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비전하우스까지 잘 찾아온 대견한 가족들... ^^ 후딱 옷 갈아입고 물건 몇 가지 챙겨서 합류~ 지난 번 신원사 다녀오던 길에 찜해둔 밥집에 가서 거하게 밥을 먹었다. 지난 주에 보고 일주일만에 보는 건데 뭣이 이리 반가운지...


금강을 끼고 내 닫는 '백제큰길'로 한 시간 가량 지는 해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풀밭에 꺼벙이들이 어미 까투리를 좇아 달려가는 게 보여 서둘러 적당히 차를 세우고 우루루 떼거지로 내려 쫓아갔지만 녀석들, 벌써 사라지고 없다. 원래 그 놈들이 그렇게 빠르단다. 빠르기도 하거니와 낮은 풀숲 사이에 완벽하게 몸을 숨기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잡을 수 없다는 엄마, 아버지 설명이다. 물가에 오면 물수제비 뜨는 건 거의 본능인가 보다. 오늘 저녁, 금강이 메워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어디서 묵을까 하다가 내일 들러볼 겸 동학사 앞에서 민박을 하자고 합의. 먼 길 달려서 찾아간 동학사 앞. 우와~ 그렇게 번화(?)할 줄이야. 민박집도 많고 주말이라 그런지 놀러온 사람들이 많다. 갑사나 신원사 앞의 한적함과 정말 대조적이다. 기와 지붕이 맘에 드는 한 곳 민박집을 잡아 들어갔다. but 무늬만 전통가옥이었다. --; 넓은 방에 창이 커서 시원하지만... 화장실과 목욕탕이 불편한데다가 밤 10시가량 되었나.. 바로 옆 민박에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놀러왔는지 게임하고 노래하고 시끌시끌 + 또 다른 민박의 피서객들이 구워대는 고기냄새, 음식냄새... 피곤했는지 가족들은 잘도 잔다. 1시까지 못 보던 TV 실컷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들 일찍 눈이 떠져서 8시반 쯤엔 민박집을 나왔다. 동학사까지 천천히 걸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장난 아니다. 푹푹 삶아댄다. 하긴 어제 공주의 최고 기온이 36도였다고 하니.. 헉헉.. 동학사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리고 이제껏 보아온 절집의 느낌-시대가 느껴지는 건물, 불상, 부도나 탑.. -은 거의 없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 도량이란다. 아뭏든 그 뒤로 펼쳐진 계룡산을 바라보며 기가 팍 죽었다. 이 날씨에 저 곳을 걸어올라가다가는 죽는 거 아닐까? 계룡산은 꼭 올라보리라 맘 먹고 큰소리 땅땅 쳐놨는데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얄궂은 포즈로 가족들이랑 사진찍고 놀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이젠 어디로? 부여로 가자고 한다. 부여... 시티투어 신청해뒀는데...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가지 뭐.


다시 공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부여로 향했다. 꼬박꼬박 졸다가 눈을 떠보니 부여! 어디지? 이래 저래 모르는 길을 물어물어 국립부여박물관 도착! 여러가지를 봤지만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금동봉황향로이다. 너무나 섬세한 공예품! 입이 쩍 벌어졌다. 늦게 나온다는 타박을 들으면서도 기념엽서 사고 둘째 조카 성재녀석 기념품 하나 쥐어서 나왔다. 연꽃이 가득 피었다는 궁남지로 향했다. 생각보다 넓다. 분홍색, 흰색 커다란 꽃송이들. 절정은 지났지만 남은 꽃이 그럭저럭 많다. 그나저나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대기에서 품어대는 볕이 장난이 아닌데 오늘 더위 먹는 거 아닌지 몰라. 헉헉~~ 마지막으로 부소산성을 돌며 여러 누각과 고란사 낙화암을 난생 처음으로 봤다. 흠... 가끔은 상상하는 행복을 오래오래 누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낙화암이야 삼천궁녀의 전설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게 사실이라면 더 열받을 나에겐 별 의미가 없기도 하거니와 이미 태종대의 기암절벽을 많이 보아온 내 눈에 흡족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를 잔뜩했던, 이름도 독특고상한 '고란사'는... --; 공사중이라 더 어수선했다. 한 가지 발견은... 부처님의 얼굴보다 더 부드러운, 대웅전 기와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계시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 일하시는 모습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어찔어찔한 이런 뙤약볕에 저런 중노동을 하시며 짜증도 안 나시나? 땀을 줄줄 흘리시면서도 농담도 하고 연신 웃으시는 얼굴... 부처님이 따로 없다. 무슨 일이든 저리 한다면 복 받을거다.


부소산성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엄마는 어제 '그 큰' 국립박물관 도느라 뻐근한 다리로 늘 제일 앞장서서 걷는다! 암튼 대단하시다. 아버지 따라 차에 남은 큰 조카 녀석이 괜히 얄밉다. 부소산성 아래 관광안내소에 들어 여러 가지 안내물들을 챙겨서 나왔다. 이젠 어디로? 마지막 남은 일요일은 공주근처를 둘러보자 한다. 무령왕릉과 공주박물관, 그리고 갑사.. 나는 벌써 다 둘러본 곳인데... ㅠㅠ 다른 곳 안 될까? 설득작업 실패했다. 다시 공주로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에 공주관광안내서에서 보아둔 '계룡백일주' 공장에 들렀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것 보다 40%정도 싸단다. 문을 여는 순간 향긋했는데... 흠흠... 기대된다.


백제체육관 뒤 쪽 주로 온천 온 관광객들을 위한 모텔에 방을 정했다. 저녁은? 시내쪽에서 공산성 조금 못 가서 공산성 기슭에 있는 작은 밥집이 생각났다. 겉에서 보기에 너무 허름해서 권하기는 좀 거시기했는데 우리 가족들은 오히려 그런 소박한 집을 좋아한다. 비전하우스 18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돈까스 먹을 기대로 부풀어 있던 두 조카 녀석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으며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실내도 넓고 깔끔하다. 올갱이 된장국인줄 알았는데 우렁된장국이다. 우렁이 먹고 한 번 크게 혼난 적 있는 엄마가 그냥 나오시려고 하니 주인 할머니 "우리집 유명한 집이에요~" 하신다. 믿고 먹어보라는 말에 주문하고. 나온 음식은 우렁된장국에 각종 나물반찬. 그리고 보리 섞은 밥을 대접에 담아주셨다. 우리 가족들이 진짜 좋아하는 나물에 된장 넣고 푹푹 비벼먹는 비빔밥이다. 게다가 삶은 호박잎까지! 공기밥을 두 그릇이나 더 시켜서 그야말고 배꼽이 빠지도록 잘~ 먹었다. 진심으로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나오는 기쁨.


비전하우스에 들러 갈아입을 옷과 이참에 부산으로 내려보낼 물건 몇 가지를 챙겨서 나오는데 날씨가 영 심상찮더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며 바람도 씽씽 불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공주대 뒷문 근처 뚜레쥬르 빵집에서 그렇게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한 시간 안에 그치기는 힘들 것 같아 비를 맞으며 빵을 사서 조명 찬란한 백제대교를 건더 숙소로 갔다.


다들 너무 지쳐 씻기 바빴다. 비바람에 번개는 여전하고. 대전 무슨 역에서는 낙뢰로 열차가 몇시간이나 지연됐단다. 형부랑 계룡 백일주 살짝 맛보고 맥주 한 캔도 나눠 마시고 '중국견문록' 조금 읽다가 잠들었다. 어느새 비 그치고 반달, 달빛밝다.


10시쯤 무령왕릉을 돌았다. 어제만큼이나 더워서 왕릉은 돌아볼 엄두도 나지 않는지 가족들은 대충 모형만 둘러보고 박물관으로 가자고 했다. 박물관에서도 늘 내가 꼴찌였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부장품들은 정말 대단하다. 진묘수...돼지를 닮은 그 상상의 동물. 무섭기보다는 너무 귀여워서. ^^ 기념픔 코너에 붙어서 있는데 두 조카 녀석이랑 언니는 탁본 실습과 찰흙을 이용한 백제 문양 본뜨기를 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른 가족들은 벌써 차로 가버리고.


어제 저녁을 잘 먹었었던 '토속식당'으로 가서 점심도 먹었다. 똑 같은 메뉴지만 질리지도 않고 참 맛난다. 갑사에는 계곡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이 진치고 있었다. 동학사 계곡처럼 물이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쉬어가기는 충분한 것 같다. 숲길을 살살 걸어 올가가서 대웅전, 우탑, 당간지주를 다시 둘러보고 내려왔다. 강냉이를 하나씩 물고 논산 개태사로!


개태사 앞에 가서야 이구동성으로 "와본 곳"이라했다. 재작년 중국어 연수를 받아야했던 나만 빼고 온 가족이 들렀던 곳이란다. 나야 재수지만. "가까우니까 나랑 같이 가자" 착한 큰 조카녀석과 엄청나게 큰 솥과 대웅전의 세 분 부처님, 팔각의 독특한 집에 모셔진 동자부처님을 모두 둘러보고 나왔다.


대전까지 태워주겠단다. 시외버스 타면 되지뭐.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족들과 헤어져 혼자 돌아왔다. 계속 졸다보니 비전하우스가 보인다. 숙소로 와서 부랴부랴 샤워하고 세탁기 빨래 돌리고 혼자 저녁 먹으면서 가슴 속이 괜히 아리~ 하다. 타지에서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 익숙해지지 않는 일 가운데 하나다. 하루라도 시간이 있었다면 부산으로 따라가 버렸을거다. 내일부터 다시 강의 들어야하고 과제도 해야하고... 에구... 이젠 슬슬 집 생각이 난다. 국립박물관, 피카소전, 인상파전, 계룡산 등반 등등 맘속으로 계획한 일정 빡빡하지만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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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8-0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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