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배경은 현재를 훌쩍 뛰어넘은 서기 2015년 컴퓨터에 의해 선택된 3명의 소년 소녀가 생체병기 에바의 조종사로 발탁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추를 이룬다. 이번에 일본에서 개봉된 극장판 <에반게리온의 종말>은 TV시리즈의 25회와 26회분에 해당하는 <에어>(Air)편과 <진심을 너에게>편이 상영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에반게리온의 종말>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제레'와 대결하던 에바 조종사들은 일단 그들과의 싸움에서 철저하게 패한다. '제레'의 계략은 에바를 이용해 조각조각 분리된 개체들의 영혼을 하나로 결합해 인간을 한단계 진화시키려는 것. 하지만 인류의 영혼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의 '핵'을 이루게된 주인공 신지는 "남으로부터 상처를 입어도 좋다. 타인과 공존하는 세상이 더 낫다"며 인류보완계획으로 명명된 이 거대한 작업을 받아들이길 끝내 거부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기본골격은 성서와 정신분석학, 그리고 일본의 권위주의적인 사회 관습과 교육문제에까지 파고들어 하나의 거대한 골조를 구성하고 있다. '마기'란 컴퓨터 시스템은 성서에서 예수의 탄생을 목격하는 동방박사들의 이름에서 빌려왔고 시리즈 전체 줄거리는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종말>에서 힌트를 얻은 식이다.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진화에 있어 법칙이란 무엇인가, 자아는 사회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라는 암호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들에게 강한 자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TV판 에반게리온 스토리



2000년 남극에서 거인의 존재가 발견된다. 이를 탐사하던 탐사대는 거인에 의해 몰살당하고 탐험대장의 14세 딸 미사토만이 살아 남는다. 그리고 거인은 폭발하고 그 충격으로 남극의 빙산이 녹아 내리는 대재앙(Second Impact)이 일어난다. 인류의 반이 몰살한이 세컨드 임펙트의 진실은 운석에 의한 폭발로 은폐된다. 한편 20세기에 사해에서 발견된 고문서에는 이 사실과 21세기의 세 번째 재앙(Third Impact)이 예언되어 있었다. 이 재앙이란 실상 인간이 정신적인 하나의 존재로 진화할 것이라는 내용이고 이러한 진화(인류보완계획)를 실행할 초 국가적 의문의 기관 제레(Seele)가 조직된 상태이다.



그 문서 속에는 또한 '남극에서 폭발한 거인은 아담이라고 불리는 최초의 사도(angel)이며 15년 후 열 다섯의 사도가 인간을 찾아와 인간의 신에 대한 도전의 처벌로,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시도(Third Impact)를 하리라'고 쓰여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사도는 인간(제레)에 의해 행해질 Third Impact를 막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대학교수인 휴유츠키는 자신의 제자 유이의 남편, 겐도우에 의해 Second Impact의 진실을 알게 되고 사도를 막아낼 아담의 복제품에반게리온을 만들어 낼 조직'네르브(Nerv)'의 창립멤버가 된다. 겐도우는 컴퓨터 공학자 아카기 박사를 이용하기 위해 그녀와 내연의 관계를 맺는다. 아카기 박사는 네르브를 운영할 인공지능 컴퓨터 '마기'를 만들어 낸다.



네르브는 아담의 복제품에 장갑을 씌우고 인간 정신이 아담의 정신과 일치되어 조정하는 시스템인 에반게리온의 시험호를 완성. 그러나 최초 가동시험도중 조종사인겐도우의 아내 유이는 오히려 4살의 아들 신지와 겐도우가 보는 앞에서 에바(에반게리온)에 의해 흡수된다. 이후 겐도우는 에바의거부를 최소화 하기 위해 에바의 조종사로 또 다른 아담의 복제품이자 아내의 복제인간인 레이를 만든다.



그러나 아내의 정신을 지닌 레이는 아키기 박사를 질투, 겐도우에게 이용당한 그녀를 비웃고 이를 견디지 못한 아카기는 자살한다. 이후 두번째로 만들어진 레이는 겐도우를 향한 맹목적애정을 제외한 그 어떤 감정도 가지지 않는다. 사도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는 성장한 미사토와 아카기 박사의 딸 리츠코가 네르브에 참여한다. 겐도우와 휴유츠키에게는 제레와는 또 다른 인류보완계획이 있는 듯 하다.



2015년, 아담이 옮겨져 갇혀 있는 네르브의 기지, 지오프론트를 항해 사도들이 차례로 습격해 오기 시작한다. 아담과 사도들이 만나는 순간 인류는 멸망하고 이를 막기 위해(그리고 인류보완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레이가 탄 에반게리온이 출동한다. 그리고 그 지오트론트를 지하에 감추고 있는 제3동경시로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에 의해 길러지던 14세의 이까리 신지가 아버지 겐도우의 호출로 불려온다. 시리즈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채 불려온 신지는 냉정한 겐도우에 의해 에바를 타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는 4살때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올라탄 에바는 사도에 의해 파괴되기 직전 갑자기 스스로 움직여 사도를 죽인다. 이것은 실상 에바의 속에 융합된 유이가자신의 아들을 지키려는 모성애에 의한 거라 생각한다.



신지는 미사토의 집에서 길러지며 학교를 다니게 된다. 무표정한 의문의 레이에게 모성애와 애정을 동시에 느끼는 신지는 레이의 맹목적인 겐도우에의 복종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후 세 번째의 에바 조종사와 에바 3호기가 독일로부터 운반되어 온다. 세 번째의조종사 아스카 랑글레이는 같은 14세이지만 스스로의 유년성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어른으로 생각하는 극도의 자존심으로 뭉친 소녀이다. 역시 미사토의 집에 살게된 아스카는 그 자존심으로 여린 마음의 신지에게 상처를 주는 한편 레이를 극도로 견제한다.



이 셋에 의해 사도들은 차례로 격퇴되나 도중 네르브의 모두에게 감춰진 결핍의 상처들이 차례로 드러난다. 신지의 유약한 내면과냉혹한 아버지에의 증오, 겐도우의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극도의 냉정함, 미사토의 의도된 쾌활속에 숨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리츠코의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엇갈림, 아스카의 자살한 어머니의 충격.....



어머니에 대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유년기를 거부하고 인류를 구할 에바의 최고의 조종사라는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유지하던 아스카는 사도에게 패배하고 그 사도를 신지가 물리치는 것을 목격하고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폐인이 된다.



마지막 사도인 카오루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나타나 신지의 친구가 된다. 마침내 네르브의 지하에 봉인된 아담과 만난 카오루는 그러나 그것이 아담이 아닌 아담의 아내, 릴리스임을 알게 된다. 실상, 아담은 2차 임펙트 당시 북극에서 겐도우와 제레에 의해 유충의 형태로 축소되었으며 릴리스는 사도를 유인하기 위해 그곳에 봉인되어 있었다. 사도가 모두 사라진 뒤 제레가 실행할 인류보완계획이란 Third Impact의 다른 표현일 따름이었다. 그는 신지에게 자신을 죽일 것을 부탁한다. 결국 모든 사도는 격퇴된다.



극장판 스토리( End of Evangelion )



모든 사도가 격퇴되고 제레는 인류보완 계획, 서드 임펙트를 일으키려 한다. 우선 그 중심이 되는 아담의 복제품인 에바와 릴리스를 빼앗기 위해 네르브에 병력을 투입한다. 또한 초호기 에바와 함께 Third Impact를 이룰 아홉 대의 대량생산형 에바가 투입된다. 강제로 에바 2호에 태워진 아스카는 그 속에서 어머니의 혼을 찾고 자신을 회복한다. 그녀는 Third Impact를 막기 위해 아홉대의 에바와 맞선다. 냉혹한 겐도우 대신 신지의 부모 역할을 하던 미사토는 신지를 에바에게 보내고 병사들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신지는 에바를 타는 것을 거부한다.



한편 자신의 또 다른 인류 보완계획을 꿈꾸던 겐도우는 레이에게 자신과 함께 릴리스로 들어감으로써 자신을, 그리고 아내 유이를중심으로 인간이 진화할 것을 계획한다. (레이는 릴리스의 복제품이었다.) 그 동안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겐도우에게 이용당했던 리츠코는 그를 저지하려 하지만 겐도우에게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레이는 마지막 순간, '나는 당신의 인형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겐도우를 버리고 릴리스와 합체한다. 아스카는 아홉대의 에바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극도의 회의에 빠져있던 신지는 아스카의 고통을 느끼고 에바를 탄다.



아홉대의 에바와 에바 초호기, 릴리스(레이)가 하나가 되는 순간 Third Impact가 일어나고 제레는 성공을 자축한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육신의 형태를 버리고 릴리스에 의해 흡수되어 하나의 정신적인 형태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존재하는 신지는 현실과 하나가 된 꿈속에서 유년기의 억압들을 벗어나 자신의 성장을 목도한다. 그는 갈등한다. 완전한 하나의 존재 (신)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한 존재로 현실에 존재할 것인가.



수많은 이미지들이 스쳐가는 가운데 신지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모든 인류가 소멸된 새로운 지구에 아스카와 둘이 남는 것을 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8-02-0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보면... 대한미국이죠. 바나나들의 나라.
오뤤지와 후렌들리의 나라. ㅋㅋㅋ
남들이 다 미쳤다고 하는 넘이 바로 미친넘이라는데, 요즘 제가 미쳤나 봅니다. ㅠㅜ

해콩 2008-02-0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서도 슬슬 '미침'의 증세들이 보이는 걸요... 이번 방학 내내 정말 악몽같았습니다. 개학하면 좀 나을까요? ㅠㅜ
 

 

부산국도예술관★   왕가위Special

                                         ♩중경삼림 ♪타락천사 ♬화양연화   

                                                

      [2008. 2. 7 ~ 2008. 2. 17]


 


7일(목)


8일(금)


9일(토)


10일(일)


11일(월)


12일(화)


13일(수)


1

[12:00]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2

[14:00]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3

[16:00]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4

[18:00]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5

[20:00]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ΊmoSTYLE='font-family:"서울들국화,한컴돋움";font-size:13.000pt;color:"#010101";fo

 


 


14일(목)


15일(금)


16일(토)


17일(일)


18일(월)


19일(화)


20일(수)


1

[12:00]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그르바비차♪

 

크레이지♩

 

개봉


2

[14:00]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3

[16:00]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4

[18:00]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5

[20:00]


중경삼림


화양연화


타락천사


중경삼림



    




    ‣중경삼림 : 101min  ‣ ‣타락천사 : 105min  ‣ ‣화양연화 : 97min

  

    ‣자세한 상영정보 및 상영 예정작은 국도 예술관 '네이버 카페' 를 참고 하세요.

      http://cafe.naver.com/gukd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인권위를 ‘접수’하려 한다. 소속 없는 국가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보장한 국가인권위는 이전 정부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기회를 이용해 가져오는 것, 대통령 직속기구로의 개편이 ‘인수’가 아니라 ‘접수’인 이유다. 국가인권위의 위상 문제는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항이다. 이 문제는 대통령직 인수 차원에서 논의될 성질이 아니었다.

정권이 바뀌자 헌법 해석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꿔버린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지만, 헌법 해석까지도 화장실 드나들 듯 해서는 고약한 향기가 진동한다. 2001년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던 김대중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독립적인 국가인권위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소속 의원 전원의 발의로 법안을 제출했다. 소속 없는 국가기구로서의 독립성 보장과 헌법상 권력분립 위반 여부는 당시에도 논란이 된 쟁점이었다. 그러나 고전적 삼권분립의 논리가 아니라 기능적 권력 통제의 관점에서 위상을 정립하고 헌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합의가 존재했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이러한 논쟁에 분명하게 마침표를 찍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인수위는 정반대로 변화된 헌법 해석을 정당화하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국회와 법원에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의 기능에 비추어 대통령 소속에 두는 것이 오히려 헌법상 권력분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법학 교수들의 지적에 대하여는 묵묵부답이다. 인권기구는 독립성이 생명이라는 유엔의 경고와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판도 철저히 외면한다. 그리고 고장난 라디오처럼 철 지난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다. 헌법에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고, 직속기구가 되더라도 업무상의 독립성은 보장될 것이라고. 동어반복의 전략으로 버티고 굳힌다. 민주주의의 전제인 토론과 대화는 실종되고, 독단이 일방적으로 선언된다. 권력을 잡고, 헌법 해석까지 독점한 무표정의 오만이 무섭다.

‘귀 막은 민주주의’, 변사 없는 무성영화를 보는 듯 답답했다. 한나라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1월21일, 한나라당은 의원 전원 명의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부대변인이 변사 노릇을 자처하는 논평을 발표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무현 정권 시절 지나치게 권력층의 코드에 맞춰” “정권의 시녀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인권위에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줘서 정말 고맙지만, 스스로를 베는 칼을 빼어 든 셈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법률에 “대통령 소속으로”라는 단 몇 글자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인권위가 새로운 코드에 맞추도록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급소와 맥을 정확히 짚어, 그 부분을 ‘수술’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권기구는 독립성이 생명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었다. 만약 독립된 인권기구가 ‘정권의 시녀’였다면, 대통령에 소속된 국가인권위는 정권의 어떤 노릇을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의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는 권력과 엇박자를 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의 효율을 바라본다면, 국가인권위는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정책과 법률을 인권의 관점에서 점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의제에서 회피되기 쉬운 차이의 문제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작은 희망이다. 그러니 제발 인권을 인질로 잡아 권력에 줄 세우려는 일방적인 질주를 멈춰라. 거기에 우리 사회의 낭떠러지가 있다.

정정훈/공감 변호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경부운하, 골재와 민자로 해결 못한다  
창비주간논평. Comments (0)

홍종호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경부운하사업은 찬성측에서 언급한 공사비만 해도 15조에서 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건설프로젝트다. 계획단계의 예상 비용으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비싼 사업이다. 게다가 여기에 누락된 운하 유지·관리 비용, 생태계 훼손 비용, 교량 재시공 비용 및 그에 따른 교통체증 비용, 그리고 취수장 이전 비용 및 간접취수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실제 사업비는 40조에서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경부운하는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 결코 아니다.

사업비에 누락된 대표적인 비용으로 유지관리비와 교량 재시공비를 들 수 있다. 국책사업 경제성 평가에서 유지관리비를 비용 항목에 포함하는 것은 분석의 기본이다. 운하 유지관리비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나, KDI가 발간한 《예비 타당성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항만사업의 경우 통상 공사비의 1.5%를 연간 유지관리비로 산정한다. 따라서 찬성측 사업비 추계를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공사비 14조 1천억원의 1.5%인 2,115억원을 매년 유지관리비로 책정해야 한다.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부풀린 경부운하계획

이 부분을 누락한 것은 경제성 분석에 대한 전문가적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 이상,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위한 연구상의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하천의 경우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복구비용이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운하 건설 후 유지관리비는 공사비의 1.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찬성측에서는 수십개의 다리를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데 따르는 건설비용과 교통대란을 무시하고 있다. 건교부와 철도공사 등의 정부기관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 유역에 놓인 교량 수는 총 123개이다. 찬성측 자료에 나와 있는 바지선의 교량 통과 높이 11m를 기준으로 할 때 불가피하게 철거해야 할 다리는 총 48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배에 싣는 컨테이너의 양을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우리가 늘 오가던 다리 중 최소한 48개를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배가 통과하기 위한 교각과 교각 사이의 안전거리, 강바닥을 6미터 내지 9미터로 준설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교각의 심각한 안전성 문제 등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다리를 새로 짓거나 개보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다리를 철거, 재건설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엄청난 교통대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찬성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운하계획을 수립했는지 묻고 싶다. 철거비는 무시하고 직접비용으로 교량당 건설비를 최소 1천억원만 잡아도 어림잡아 약 5조원이 소요된다. 민자사업에 참여할 업체들이 이 비용도 모두 조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골재판매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거짓말

최근 경부운하를 둘러싼 논쟁이 사업 추진방식 논란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100% 민자(民資)로, 그것도 민간 제안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찬성측의 잇단 발언이 계기가 됐다. 그동안의 주장을 종합해보건대 결국 사업비의 50% 정도는 골재판매 수익으로, 나머지 50% 정도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충당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국민세금은 한푼도 들어가지 않으며, 사업 타당성은 참여업체가 평가하여 사업제안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주장은 완전한 허구다.

우선 골재판매 수익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조 9,583억원(4년 공사, 현재가치 기준)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찬성측에서 내놓은 골재수익 규모 8조 3,432억원의 23% 수준이다. 이런 수치가 가능하려면 경부운하 건설 첫해 8억 3,432만㎥의 골재를 캐내어 단가 1만원에 1년 동안 모두 팔아야 한다. 우리나라 모래 수요는 2006년 기준으로 연간 1억㎥이다. 어떻게 갑자기 모래 수요가 한해에 8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골재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데도 시장가격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

아마도 채취한 골재를 분할해서 몇년에 걸쳐 판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경우 경제적 편익을 계산하려면 당연히 할인율(discount rate)을 적용해서 현재가치화해야 한다. 게다가 최종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골재수익을 산정해서는 안된다. 경제성 분석절차에 따르면, 상품의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야 한다. 따라서 골재 1㎥당 1만원에서 생산비 및 운송비 약 4천원을 차감한 6천원을 적용해야 한다. 이것만 고려해도 골재 편익의 반 정도는 당장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 왜곡의 정도가 심한 부분은 골재량이다. 찬성측에서 계산에 사용한 '개발가능 골재량'은 한강과 낙동강 본류와 모든 지천에 있는 골재량을 합한 것이다. 그러나 경부운하 건설과정에서 채취하는 골재량만을 계산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운하건설사업이지 골재채취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찬성측에서는 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지는 인공수로는 백두대간 구간인 40km에 불과하고, 나머지 500km는 현재의 하천을 그대로 이용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처럼 공사부담은 적게 잡는 반면, 골재량은 개발가능한 모든 골재를 수익에 포함하고 있으니 심각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한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에 있는 모든 골재를 캐낸다고 해도 경제성있는 '채취가능 골재량'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최대 3억 6천만㎥ 정도다. 여기에 할인율과 부가가치 기준을 적용하면 1조 9,583억원에 불과하다.

국민세금 한푼도 쓰지 않는다는 거짓말

다음으로, 운하사업을 100% 민자로 추진하겠다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대선기간 내내 "경부운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임을 강조하다가 이제 와서 모든 책임과 위험부담을 민간업체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와 사업제안을 모두 민간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다.

민자사업이라고 해서 민간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이루어진 민자사업을 살펴보면 용지보상비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정부 재원이 투입되었다. 국민세금이 들어간 것이다. 또한 공사비에도 정부가 일정 비율을 보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나 최근 완공된 공항철도의 경우에도 전체 공사비의 20% 내지 30% 정도가 국민세금에서 지원되었다. 따라서 100% 민자로 사업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2006년도 민자사업 관련법 개정에 따라 민간제안 사업에 대해서는 최소 운영수익 보장제도가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운하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어떻게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회수할 것인가. 이미 관련업계 내부에서도 운하사업 자체로 비용을 회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오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참여업체에 지역개발권을 보장한다는 식의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운하사업 자체로서는 수익을 올릴 수 없고, 대신 지역개발로 수익을 보전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민자사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업체들이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다. BTL은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시설을 정부에 임대한 후, 정부로부터 받는 임대료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말이 좋아 민자사업이지, 결국 정부가 미리 돈을 당겨쓰고 나중에 국민세금으로 갚아나가는 것이다. 만약 찬성측에서 BTL 방식으로 민자사업을 진행할 복안이라면, 이는 국민세금 한푼도 쓰지 않겠다는 평소의 주장과는 완전히 모순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경부운하사업

만의 하나 민간업체들이 경부운하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부운하계획은 우리 국토와 후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토목사업이다. 이런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의 수익성을 논하기 이전에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환경적 타당성을 세심히 따져야 한다. 만약 운하로 인해 국토가 훼손되고 취수원이 오염된다면 과연 그 비극적 상황은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 국민과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임은 자명하다. 운하사업을 마냥 민간에 맡길 수 없는 또다른 이유다.

한국경제는 갈 길이 멀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하고, 소득과 자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하며,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눈앞에 산적한 현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이때,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운하로 국력이 소모되고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2008.1.29 ⓒ 홍종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