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가정환경조사에 부모 주민번호는 왜?
주호영 의원 초등교 475곳 분석
‘편모·편부’ 묻는 등 인권침해 소지
한겨레 황준범 기자
초등학교에서 학기 초에 학생들한테서 제출받는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의 수입과 주민등록번호, ‘편모·편부’ 여부, 자가·전세·월세 여부 등 인권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소지가 있는 항목들이 여전히 수두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주호영 의원(한나라당)은 15일 전국 16개 시·도별로 무작위 추출한 475개 초등학교의 가정환경조사서(2006년 3월 작성) 양식을 분석한 결과, 38.7%인 184개 학교에서 부모의 구체적 직업을 적도록 했으며, 이 가운데 최소한 20여곳 이상에서는 직위까지 명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부모 학력을 묻는 학교도 30곳(6.3%)에 이르렀다.

또 전축·비디오·컴퓨터·자동차 등의 보유 현황을 묻는 학교가 10.1%(48곳), 주택의 자가·전세·월세 여부를 묻는 학교가 3.6%(17곳), 부모의 월 평균수입 등 경제 형편을 적도록 한 학교는 1.3%(6곳)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ㅅ초등학교 등 19곳(4%)은 학생 지도와는 전혀 무관한 부모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적도록 했다. 또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가는 추세인데도 ‘편부’, ‘편모’란을 따로 만들어 표기하도록 한 학교가 광주 ㅇ초등학교 등 9곳(1.9%)이나 됐다.

주 의원은 “이들 항목은 어린 학생들과 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해 차별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며 “조사서를 걷거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사생활이 침해될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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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1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편모, 편부는 묻기가 참 뭐해요.
그리고 NEIS학부모 인증, NEIS에 부모 생년월일이 입력안되어 있으면 인증 안되더라구요. 대개 주민등록번호 보고선 그거 입력하는데...도대체 부모님 생년월일도 모르는 요즘 애들은! 하긴 이사간 집 주소 나도 몰라, 형도 몰라, 엄마도 몰라. 아빠만 아는데 아빠는 왠지 몰라도 하여간 오래 출타중이라서 새집주소를 얘기 못한다는 애랑 매일 입씨름중입니다. 아, 그애는 천하태평인데 저는 반송된 모의고사 통지표(그거 반송되서 이사간 줄 알았음)조차 못 보내는 중이라 저 혼자 씨름중...이런 걸로 집에 전화걸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해콩 2006-10-1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비지원감면 때문에 자가.전세.월세를 묻거나(이후 학비지원을 요청하면 한달 수입이나 의료보험비 등 아주 구체적인 조사도 필요하죠) 가족사항에 동거여부를 묻기도 해요. 가전제품이나 부모님의 학력 등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것은 우리 학교 때 손들게 해서 조사하던 아픈 기억 이후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나 보네요.

그치만 편부, 편모나 대체적인 가정형편이나 분위기 등은 담임으로서 아이들을 파악하고 일상적인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오히려 필요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서로 조심할 부분이긴 하지만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쉬쉬하며 애써 숨기는 것 보다는 오히려 당당해지는 연습을 시켜야하지 않을까요? 그러기엔 초등학생은 좀 어리긴 하지요?

BRINY 2006-10-1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년초에 일정 양식의 조사서를 내보내지만, 제대로 써서 내는 아이 별로 없어요. 사실 학비지원 등으로 그게 필요한데, 알아서 미리 얘기하는 애도 있지만, 아이는 숨기다가 뒤늦게 학부모로부터 사정이 이렇다고 전화오는 집도 있고...개별 면담하고 주민등록등본보면 다 파악되는데, 아이가 개인적으로라도 와서 분명히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해콩 2006-10-1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아이의 성격이라든지.. 뭐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가끔 보이는 남학생들의 무신경함과 달리 여학생들은 참으로 예민하고 자존심 지키고 싶어하는 부분도 다양해서 말이죠. 가끔은 별로 힘든 형편도 아닌데 오버하거나 영악한 계산으로 학비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아이도 있고. 가정방문이 가장 확실한 판단 기준이 될 것 같은데 보충이다, 야자다 하다보면 그것도 쉽질 않지요. 담임 역시 이래저래 신경쓰이고 또 피곤한 것도 사실이고. 아무튼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건 정말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