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키우고 싶은데,어떻게?
한겨레
» 전문가들은 평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측정한 뒤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훈련을 하면, 점차 집중하는 상태에 익숙해지면서 결국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뇌파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학습클리닉에서 이런 원리를 이용한 뇌파 조절기기로 집중력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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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할 때는 집중을 잘 하는 아이가 공부할 때는 영 집중을 못한다면, 그 아이는 집중력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수업 시간 내내 딴 짓만 하던 아이가 “문제를 빨리 푼 순서대로 집에 가도 좋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문제를 푼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면, 그 아이는 집중력이 높은 것일까, 낮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집중력이 부족한 경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집중력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나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힘’이지만, 이 설명에는 한 가지가 빠져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흥미를 느끼는 것에 몰입하는 것은 집중력과 별로 관계가 없다. 흥미를 덜 느끼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상태가 지속되어야 비로소 ‘집중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집중력이 학습능력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이유다.

행복한아이연구소 서천석 소장(소아정신과 전문의)은 “해당 상황에 몰입하는 순간 주의력, 그 몰입을 지속할 수 있는 주의 유지력, 필요한 요소별로 적절히 주의를 분산할 수 있는 능력, 집중이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선택하는 능력, 한 가지에 집중하다가 또 다른 것으로 집중 대상을 옮길 수 있는 능력 등이 총체적으로 한 개인의 집중력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이런 능력이 부족하거나 이와 관련한 뇌발달이 더딘 아이들이 앓는 질환이다. 서천석 원장은 “아이가 수업 시간에 수시로 교실을 뛰어다닐 정도로 산만하거나 가만히 앉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해야 할 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면, 무조건 나무라거나 버릇을 고치려들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 에이디에치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집중력은 타고 나는 것일까? 김봉수학습클리닉 김봉수 원장(신경정신과 전문의)은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말한다. “뇌에서 집중력을 관장하는 기관은 전두엽으로, 이 부분의 신경 회로가 잘 발달하고 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원활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집중력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집중력이 거의 없지만, 뇌 발달과 더불어 점차 주변 사물이나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핀다.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연구실 박동혁 실장(심리학과 교수)은 “개인 차가 있으나 초등학생은 한 번에 30분, 중고등학생은 40~50분 정도 학습과 관련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중력은 또한, 심리적·물리적 환경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어른들은 종종 “요즘 아이들은 우리 어렸을 적에 비하면 몹시 산만하고 어수선하다”고 하는데, 이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처럼 자극적인 것에 몰입하는 요즘 아이들은 그보다 더욱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마련”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므로 집중력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한 개인이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물리적 환경을 먼저 살펴야 한다.

집중력 높이기 1단계 : 동기를 파악하고 불안을 없앤다

집중력을 발휘하는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아이들의 집중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박동혁 실장은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공부하는 과정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 이를 ‘숙달 동기’라고 하는데, 가장 이상적이지만 드문 경우지요. 많은 아이들이 ‘경쟁 동기’로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다른 이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욕구, 주변의 인정, 결과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이 때문에 집중력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결과가 나쁠까봐 자신에게 어려운 과제를 회피하는 모습도 보이지요. 가장 나쁜 경우는 야단을 맞거나 창피 당하기 싫어서, ‘회피 동기’로 공부를 하는 것인데 과목마다 성적 편차가 심하고 심리 상태가 몹시 불안정하며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자아존중감이 낮아지죠.”

박 실장은 “경쟁 동기나 회피 동기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결과(성적표)를 중심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부모의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단 10분을 집중하더라도 스스로 원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집중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뇌파의 상태는 확연히 다르다. 뇌파의 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집중하는 상태’를 오래 지속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 양방·한방 학습클리닉에서 두루 쓰이는 방법이다. 이정아 기자
한방에서는 집중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불안과 긴장’을 꼽는다.

수험생 전문클리닉인 구산한의원 이종한 원장은 “불안과 긴장은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엄청난 피로감 때문에 집중을 지속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한방에서는 뇌의 기능을 신장과 연결지어 생각하는데, 신장은 몸의 전반적인 기운과 관련이 깊은 장기”라며 “몸이 튼튼하고 좋은 기운이 흐르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라야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어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으로 인삼, 대추, 보리차 등을 꼽고, 가장 해로운 것은 커피라고 한다.

심리적 불안이 집중력을 흩뜨린다는 것은 한방과 양방에서 모두 공감하는 얘기다. 명상이나 최면 등을 활용하는 각종 학습클리닉들 역시 ‘긴장과 불안을 해소해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든다’는 것이지, 학습클리닉들 덕분에 곧장 학습능력이 향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중력 높이기 2단계 :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훈련을 시작한다

책상 혹은 집안 곳곳에 자극적이고 유혹이 넘치는 물건들이 넘친다면, 아무리 의지가 강한 어른이라 해도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갖추는 일은 집중력을 높이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또 아무리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매사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편적으로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생물학적 시간대는 오후 2~5시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이 처한 여건과 능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덜 피곤하고, 유혹이 적으며,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이 언제인지 한번쯤 따져보는 것이 좋다. 그 시간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시간을 배치해 계획을 세우고 해야할 과제를 정한다.

실제로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집중력이 궁금하다면, 아이가 한 가지 과제에 몰두해 지속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 시간 안에 무엇을 얼만큼 해내는지 측정하고 기록해 본다. 한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어도 실제로는 십 분도 책을 안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빠르게 몰입하지만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이처럼 아이의 특징을 파악한 뒤에는, 실질적인 집중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연습을 해본다. 주의할 점은 10분쯤 집중할 수 있는 아이에게 30분씩 걸리는 과제를 부여하는 등 의욕이 앞서서는 안된다는 것.

행복한아이연구소 서천석 소장은 “집중을 더 오래, 깊이 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아이 스스로 집중하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고, 자신감이 붙으면 점점 더 집중을 잘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시중에 판매되거나 학습클리닉에서 활용하는 집중력 강화 보조기구들은 이런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집중력을 발휘할 때는 특정한 뇌파가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기자극을 통해 이 뇌파를 지속적으로 생성되도록 함으로써 아이가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지고 결국 스스로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박동혁 실장은 “집중력의 핵심은 자기조절 능력”이라며 “아이 자신의 의지로 해야할 과제를 정하고, 몰입의 즐거움, 집중의 힘을 깨달을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집중력 관련 자가 진단 설문

다음 설문은 개인의 집중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집중력 발휘에 도움이 되는 물리적 환경이나 생활 습관을 갖추었는지를 점검해보기 위한 것입니다. 각 문항별로 ‘아니다=1점, 약간 그렇다=2점, 그렇다=3점, 매우 그렇다=4’로 표기해 합산하세요.

1. 공부할 때는 전적으로 공부에만 집중한다.

2. 시험 칠 때 답을 알고 있는데 실수로 틀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3. 학습 계획 짤 때 휴식 시간을 두어 잠깐씩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편이다

4. 공부할 때나 책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몰입돼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자주 있다.

5. 하루 중 가장 공부가 잘되는 나만의 시간대를 알고 있다.

6. 시험 때가 다가오면 평소보다 공부가 더 잘된다.

7. 집중력이 떨어지면 과목이나 공부 계획을 바꾸어서 공부할 줄 안다.

8.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계획한 것을 마칠 때까지 일어나 돌아다니지 않는다.

9. 공부할 때 음악이나 라디오를 틀어놓는 일이 없다.

10. 시험 기간에는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게임을 자제할 수 있다.

38~45점 : 집중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알고, 필요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30~37점 : 일상에서 자신의 집중력을 흩뜨리는 습관과 환경들을 꼼꼼히 따져 보완하세요.

21~29점 :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세요.

20점 이하 : 체계적인 집중력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연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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