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낮에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저녁 샤워를 하고나니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그리워졌다. 방짝지샘이 내미는 과자와 참외가 '안주'스러워서 갑자기 더 땡겼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근처를 뺑뺑 돌며 가게를 찾다가 터미널까지 가서 캔 세 개랑 술 못 마시는 이들을 위한 음료 두 병을 사가지고 돌아온 시간이 10:30 집에 안 내려간 옆방 샘들께 음료랑 맥주를 내밀었더니 우리 방으로 오셨다. 같은 층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내려가는 바람에 무섭다는 지리과의 '귀여운' 샘 한 분도 올라와서 다섯 명이 되었다. 홀짝홀짝 한 캔을 거의 다 비웠을 즈음 샘들에 대한 이런 저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얼마전 9반에 전학왔다가 그 반 아이들의 '위장전입'신고 때문에 결국 다시 그 학교로 재전입하게 된 '난ㅇ'가 다니는 학교의 지구과학 샘도 있었다. 우와!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죄짓고는 정말 못 살겠다. 인간관계에 좀 신경 써야겠다.  강원도 삼척의 물리샘은 다니던 태권도 학원의 사범과 결혼하여 임신 5개월 중이었고, 활달한 지리샘은 방친구샘과 같은 울산에서 왔단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시계를 보니 12:30! 샘들이 다 돌아간 후 방짝지샘이 아까부터 미뤄왔던 무서운 이야기를 단 한 마디로 해주었다. "이 건물 옥상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에요~~" 흠 --;;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남잔지 여잔지, 언제 그랬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잠들었다. 이 건물... open한 지 얼마 안 된다.

평소에도 잘 자지만 알코올 들어가면 거의 시체수준이라 눈을 뜨니 8시 5분. 8시 반까지 아침준다는데... 얼렁 씻고 나와 시계를 보니 27분. 평소에도 아침 굶는데 포기할까? 하는데 방짝지샘이 벌떡 일어나더니 밥 먹으러 간다며 나가신다. 어라~ 지금 가도 되나보네. 스킨로션만 바르고 머리를 산발한 채로 부랴부랴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구과학 샘 만났다. ^^; 배식을 하고 자리에 앉는데 물리샘도 그제서야...

방으로 올라와 준비해서 바로 나섰다. 흠.. 공주시 시티투어 대기자 명단에 1순위로 이름을 올려두었으니 어쩌면 내일 공주는 다 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뭘하나?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볼까나? 어떻게? 시내버스타고!! 공주대학교 앞에는 유일하게 8번 버스만 다닌다. 마침 8번 버스 한 대가 휘익 지나간다. 편의점에 들러 '한겨레 신문'을 찾았지만 없다. --; '한겨레21'을 들고 버스를 기다렸다. 안온다. 기다렸다. 흠... 지겹게 안온다. 기다렸다. 시외버스터미널 앞 정류소로 걸어갔으면 벌써 버스 탔겠다. 기다렸다. 안.온.다. 오기가 슬슬 생기기 시작한다. 버스 기다릴 때 내 슬데없는 오기는 한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20분~30분을 더 기다리기도 하는 무모함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정말 쓸데없는 오기지만 나는 기.다.렸.다. 10시 30분!! 버스를 타면서 기사아저씨게 여쭤봤더니 학기 중에는 20분마다 한 대씩 운행하지만 방학 때는 40분에 한 대씩 다닌단다. 너무해요~~. 

자리에 앉았다.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좋다. 공주대교를 건너 시내쪽으로 갔다가 시청쪽으로 갔다가.. 삥 돌아 다시 공산성 연문 앞을 돌아나와 다시 시내쪽.. 공주대교를 건너고 내가 공주대 비전하우스 앞에 내린 시간은  11시. 버스 기다린 시간은 40분인데 버스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돈 시간이 30분이다. 헐~~ 적어도 한 시간은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비전하우스 뒤 산책로 벤치에 앉아 [답사여행의 길잡이]를 설렁설렁 읽었다. 12시에 점심 먹으러 식당에 내려갔다가 방짝지샘을 만났다. 걸어서 무령왕릉까지 갈거라고 했더니 자기 차로 같이 가잔다. 나야 좋지요~~ 가는 길에 샘도, 나도 가벼운 티 하나씩 사고 무령왕릉과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섬세한 공예품들. 책을 조금 읽고 와서 그런지 눈에 쏙~ 들어왔다. 거리도 유적지도 박물관도 모두 어찌나 조용하고 한적하고 깨끗한지 늘 번잡스러운 부산에서는 꿈도 못 꿀 분위기다. 짝지샘이 내친김에 갑사 앞에 가서 파전에 동동주나 한 잔? 나야 정말 좋지요~~

지도를 못 읽는 나 때문에 겨우겨우 갑사를 찾아갔다. 5시에 도착! 앗 입장료가 쓸데없이 너무 비싸다. 7시이후로는 이 사람들 퇴근한단다. 파전이랑 동동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6시 30분쯤 가벼운 산책을 하며 매표소 앞에서 7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드뎌 그들이 퇴근하고 우리는 무사통과! 뉘엿뉘엿 지는 해에 싱싱하게 잘 자란 키 큰 나무들. 대웅전 근처를 돌아보고 그 유명한 보물 256호와 257호인 부도와 철재당간지주를 보고. 잘 가꾸어진 산책로를 통해 슬슬 내려왔다. 해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차를 몰아 귀가한 시간 8시 30분~~ 정말 알차게 잘 논 하루였다. 내일도 잘 놀아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6-07-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럼 혹시 룸페이트 샘은 음주운전을??

해콩 2006-07-2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지 샘은 거의 안 마시구요... 저만 벌개져서는 부끄러웠어요~ 홍홍홍 *^^*

sooninara 2006-07-2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으셨네요. 공주는 친정아버님 고향쪽인데도..
안가게 되네요. 아이들 데리고 탐사여행 가야할텐데..
잘 읽고 갑니다.^^

해콩 2006-07-23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 좋은 곳
1. 무령왕릉
2. 국립공주박물관
3. 공산성 걸어서 한 바퀴
4. 우금티 동학혁명군위령탑
5. 갑사/신원사/동학사를 아우르는 계룡산 자락
6. 마곡사
이 정도밖에 못 가봤어요. 신원사, 동학사, 계룡산도 못 가봤지만... 유명하니까.ㅋㅋ
오시면 일단 공산성 매표소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공주관광지도를 얻으신 후에 움직이시면 좋아요. 거기에 다~~ 나와있더라니까요.
갑사는 시내버스 2번을, 마곡사는 7번을 타시면 좋구요, 공주시내를 한바퀴 슬쩍 둘러보거나, 우금티 동학혁명군위령탑, 무령왕릉, 공주박물관, 곰나루솔밭을 둘러보시려면 8번을 타는 것이 좋더군요. 참참!! 버스가 자주 안 와요. 배차간격이 기본 40분은 되는 듯. --; '백제'에 오셨다 생각하고 시간의 흐름을 즐기게 되면 그 '기다림'도 별 것 아니던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