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ㅎ철샘은 아이들에게 참 엄정하시다. 매사에 주어진 상황과 교사들이 추구해야할 교육적 이상을 적절히 판단하여 대처하시고, 선생님 자신의 개인적 감정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것 같지 않다. 공적, 사적 삶의 영역도 분명하신 것 같다.

나는? 많은 경우 감정을 가지고 아이들 앞에 선다. 출근전, 퇴근후에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아이들 생각을 자주하고 그 때문에 사적인 시공간에서도 가끔 내 감정은 일렁인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감정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생각하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과연 나에게 또 아이들에게 긍정적이기만 한걸까? 정샘을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보충, 야자를 튀거나 복장이나 두발 등의 학교교칙을 어기거나, 자신이 맡은 청소를 대충대충 빼먹거나, 제출해야할 유인물을 일주일 넘게 기다리게 해도 계속 웃으며 지적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학년 말, 학교 생활 기록부의 행동발달상황이나 종합의견 난에도 이제껏 부정적인 표현의 평가를 해본 적이 없다. 아무리 속썩이는 녀석이라도 그것이 대입전형에 반영되거나 그 과정에서 내가 쓴 평가내용을 아이들이 직접 읽게 될거라는 생각에 애둘러 긍정적인 표현을 찾아내서 써준다. (예를 들어 산만하고 늘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는 '성격이 명랑쾌활하여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매사에 적극적임' 뭐 이런 식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들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분명히 인식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면서 좀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신하기 보다는 잘못을 은폐하거나 핑계대거나.. 뭐 그래왔지 않았을까?

정샘은 기준을 정해서 아이들을 평가하신단다. 학업면/ 학교규칙면/ 교우관계면/.... 뭐 이런 식으로. 그러니 아이에 대한 샘의 종합의견은 그야말로 객관적인 종합담임평가가 되겠다. 올해는 나도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 공정한 기준을 세우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물론 평가 전에 아이들에게 평가기준을 이야기해 줄 생각이고 이렇게 평가할 것이다라고 학년 초부터 이야기는 해두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사/실/대/로 쓸 수 있을까? 이제껏 나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거라고 자위하고 있었는데...

교사는 '보모는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든다. 나는 이제껏 교사라기보다는 보모에 가깝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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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찔리네요. 보모에 가까운 교사라니^^;; 하지만, 하나하나보면 대부분 나름대로 귀엽고 착한 아이들인걸요~

해콩 2006-09-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나름대로 이쁘고 착학 아이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엄정한 평가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이제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