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K는 교촌치킨 사장이다. 올해로 9년차다.

 

그러니까 20대 중반에 어머님과 함께 닭집을 냈다고 들었을 때,

고교때부터의 닭과의 인연이 결국 이어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시절부터 KFC에서 닭튀기는 알바를 했었었다)

 

그렇게 K는 십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닭을 튀겨왔다.

 

요 몇년간은 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말 그래도 젊은 사장이다.

10월엔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런 K와 몇 년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K는 정오부터 장사 준비를 시작해서 가게 정리를 마치면 새벽 4시가 된다고 한다.

1년 365일 가운데 단 이틀, 설과 추석 당일에만 쉬고,

 

심지어 10월에 있을 결혼식도 주말 장사를 위해 

토요일 결혼식을 마치고 이틀 장사를 하고, 월요일에 신혼여행을 간다고 한다.

 

요즘 유일한 낙이 TV드라마 "정도전"을 보는 것이라는데

한 편을 다 보기도 전에 잠들곤해서 일주일에 2편을 보기가 빠듯하다고 한다.

 

K는 이제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

 

치킨을 만드는 법은 물론이고, 손님을 대하는 법,
 

철없는 고교 알바생들을 상대하는 법,

 

무슨 대한민국에 그렇게 친척이 많은 지 한달에 두어번은 꼭 친척들 행사에 가야하는 

조선족 주방 아주머니의 비위를 맞추는 법,

 

아무리 피곤하고 아까워도 매일 기름을 바꾸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직원들로부터 먼저 좋은 평판을 얻는 법.

 

얼마 전처럼 가게를 넓혀 사업을 확장시키는 법.

 

K는 정말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4남매의 막내인 그는 아픈 형과 누나를 대신해 어머님 병원비로 수천만원을 선뜻 내놓고,

 

자신은 일 년을 채 못 다닌 대학이지만 어려운 형편의 여자친구가 대학 다닐 때에는 

아르바이트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매달 용돈을 챙겨줬고,

결혼을 앞둔 지금은 혹시 앞으로 어머님을 챙기고 모시는게 소원해질까 그것이 벌써 걱정이라고 말한다. 

 

이제 K는 

초등학교 때 함께 게임팩을 바꿔가며 배를 깔고 게임을 하던 그 친구가 아니다.

일요일날 교회가 끝나고 같이 떡뽁이와 튀김을 먹고 놀러다니던 그 친구가 아니다.

 

그는 이제 책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삶살이의 기술들을 몸 속 깊이 체득했고,

제 한 몸과 부모 형제는 물론 나아가 새로운 가정을 능히 꾸릴만한 책임감과 능력을 가졌으며,

때로는 적지 않은 돈을 어려운 직원들에게 보증도 없이 빌려주는 그런 사장이 되었다.


 
치킨은 그렇게 그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루까지전력질주하는권군 2014-05-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뭔데. 이 밀려오는 감동은. 그래서 치킨이 아니라 치느님인 건가?ㅎㅎ

숭군 2014-05-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랬군!! 역시 치느님은 위대하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