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받으시나요? 겨울에 받으신 걸 축하드려요. 여름에 받으면 죽음입니다. 쉬지도 못하고 2학기로 들어가니까요.
저는 일정연수를 점수 따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연수 받으러 가면서 친한 교사들에게 내가 90점 넘으면 점당 만원어치 술 살 테니 90점 못 맞으면 반대로 점당 만원어치 술사야한다고 했어요. 2학기 들어 정문 바로 옆 등나무 아래서 2만원어치 삼겹살과 소주 파티했어요. 지나가는 선생님들 다 모셨지요. 그 때는 그 정도 돈이면 다섯 근은 샀으니까 ㅎㅎ.

연수 받을 때 저는 교과서를 가지고 다녔어요. 당시에는 교수들 강의가 대부분이라 자칫 지루하기 십상이지만 교과서를 갖고 가서 어느 교수의 어떤 이론을 어떻게 이 교과서에 적용할 수 있을까 연구하니까 그런데로 건질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 수업 잘 못하는 교수 있으면 왜 저 분은 저렇게 못 가르칠까 분석했고요. 잘 가르치는 이들의 장점도 꼼꼼히 적어 제 것으로 했지요.

제가 일정연수를 받을 때 교양강좌 "청소년폭력의 실태와 대책"이라는 주제로 강지원변호사께서 강의를 하러 오셨습니다. 당시에는 부장검사로 소년원 관계 일을 보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점심을 먹고난 오후 첫 시간이었지요. 강의실로 들어와서 하시는 말씀이 "덥고 졸리우시죠? 이거 시험에도 안 나오는 건데 그냥 편아~안히 신문 보실 분 보시고 주무실 분 주무세요," 하시며 예의 그 웃음을 날리시는 겁니다.
일순간에 긴장이 풀어졌지요.
그러더니 그 분이 현직 검사가 본 학생들의 비행원인을 풀어나가시는데 어찌나 실감나고 재미있는지 100분 강의 동안 조는 교사가 제눈 에는 거의 안 보이더군요.
강의가 끝나고 제가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 2학기되면 "나도 자는 애들 절대 깨우지말자. 오죽 재미 없으면 자겠나? 애들 자는 것은 내 책임이지 애들 책임 아니다"라고 굳게 다짐 했습니다.

이후부터 애들이 수업시간에 자는 것은 물론이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전부 내 탓으로 돌려 왔습니다. 정말 수업이 안 되어 소리치고 싶은 유혹이 있을 때도 이건 나의 준비 부족 탓이다. "재미있으면 100분도 열심히 듣지 않더냐"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작년에 고등학교로 15년만에 되돌아 와 참혹한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떤 수업은 2/3가 업드려 자서 대여섯명과 눈을 마주치며 간신히 수업하기도 했지요.
그럴 수록 수업연구에 집중했지요. 어휘학습하나도 7,8종의 수업자료를 만들어 나눠주고 어떤 것이 가장 반응이 좋은가 살펴보고. 시험 때도 밖에 나가지 않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자제하고 오로지 수업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지요.
수업, 담임, 학교행정의 세 과녁이 있지만 혼신의 준비로 수업의 과녁이 뻥 뚫리면 나머지는 저절로 뚫린다는 저의 신념을 더욱 날세우지요.

아직 단 한 번도 깨우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았습니다.
애써 준비한 효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신기하리만치 교사가 준비한 만큼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네요.

"애들아. 피곤하냐? 그럼 언제든지 자라!"


요즘도 제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가 가끔 있기는 하지요.
대개 마음의 병이 있는 세상 만사가 귀찮은 아이들이지요.

얘기가 옆으로 샜군요 ㅋㅋ.
하지만 점당 만원 내기를 했으니 저에게도 시험이란 것이 약간 부담이 되었겠지요. 저는 강의 시간 도중에 다 외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왜냐하면 큰 놈 네 살, 작은 애 한 살 때 였던가 되어 아내가 가장 힘들어 할 때였으니까 주말에 재택연수라는 것을 끼어 2박3일로 동해안이고 어디고 닥치는 대로 가야했으니까요.
(그 시간에 해치우는 것은 이후 학급운영시 애들에게 학습 방법으로 아주 강조하는 바가 되었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수업 도중에 퍽 집중했지요. 질문도 열심히 하고.
연수 끝나는 날 어느 선생님이 "어쩌면 그렇게 진지하게 연수를 받으시냐고 하시더군요."
사실은 놀기 위해서 그런건데..
저의 주된 촛점은 다른 교사들을 만나는 데에 촛점을 두었어요. 적어도 이 동네 장사(?) 5년 이상해 오셨다면 책 한권이상의 비기는 다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지 않고는 못 버티거든요.
해서 분임토의에 상당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공유의 문화"를 나누려고 애썼어요. 분임 토론시 나온 모든 아이디어를 버리지 않고 모았지요.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분임보고서 본문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부록으로 달아 보고서를 냈지요.
그래서 1등은 저희 분임에서 나왔지요. 일찌감치 회화 잘하는 여선생님을 퀸으로 모시기로 분임 선생님들과 말씀 나누고 애썼고 상금 받으면 한 턱 쏘기로 했지요. (퀸메이커 ㅋㅋ)
팀워크가 되니 당연히 일등 먹었구요. 해서 수료식날 20만원인가 받아 인사동 가서 낮술 실컷 마셨습니다...

그런데 참 잊지 못할 일이 개학날 벌어졌어요. 마침 비가 오더군요. 잠실에 살던 제가 신설동에 있는 숭인중에 가려면 성수동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거든요. 갈아타고 보니 아뿔싸 한 달 연수 동안 공들여 만든 보고서와 디스켓을 담아둔 서류봉투를 선반위에 그냥 놓고 내린 거에요..
그 소중한 보따리가 2호선 타고 빙글빙글 돌았겠지요..
한 달간의 귀중한 재산이..
그 때는 컴퓨터가 많지 않던 시절이어 저희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고 디스켓만 달랑 한 장 얻은 것이었거든요.
오죽 아쉬웠으면 시청역 유실물 센터에 두 번이나 갔으니..

그 일 이후로 저는 학교 컴퓨터에 제가 만든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에듀넷 등 PC통신에 무차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어요. 공유시키거나 올려두면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단번에 다운 받아 쓸 수 있으므로..
제가 인터넷에 자료 올리는 것은 이기적 이타랍니다^*^
언제 어디서나 다운로드, 업로드가 가능하니 디스켓 가지고 다닐 필요 없어 좋고 분실 염려 없으니 더욱 좋고..

참 잃어버리는 것의 소중함..
우리 인생이 다 그런 거려니- - -. 때로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기도 해야 떠날 때 덜 힘들까해서^*^;;

일정연수는 이처럼 네트워킹의 소중한 기회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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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6-01-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방송이 만명의 마음을 울려, 움직일 수 있다면, 천명의 공무원들 맘만이라도 울릴 수 있다면, 청계천을 보며 만명중에 백명이라고 이런 그늘이 겹친다면, 그렇게 경찰과 용역깡패 일당도 되지도 않는 돈만 있다면, 청계천만들기 예산의 만분의 일만 맘쓸 수 있게한다면, 이 겨울을 이렇게 춥게 보내지 않을 수 있을텐데. 그렇게 거리에 내 않지 않아도 될텐데. 정신나간 넘들은 갈아엎고 뒤집는 것밖에 모르는 놈들인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