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6교시 우리 반 수업이다.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주 샘 한 분이 유정란을 파신다기에 두 판을 사두었다. 오늘 수업시작 할 때 고놈들을 삶을 거다. 

이 은밀한 이벤트는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우선 유정란 준비. 받는 즉시 내 이름 써서 냉장고에 보관 중이다. 그리고 어제, 전문 등산가 버금가는 우리 부장샘께 버너 빌려주십사 부탁해서 오늘 아침 사용법까지 전수받았고, 행정실에서 주전자도 구해서 깨끗히 씻어두었다. 엊저녁 자기 전에 죽염+참깨+후추를 만들어 나오면서 잊지 않고 가방에 넣었고... 심지어 계란 삶을 때 있을 각종 번거러운 일을 도와줄 도우미 네 명까지 선발?해 두었다. 어제 보충 8교시 도망간 정주, 예령, 지희, 유빈!! 녀석들 제때 도망을 가주다니 기특하다.

날짜도 치밀하게 결정했다. 내일은 아이들 모의고사가 있다. 그전에 '보신'시켜야지.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일텐데.. (아님 말고..) 그리고 6교시, 아이들의 왕성한 소화력에 의해 위 속의 음식물들이 거의 소장으로 빠져나갈 시간이다. 조금 출출할 시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수진이가 아파서 조퇴했다. 괜찮다. 챙겨뒀다가 내일 주면 된다...

이상 준비 끝이다. 그럼 도시락이나 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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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9-1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과연 계란일까요... 달걀 일까요...

해콩 2006-09-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삶은... ... ... ... 수육, 아닐까요? ^^;

BRINY 2006-09-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 구워먹고 노는 장소로 운동장은 아무래도 힘들거 같아요. 도서관과 기숙사 신축공사 중이고, 같은 재단 내 남자중학교랑 운동장 같이 써서요. 애들은 교실에서라도 먹고 자고 하자는 분위기. 저희 반에 끌려서 몇반인가가 우리도 그래볼까하는 분위긴데, 시립 레포츠 공원은 취사 불가능이라네요. 그래서 결국 차를 대절해 근처 바닷가라도 가야하나?하고 궁리중입니다. 그런데, 한문 선생님이 전해주시길, '너희들 먹을 거 재료랑 조리도구는 어떡할거야?'라는 질문에 애들이 '에이, 담임 선생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겠죠~'하고 태평하게 대답했다네요. 이것들이!!!! 아무래도 제가 너무 오냐오냐 길렀나봐요-..-;

해콩 2006-09-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교엔 기숙사가 있군요... 그럼 아이들이 기숙생활? 그렇담 재료는 사면 되겠지만 조리도구는 어쩌죠? 에구.. 아이들이 참, 철이 없어요. 담임이 무슨 슈퍼맨.슈퍼우먼도 아니고... 이참에 아이들 흉이나 좀 볼까요? 어제 저희 반도 말예요.. 어제따라 수업 분위기가 영~ 거시기한 거예요. 떠들고 맹~하고 졸고 자고.. 암튼 계란이 다 삶아져서 하나씩 돌렸는데 몇몇 늠들이 "저 하나 더 주시면 안되요?"(<-분명히 남은 건 샘들 거라고 말했는데도 말이죠 --+) "제건 다 터졌는데 바꿔주지요" (<-그럼 즈 담임이나 다른 샘들이 터진 것 먹어야하는데.. )암튼 그랬어요. 평소 때 같으면 제가 터진 것 먹고 마 그냥 바꿔줄 수도 있었겠지만 어젠.. 그러기 싫더라구요. 얄미워서!! 잘했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