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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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 잡지에서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는 정보여고 3년차였다.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내려 형제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눈발이 아니라, 마치 우리 아이들 같았다. 정말 그랬다. 나의 일부분으로 살얼음을 깔아 보듬어주고 받아줄 수 있을까? 생각을 그렇게 말짱했는데 돌이켜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도 준 것 같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옮긴 지금 가끔 너무 읽찍 삶을 알아버리고 온 몸으로 힘겨워하던 그 아이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