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U. 샤퍼
아무도
그대가 준 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