燕尾山, '물찬 제비'처럼 제비모양의 산이 아래쪽으로 금강을 살짝 차고 오르는 모양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금강이 부여쪽으로 살짝 꺾여돌아가는 바로 그 모퉁이에 이 산이 있다. 이곳에서 오늘, 2006 금강 자연미술비엔날레가 개막되었다는 소식을 알아냈다. (도서실에 떨어진 팜플렛을 주웠다ㅋㅋ). 어제부터 은ㅈ와 임명ㅎ샘을 꼬셨는데 반응이 신통찮다. 두 사람에게 진 빚이 많아서 비엔날레도 같이 보고 저녁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별로 마음이 없어 보인다. 나야 뭐 혼자 노는 것도 좋고!

지나가는 말로 정ㅁ샘에게 같이 가겠냐고 했더니 좋단다. 선ㅎ샘과 희ㅈ샘도 같이 가겠단다. 저녁을 먹은 후, 6시 반에 모여 택시를 탔다. 시간이 딱 좋다. 한 시간 뒤에는 해가 질텐데 택시기사 아저씨 말씀으로는 그곳에선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단다. 팜플렛에 나와있는 공주 시가지가 쫙 내려다 보이는 광경은 또한 얼마나 멋지던가.

희ㅈ샘에게 '산에 간다'는 말을 미처하지 못했는데 그야말로 '산'이었다. 완만한 산이 아니라 경사가 심한. 걷기 편한 산이 아니라 이제 막 길을 내고 닦기 시작해서 돌도 많고 길이 험해 샌달 신고 미니스커트 입은 샘에게 미안했다. 산 하나를 이런 저런 전시물-설치미술들로 꾸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산이 상태가 그럴지는 몰/랐/다. 게다가 오늘은 개막식이니 뭐, 폭죽도 쏘고 작가들 구경도 할 수 있고 사람들도 뽁딱거리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썰렁했다. 그러나 사람이 없는 게 구경하기는 더 좋은 법!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숲속에 숨은 듯이 하나 둘 나타나는 작품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비전하우스 식당에서 함께 밥 먹던 그 분들! 우리가 연수 받는 동안, 그 악천후 속에서, 맨 산에  이런 작품을 탄생시켰단다. 무엇보다 '자연' 친화적인 주제와 작품 설명들이 좋았다.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편안했고 자연 지형을 이용하여 거리낌이 없었다. 너무 거리낌이 없어 자꾸 만지게 됐다. 영구적으로 보존한다는데... 그럼 안될텐데 말이다.

꼭대기 전망대. 안타깝게도 사라지는 태양을 볼 수는 없었다. 나무에 가려져서 내 짧은 키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가... --; 그러나 시원한 바람 맞으며 팜플렛 사진에서 보다 훨씬 더 멋진 전망을 만끽했다. 공주시내가 다~ 보였다. 옆의 무덤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귀신이 나와도 왠지 백제시대 귀신일 것 같아서.. ^^; 달이 뜨는 걸 보고 싶었지만 너무 어둡다.

내려왔더니 희ㅈ샘은 가고 없다. 전망대에서 우리 셋이 너무 오래 눙쳤다 보다. 미안해라... 택시아저씨 댁이 그쪽이라 거기서 작업하는 외국인들을 줄곧 볼 수 있었단다. 7월 중순,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도, 살갗을 태울 듯한 뜨거운 8월의 태양 아래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을 했단다. (거의 벗고.. 사실 그게 더 볼만했겠다. 불순한 의도 전혀 없이. 원초적 모습으로 애쓰는 인간! 얼마나 멋졌을까?)

참, 그리고 결정적으로 4천원이라는 관람료를 안 냈다. 받는 사람이 없었다. ㅎㅎ 갈때 택시비 3,600원 올 때 3,800원. 맘만 먹으면 공주는 너무 놀기 좋다.

 

오늘 수업은... 아침엔 '哲學史演習' 듣고 이어지는 교양시간엔 유명하신 강사분이 목청 높이는 짬짬이 [중국견문록] 아껴둔 몇 장 다 읽어버렸다. 오후엔 여러 선생님들 한문-한자 계발활동/방과후활동 발표 들었다. 흠...요즘 내모습 반성했다. 현실을 탓하기 보다 노력하는 모습, 되찾아야지. 무엇이든 시도해서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한문이든 뭐 또 다른 교과든 아이들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솔직히 '한문'교과가 없어진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한문이라는 학문에 대한 내 애착이나 그것의 현실적 필요성-사회생활이나, 언어생활, 아니 인간됨을 가꾸어주는 공부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이 아이들 삶을 더 척박하게 만든다면 포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에 했고 그건 깊은 고민의 결과였다. 다른 교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소위 중요과목이라는 국영수든 도구과목 혹 주변과목이라고 하는 다른 과목이든 사실 '아이들'보다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곰곰 생각하면 아이들 감성을 키워주는  예체능 과목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교과목의 중요도와 비중요도는 현실 대한민국의 상황하에서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이냐말이다.)

이렇게 내 과목, 내 학문에 대한 애착이 '교과 이기주의'로 흐르기 쉬운 것을 염려하는 맘과는 별개로 주어진 상황,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분발해야겠다. '한문' 내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유익한 여러 가지 거리들 쉽고 편하게 알려주려 노력해야 겠다. 그러나 늘 기억해야지. '내용'의 선정과 그 분량이 내 욕심은 아닌지...  아이들 입장에서 이해하려하기보다  '전달' 자제에 안달하고 있는 건 아닌지. go할 때와 stop할 때를 잘 알아서 조절하는 것, 판단력과 성실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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