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수는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교육개혁'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각국의 교육개혁을 비됴로 보여준다하길래 꿀꿀한 수업보다 그게 낫겠다 싶어 기대하고 봤다가 한 시간 내내, 아니 그 다음 수업까지 영향을 미쳐서 네시간 내내 암울우울불쾌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교육개혁이라니! 개인이 국가를 위해서 그 인생을 바쳐야한다는 말인가? 개떡같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이다. 프랑스의 무상교육, 독일의 실업교육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미국의 '어릴 적부터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길러주기 위해 성조기를 교실 앞에 내다걸고 있다'는 그 놈의 말 같잖은 교육적 효과 운운에 입이 떡 벌어지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나도 모르게 욕이 흘러나온 이후로는 더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에 그렇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길러주어야한다고? 내가 느끼기엔 '자국에 또는 자기에게 이익만 되면 무슨 짓이든 해라~' 이것이 미국의 교육이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미국의 교육을 본받자는 건 아이들에게 '힘'만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어려운 사람은 진심으로 도와주고, 친구랑 싸우지 말고, 행여 힘쎄다고 못 살게 구는 아이가 있으면 여럿이 함께 잘못을 지적해주라'는 유치원,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은 다 거짓말이었단 뜻?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누구 나랑 생각이 같은 사람 없나요? 소리치고 싶다.

木川 교장샘 두 번째 강의가 있었다. 이런 저런 딴생각 하면서 우리반 '수ㅈ랑 민ㅈ이 따라서 봉사활동이나 함 다녀와야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반 아이들은 담임을 닮아간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우리반 아이들이 나를 닮으면?... 예쁘겠네... ㅋㅋ 사실 녀석들이 나를 닮아서 가끔 감당하기 힘들다. 불만을 참거나 숨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서 이쁘기도 하다. 그리곤 또 혼자 딴생각 열나 하는데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이며 '1년에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13,500여 명, 하루 36명, 2시간 당 세 명'이라는 말도 들렸다. '자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난에의한 자살과 청소년들의 성적비관 자살은 국가에 의한 타살과 같다'는 생각과 '보기에 따라선 죽음도 삶의 하나의 형태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삶의 또다른 형태인 죽음을 선택한 개인을 존중해주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교사로서 너무 위험한 발상일까? 그렇다면 일제시대 열사, 의사들의 자발적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교장샘은 인정해줄 만한 부분이 있다. 여름방학 아이들을 데리고 야영을 가겠다는 교사 (3명이 있다고 했다)에게 응원과 함께 '출장'처리는 해주었단다. 그 학교 아이가 얼마 전 암으로 투병하다가 운명을 달리했는데 영안실에서 밤을 샜단다. 학생부장이 '흡연측정기'를 구입하여 담배 피고도 안 폈다고 거짓말하는 아이들을 잡자고 했을 때 '그렇게 아이를 몰아부쳐서 어쩔려고 하느냐? 그럴 때는 그저 속아주는 것도 교육이다'라고 하며 안 사주었단다. 내가 아는 어떤 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학생부장이 들이닥쳐서는 평소 찍어두었던 아이들 몇몇에게 소변검사까지 해서 '흡연'여부를 가려내려고 했다고 한다. '인권'은 커녕 '수업권' ,이나 '학습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도 없는 학교풍토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 교장샘은 '상식'은 있으신 것 같다. 우리가 교장샘들에게 바라는 것,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상식을 가지신 분이면 된다. '상식있는 관리자와 함께 근무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것이 나의 소박한 희망이다. 그러나 이 '소박함'은 현실에 있어서는 과도한 욕심임을 나는 몇 번의 경험으로 징하게 배웠다.

공산성에 다녀왔다. 중간에 길을 잃을 뻔했다. (나는 어디서나 길을 잃을 뻔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ㅋㅋ) 갈 때는 금강을 따라 다리를 건너 걸어서 갔는데 올 때는 택시를 탔다. 저녁 먹을 시간이 넉넉했다면 해를 등지고 천천히 걸아왔을거다. 그놈의 밥 때문에. 암튼 택시기사 아저씨 정말 친절하시다. 6시에 문을 닫는 무령왕릉과 박물관을 먼저 보는 게 좋다는 정보와 함께 금강이 왜 금강인지, 계룡산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등등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셨다. 내일도 일찌감치 아침먹고 공주시내를 걸어다닐까 생각 중이다. 등산화가 있다면 동학사, 갑사를 거쳐 계룡산을 걷고 싶은데... 비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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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7-2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로 지겨운 교직수업이 끝났고, 오늘부터 전공, 그것도 현직교사에 의한 사례연구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나 지역 분위기도 부럽고...국궁도 직접 쏘아봤답니다~~ 제법 과녁 근처까지 화살이 시원하게 날아가서 만족하구요^^
제 짝인 선생님이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이라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전라도 출신이면서 경상도에 있다가 경기도로 오신 분인데. 오늘도 거침없이 교재를 두고 가시더라구요^^ 사례발표수업은 시험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냥 수업중에 고개 숙이고 노트에 열심히 정리해가면서 교직 공부하는 교사들도 몇몇 있어거든요.
상식있는 관리자와 일하고 싶다->200% 동감하는 말입니다. 오늘도 짝과 이 얘기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해콩 2006-07-2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교정 산책을 마치고 30분 정도 빨리 강의실에 도착했더니 몇몇 샘들이 저보다 일찍 오셔서는... 꺄약~ 교재를 보고 있는 거여요. 저는 씩씩하게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꺼내 읽으며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샘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삐딱한 학생, 제가 딱 그런 학생이더군요. 이렇게 쉽게 입장이 바뀔 줄 왜 진작 몰랐을까요? 그 녀석들에게 미안해지는 거 있죠? -,.-

BRINY 2006-07-2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찌감치 도착해서는 [방각본 살인사건]을 열심히 읽었답니다. 점심시간에는 교내 산책도 하고요. 여기는 산중턱에 있는 학교라 계곡을 이용해서 작은 공원을 만들어놨더라구요. 오리도 있고, 올챙이도 있고, 개도 있고, 오리 모이를 열심히 빼돌리는 들쥐도 있고~ 자연관찰 오랫만에 즐겼답니다.

글샘 2006-07-2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BRINY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상식있는 관리자와 일하고 싶다... 그것이 이 나라 공적 기관의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몰상식한 관리자가 지배하고 있는 국가의 총체적 위기...
글쎄요. 과연 그런 관리자와 근무할 날이 오기나 할는지... ㅋㅋ
선생님들의 땀방울이... 그저 힘든 땀방울인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좀있다 전공 들어가도 마찬가질겁니다. 점수... 그놈의 점수...

2006-07-21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07-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샘샘 ^^; 고쳤습니다.
그리고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이 책의 샘 리뷰에 달아둔 제 댓글 확인해주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