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날씨가 너무 좋은 게 사단이다. 살랑살랑 적당히 부는 바람, 계속 내린 빗물에 완전 쾌청한 대기. 저 멀리까지 너무나 선명하게 잘 보인다. 5시 반! 좋아하는 수업 '한어문자학/훈고학/음운학' 수업을 마치고 임ㅁㅎ샘이랑 밍숭밍숭 뻘쭘한 저녁 먹고 샘은 썬크림 사러 간다고 나가시고 나는? 그래! 아직 못 가본 동학사를 오늘 떼는 거야!! 바로 택시 잡아타고 공주대교 건너 버스정류소로 갔다.

6시 20분쯤 도착했는데... 갑사 가는 2번, 마곡사 가는 7번, 신원사 가는 10번 차례대로 다 지나가고 21번은 10대 가량 지나가도 동학사 가는 버스는 오질 않았다. 역시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옆 자리 갑사에 기도하러 가신다는 아주머니, 안 오는 버스를 연신 원망하며 함께 기다렸다. 그 옆자리 "신원사 가는 버스 여기 서나요? 언제쯤 오나요?" 묻던 총각 둘, 7시 20분쯤 차를 타고 떠났다. --;; 동학사 가는 버스 21번, 접때 신원사 갈때 분명 여기서 봤는데 안/온/다. 에라 없나보다. 그냥 갑사나 한 번 더 가자. 그 좋던 저녁해도 어느덧 사라지고 7시 40분. 겨우 차를 탔다. 갑사에서 나오는 버스 시간은 8시 9시 10시란다.

도착한 시간이 8시 5분. 어쩌지? 이 차 바로 잡아타고 나가기에는 버스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기도하러 가시는 아주머니 옆에 붙었다.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자주 오는데 오늘은 정말 버스가 너무 안 와서 막차 타고 나가야겠다... 갑사 앞의 숲길은 정말 좋다. 템플 스테이 참 좋다더라. 개그 콘서트 나오는 황마담은 마곡사에서 템플 스테이 했는데 울면서 들어가서 웃으며 나오게 된다는 주지 스님 말씀이 딱 맞다고 그러더라. ... 그냥 나랑 같이 기도하고 10시 막차 타자... '  이런 저런 이야기를 처음 보는 내게 술술 하신다. 반달에 약간 못 미치는 초생달 떴다.

사천왕 앞에서 아주머니 따라 절을 했다. 캄캄한 길, 혼자 걸어나오려니 왠지 약간 겁이 나서 기도를 하게 된다. 나무 의자에 앉아 조금 쉬다가 아주머니와 작별하고 혼자 대웅전 들어가서 절을 했다. 절만 했다. 기도는 여전히 잘 안 된다. 기도를 해야하는데... 돌아나오는 길엔 그나마 얇팍하게 남았던 빛도 사라지고 저만치 떨어져 있는 가로등 불에 의지해서 혼자 걸어나왔다. 약간, 아주 약간만 무서웠다. 부처님께 절하고 나오면서 또 사천왕상에 절했다. 무서우니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다.

8시 45분. 빨리 걸었나보다. 커피 한 잔 빼어들고 무심결에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지상의 불빛이 잦아드니 하늘의 무늬가 선명해졌다. 손톱달 사이로 별들의 무늬 빼곡하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빼어내 달과 별과 산과 들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고 문득 귀에 바람 많이 쇠면 입이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사샘 말이 생각나서 얼른 손바닥으로 귀를 덮었다. 거름냄새 뭍어나는 바람도 좋고 아주머니 승객과 버스기사 아저씨가 두런두런 주고 받는 이야기도 좋다.

9시 20분. 겨우 20분 걸려 공주대교 앞에 도착! 걸었다.  달을 등지고. 금강 주위엔 오늘도 많은 공주 民들이 걸어다닌다. 많이 줄어든 금강 물소리 콸콸, 가을벌레 소리 찌르륵. 공산성 위에 손톱달 작지만 환하다. 비전하우스 돌아온 시간 9시 45분. 이렇게 걸으니 허리도 덜 아프다. 잘 먹고 잘 잔다.

사실 내일은 공식적으로 '나들이' 가는 날이다. 연수받는 샘들과 교수님들과 윤증고택이랑 대둔산 계곡으로 놀이 간다. ㅎㅎㅎ 과제가 서넛 있고 시험도 있지만 그나마 시간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놀아야지. 그런데 오늘, ㅇ주가 아파서 걱정이다. 에어컨 때문에 감기 기운이 있는데다가 엊저녁 먹은 것이 안 좋다고 하더니 병원에서 영양제 맞고 있다고, 교양강의 대출 좀 해달라고 부탁문자를 넣었다. 왠만해서는 수업을 빠질 아이가 아닌데 정말 많이 아픈가보다. 그 몸으로 또 그 빡씬 오후 수업은 다 들었으니. 그러도 자료 찾는다고 또 도서관 갔다. 흠... --; 내일도 갈 거라는데... 걱정이다. 오늘 종일 굶고 약 먹고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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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8-0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사 가는 첫 버스는 6시 반! 공주대교 앞 버스 정류소이고
동학사 가는 같은 장소에서 하루에 세 번 있단다. 알아보는 전화번호는 041-854-3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