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짱님께서는 직원회의 시간에 정당한 교사의 벌언을 도중에 자른 용맹을 떨치신 적이 있는 것이다.
처음 그 일이 벌어졌던 올 2월, 고백하자면 새로운 부장을 발표하던 학년 초 그 회의에서는 마이크를 빼앗듯이 큰 목소리로 발언하는 그 샘이 조금 심하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은 반성한다. 그 샘도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으셨을꺼다.) 그런데 지난 번에 성과급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분회장의 발언을 그런 식으로 자른 것이나, 지난 주 월요일 생리공결에 관한 일방적 처리 문제로 최샘이 의의를 제기하는 것을 무리하게 중단시키신 일은 정말 '직원회의'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식'한 행위였다. 생리공결이든 뭐든 아이들과 관련된, 혹은 교사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때,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좀 더 합리적이고 아이들과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최샘의 문제제기를 '시간이 부족하다', '직원회의는 결정사항을 지시,전달하는 시간'이다, '직원회의 석상에서 교사가 발언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 규정이 있으며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다'는 기도 안 찬 말들로 언성을 높이며 '직원회의'의 성격을 새로이 정의했었다.
060928. 목 ] 이런 저런 고민을 몇몇 샘들과 나누다가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 점심시간에 처음으로 분회샘들과 모였다. 전교조와 학교측의 대립처럼 보이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지만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하는 것이다. 일단, 직원회의 시간에 하는 교사의 발언은 교장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는 말에 대한 해명과 교사의 발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기위해 정ㅎㅊ, 최ㅈㄱ, 최ㅎㅇ, 노ㅎㅈ, 윤ㅇㅈ, 정ㄱㅁ샘이 5교시에 교장실로 들어갔다. 역시 예상한 대로 '교무회의는 지시 전달하는 시간이고', '교사는 교장의 지시전달을 받아야하'고, '단지 시간이 부족해서 발언을 중지시켰을 뿐'이며, '발언을 원할 때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요지의 말들만 들으셨다 한다. 그리고 시험기간이 10월 10일 전교직원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셨단다. 시험 첫날은 항상 분회 모임이 잡혀있는 날이다. 그리고 어느 교사가 시험 첫날 그런 토론을 하자고 학교에 남아 참을성 있게 참여하겠는가..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인다.
지시전달을 위한 교무회의라... 교무회의의 이름을 '교무전달'이나 '교무지시'로 바꿀 일이다. 암튼 그 다음날부터 교무회의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시전달뿐인 교무회의라면 나중에 다른 샘들께 그 내용은 전달받아도 충분하고 단순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기위해 회의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061002. 월 ] 오늘 점심시간. 다시 모였다. 다음 주로 예고된 소위 '난상토론'을 받아들일 건가 말건가 의논했다. 하긴 그 날짜조차 짱님이 일방적으로 혼자서 잡으신 것이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뭐 연구시범학교에 대한 회의가 있다나 뭐라나. (조퇴지각결과를 포함하는 생리공결을 한 달에 하루로 묶어두는 우리학교는 그 이름도 찬란한 '성교육' 시범학교이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 결국 10월 23일 토요일 3교시 클럽활동 시간이나 4교시 학급회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자고 건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한 달여의 긴 시간이 흐른 뒤다. 이렇게 축축 늘어지면 사람들도 지치고 흐지부지되기 쉽다. 뭔가 다른 '행동'도 아울러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샘들이랑 마스크를 쓰자, 피켓을 들자.. 등등의 의논이 오고갔다. 재미있겠다. 검정 테이프로 곱표를 확실하게 새긴 마스크,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21세기도 벌써 몇년이 지났다. 아이들의 발언권도 보장해주고 보호해주어야할 교사가 자신의 발언권을 지켜내지 못한대서야 정말 *팔리는 일이다. 교무'회의'다운 '교무회의'를 위해 이렇게 피곤하게 싸워야한다니 정말... 흠.. 그런데 갑자기 '학급회의'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나를 반성하게 된다.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부터 바로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