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청소시간, 아이들 둘러보며 교탁에 기대있는데 ㄷ혜가 다가와서 조용히 묻는다.

"샘, 엄마가 써클 선배들 50일 떡 하면서 샘것도 같이 하셨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교무실 책상 위에 올려둘까요?"

앗! 당황스러워라..

"ㄷ혜야, 떡이 42개 될 것 같드나?"

"예... 아마..."

"그래.. 알겠다."

이렇게 냉큼 받아도 되는 걸까? 아주 조심스럽게 물은 ㄷ혜가 뜨아하겠다... 교무실 내려와보니 떡 보퉁이가 생각보다 큼직하다. 대충 세어보니 50개 정도? 어쩌지? 샘들이랑 나누기에도 애매한 숫자.. 처음 생각대로 그냥 애들이랑 나눠먹을까? 이런 별일도 아닌 일에 나는 당황하고 고민하고 우왕좌왕 어쩔줄 몰라한다. 일단 어머니께 감사 전화. "예 어머니. 아이들이랑 잘 나눠먹겠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 1학년 수련회에 오늘따라 연가병가도 많아 교무실엔 샘들도 별로 없으니 그냥 처음 생각대로 애들이나 나눠줘야겠다 싶었다. 보충 7교시 마치기 전에 교실로 올라갔다. 왠지 수업 마치고 나오는 샘께 미안한 맘이 슬며시 들고.. "ㄷ혜 어머니께서 우리 먹으라고 떡을 보내셨네. 자 하나씩!! 잘 먹겠습니다 해야지?" ㄷ혜를 보며 한 번 씽긋 웃어주고 나도 하나.

이전에 실업계 있을 땐 그렇게 생각했다. 교무실엔 간식이 많으니 가끔 이렇게 보내주시는 간식은 당연 아이들이랑 나눠야지! 샘들 눈치 보여도 그냥 꿍쳤다가 굳이 아이들 나눠주고 그랬다. 근데.. 요즘은... 아이들의 군것질도 장난 아니고 별로 감사하는 마음 없이, 간혹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요구하는 것 같아 마음이 떨떠름할 때가 있다. 뭐 짜다라 감사하고 어쩌고 할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보내주신 분 성의를 생각하면 샘들이랑 나눠먹는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이렇게 먹을 것이 갑자기 생길 때도 머리 속엔 무슨 생각이 이리도 많이 오락가락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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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2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에 백화점 최상층 식당가에서 오랫만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와 25,000원짜리 일식 정식을 먹으면서( 그것도 컨디션 별로 안좋아 반은 남김), 이 돈이면 한 반에 아이스 하나씩 돌리고도 남았는데...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해콩 2006-09-2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직업병예요.. ㅋㅋ 샘은 나보다 더하시구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