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2006.9.27)


성호가 차린 콩 요리 성찬

 

안 대 회(명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성호 이익 선생이 언젠가 삼두회(三豆會)를 연다면서 가까운 친척들을 불러 식사를 대접한 일이 있다. 그런데 내놓은 요리인즉, 모두가 콩을 재료로 한 음식으로 콩을 갈아 쑨 콩죽에 콩으로 담근 두부, 콩에 소금을 절여 만든 된장이었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세 가지 콩 요리를 나눠 먹고 밤이 이슥하도록 담소를 즐긴 다음 헤어졌다. 친척들은 그제야 성호가 말한 삼두회가 콩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자는 모임임을 알아차렸다.

삼두회, 콩으로 만든 음식 나눠먹자는 모임

아무도 불만을 토하지 않고 콩으로 만든 음식에 불과하지만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기니 고기나 채소와 다를 게 없다고들 입을 모았다. 성호는 콩 음식이 값도 싸고 만들기 쉬워 삼두회를 열었으니 앞으로는 이러한 모임을 가법(家法)으로 만들어 이어가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현환(李玄煥)은 모임의 과정과 사연을 ‘삼두회서(三豆會序)’라는 글로 써서 그
날의 훈훈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어려운 가정형편이라고는 하지만 친척들을 모아서 콩죽에 콩 반찬으로 회식자리를 마련한 것은 옹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호가 꼭 쌀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성호는 평소 “남들이 즐기는 것처럼 나도 고기맛을 잘 안다만, 음식이란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기면 고기나 채소나 한 가지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래서 쌀반 콩반으로 밥을 지어 먹고는 오히려 그게 맛이 더 좋다고 하며 콩밥 먹는 기쁨을 시로 지었다. 문집에 실린 <밥에는 콩이 반이다(半菽歌)>라는 시가 바로 그 작품이다. “쌀과 함께 고르게 섞어서 / 솥에 넣고 삶아 대니 김이 모락모락. / 사발에 담아 모임을 여니 향기 가득하고 / 수정 화제(火齊, 보석) 이곳저곳 반짝이네.”라며 콩밥을 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밥 사이의 콩을 찬란히 반짝이는 보석이라고 표현하였다.

삼두회를 열기 전 해에 지은 이 시에서 성호는 가난한 살림을 꾸리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이라며 콩으로 밥 해 먹는 수완을 뽐냈다. 그렇게 그 무렵 성호는 열렬한 콩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성호가 콩 예찬론자가 된 동기가 검소한 성품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평생 밭도 갈지 않고 김도 매지 않으니 / 배를 떵떵 두드리며 먹는 것은 분에 넘치지.”라며 노동하지 않는 자가 이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지닌 그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런 소신을 지녔으니 콩밥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신에 대해 만족감을 표한 뒤에는 굶주린 이웃 사람들을 떠올렸다. 시에는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앞마을에는 밥짓는 연기도 일어나지 않으니 / 콩도 내게는 사치가 아닐는지. / 부귀한 자들 호사를 다퉈 / 밥 한 끼에 만전을 뿌려 비린내 진동한다네. / 가슴 채우고 배가 불러도 쉬지를 않고 / 백성들 고혈 빨아 탐욕 채 우네.”라며 굶주리는 백성들을 연민하는 한편, 음식에 사치하기 위해 백성들을 괴롭히는 자들을 증오하였다. 콩밥을 먹으면서도 따뜻한 양심을 드러내는 선비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조촐한 음식, 그러나 훈훈한 정과 학문 넘치는 성대한 만찬

그렇지만 이 모임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드는 장면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예상을 넘어서는 조촐한 음식을 놓고 훈훈한 정을 느끼며 학문에 논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성호는 그 자리에서 공자가 자로(子路)에게 “콩을 마시고 물을 마셔도 그 즐거움을 극진히 하는 것이 효(孝)”라고 한 말을 말해주며 가난하
지만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부모를 잘 모시는 것임을 상기시켰다. 그런 성호의 마음에 그날 모인 친족 모두가 동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현환은 그 날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집에 몇 가마의 쌀이 없는 것도 아니건만 굳이 콩 요리를 내놓고 모이라고 하셨다. 그 자리에 젊은이와 어른이 모두 모이자 해박한 지식과 굉장한 언변으로 옛 일을 말씀하셨다. 자세히 헤아리고 쪼개어 분변하시니 말씀마다 법도에 맞아 구경하고 감화된 자가 많았다. 콩 모임을 연 결과가 어떠한가?”

콩 요리를 먹고 나서 성호를 중심으로 그 집안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서 학문을 강론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콩으로 만든 세 종류의 음식이 실은 너무도 성대한 만찬이었다.


글쓴이 / 정출헌
· 명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저서 : 『산수간에 집을 짓고』, 돌베개, 2005
            『북학의』, 돌베개, 2003
            『나를 돌려다오』, 태학사,  2003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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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2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미용실 하셔서 가사에 능한 부반장 성호를 떠올렸습니다^^

해콩 2006-09-2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고 대견하겠어요.. 그 성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