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삶 속에서
무엇을 딛고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회오리치는 이 지반 위에서
문득 스치듯 내 발아래를 비춰주는 섬광들이 있다.
허위의 독가스로 가득 찬 이 세계 속에서
미친 듯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잡아챈 방독면 같은
고마운 정신들이 있다.
밤이 깊어지고 또 어두워졌다.
황홀한 죽음이 교태를 부리며 나를 유혹하나
그저 힐긋 바라볼 뿐.
내일 당당히 출근할 것이다.
돈을 벌고, 밥을 먹고, 밤이 되면 다시 독한 회의에
빠지고, 그리고 일어나 또 출근을 할 것이다.
그렇게 우아하게
이 징그러운 긴 끈을
끝까지 더듬으며 붙잡고 가고 싶다.
그러다가
더는 만질 수 없는 이 끈의 끝에 달했을 때
나는 웃을까, 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