나 보다.
신의 사자 같은 나와 그렇게 싸웠나 보다.
네게 그토록 상처 준 내 자신과 그렇게 미친 듯 싸웠나보다.
내 안에 있는 그 악과 미친 듯 싸웠나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이겼을까?
누가 이겼을까?
이렇게 나와 매일 싸우다 보면 언젠가 네게 준 상처를 조금은 속죄할 수 있을까?
미안하다.
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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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슬픔은 지금 나를 습격하고 있는 이 슬픔의 날카로운 칼날 역시 언젠가 분명 무뎌질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곳에서 삶의 허무가 머리를 들고 나를 노려본다. 허무의 이 독한 눈빛이야말로 진정한 슬픔이다. 영원히 울 수 있다는 것은 감히 어쩌면 또 하나의 구원일지 모른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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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된 종교, 틀에 갇힌 행복을 강요하는 가족, 배타성을 요구하는 성애. 나름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히 이해하나. 글쎄. 한번 진짜를 마주보겠다면 영혼을 둘러싼 그 끈적하고 두꺼운 껍데기들을 정신의 손톱으로 깊숙히 찔러 과감히 뜯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그 정도의 정신력이 안된다면 안타깝고, 뭐 그 정도 용기가 없다면 사고를 그만두시든지! 이 더러운 거짓말쟁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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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의 결백성을 내 척수가 오롯이 깨달아 더 없이 맑은 피가 내 뼈에서 흘러 나오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계절동안 악령에 시달려 신음해 왔던가. 그러나 아직도 나의 피는 충분히 맑지 못하다. 나의 칼날이 여전히 허공을 갈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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