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볕이 참 좋네요. 눅진한 장마 사이, 잠깐의 소강상태... 학교도 조금 있으면 여름방학이라는, 조금은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으로 접어들 듯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충수업으로 반쪽짜리 방학을 나야하겠지만요. ^^

 

 지난 6월엔 달마다 부모님께 보내드리던 편지를 빼먹었습니다. '6월에 학교 일이 더 바빴나?' 생각해보니 지난 3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편지드렸던 걸 생각하면 제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나 싶어 혼자 부끄럽기도 합니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아이들도, 저도 이제 웬만큼 서로에게 적응이 되어 원만하고 무난하게 한 달을 무사히 넘긴 이유도 있을 듯 싶구요. '어 벌써 6월이 다갔네~' 이런식으로... ^^; 물론 지각, 청소, 보충, 야자 등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일상적인 일로 아이들이랑 늘 티격태격대긴 합니다만 이런 작은 다툼들도 거의 익숙한 습관처럼 흘러갔나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6월 7일 있었던 제 '수업연구'입니다. '수업연구'란 교과별로 돌아가며 수업지도안 등을 만들어 교장, 교감 선생님, 같은 교과선생님, 또 관심있는 다른 과 선생님들을 초대(?)하여 교사 자신의 수업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교사 연구활동의 하나입니다. 올해 국어과에서는 제가 하기로 하였는데 아이들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당연히 저희반 아이들이랑 해야겠다 생각했지요. 수업의 내용은 [절기 song]이었습니다. 24절기를 동요 '이슬비'  곡에 맞추어 노래하며 율동까지하는 모둠별 수행평가이지요. 늘~ 명랑쾌활, 생기발랄한 우리반 녀석들... 교장, 교감선생님등 손님들이 거의 15분 가량 교실 뒤에 포진하고 계셨는데도 하나 쫄지 않고 어찌나 평상시처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지... 수업을 진행하는 저 역시  '손님'들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다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수업을 할 수 있었답니다. 한 분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하여 아이들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 동영상으로 찍어놓은 것이 있는데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솔직히 혼자보기 아깝거든요. ^^

 

 지난 6월 마지막주엔 꼬박 5일동안 아이들은 기말고사를 봤습니다. 학교에서는 하루라도 더 시간을 주면 공부할 시간이 많아 아이들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고, 사실 결과가 그렇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의 학습노동과 심리적인 부담이라는 건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하지요.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 가득하지만 담임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야 아침 자습시간에 들어가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주고, 시험 마지막 날, 아침 굶었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작은 빵조각 하나씩 나눠주는 것이 전부였답니다.

 

시험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4교시 HR시간에 '무서운 이야기'대회를 하면서 함께 재미나게 놀아보려했는데 성적확인하랴, 7월 자리 배정 다시하랴... 이런 저런 일들로 바빠 다음으로 미루어버렸답니다. 방학 전에 하루 날을 잡아 '무서운 이야기 대회'는 물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려고합니다.( 이 편지를 부모님들께 전할 즈음엔 이런 저런 학급 행사들에 대한 결과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방학조차 쉽고 편안하게 보내도록 가만히 놓아두지 못하는 것이 담임의 노파심인지 요즘은 아이들 방학숙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43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다이어리 형식의 유인물을 나눠주고 짤막하게 정리해오도록 하는 숙제와 넉넉한 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 감성을 깨울 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숙제를 잘 해오는 사람에게는  푸짐한 상을 주겠노라고 광고도 짱짱하게 할 계획인데... 글쎄 아이들에게 제 '당근'이 효과가 있을까요? ^^ 사실 담임의 숙제 말고도 애살 많은 여러 선생님들의 방학숙제와 수행평가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데... 불쌍해요~ ㅠ.ㅠ

 

보충수업을 하지 않는 녀석들에게는 다른 숙제가 더 있답니다. (미리 예고하고 약속까지 받긴했지만 아이들의 저항이 있지싶어 쪼~끔 걱정됩니다.) 교과서의 수학문제 풀어오기와 영어단어 20번씩 써오기!! 문학과목 숙제도 내려고 했는데 수행평가로 독후감쓰기가 이미 계획되어 있더군요. 부모님께서도 바쁘시겠지만 아이들의 여러가지 활동들 함께 해주시고, 짬짬이 숙제도 챙겨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요녀석들에겐 방학공부 계획표와 개인적인 다짐, 각오를 따로 받아두려고 합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흐트러지는건 어른들도 당연한데 아이들에게 100% 실천하기를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겠지요? 담임의 부담스러운 눈째림 때문에 처음의 결심들이 조금이라도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동봉해드리는 1학기 성적표가 대입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중간고사/ 수행평가/ 기말고사를 합산 산출한 성적이거든요. 대학과 학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과목의 등급을 요구를 합니다. 그러나 문학, 수학, 영어, 그리고 사회문화와 윤리 과목은 인문반 학생들에게는 거의 필수가 되는 과목이니 특히 꼼꼼하게 챙겨봐주시기 바랍니다. 걱정스러운 과목은 2학기엔 특히 더 신경써야합니다.

 

사실 공부나 성적보다 더 당부드리고 싶은 건 방학동안 아이들 건강을 추스려달라는 것입니다. 치과, 안과.. 과민성대장염, 변비, 요통, 빈혈 등등 요즘 아이들.. 참 아픈 곳도 많습니다. 학기 중에 아이들 병원 보낼 때마다 일일이 '담임 허락을 받아라'하는 상황이 참으로 민망스러웠답니다. 몸이 아픈데도 맘대로 하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더라도 방학동안만이라도 몸도 마음도 좀 편안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집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정성어린 밥으로 반 아이들 모두 더 씩씩하고 단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방학 중엔 저도 공부를 해야한답니다. 7월 18일부터 8월 22일까지 공주에 가서 제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연수를 받기로 되어있습니다. 아이들보다 더 가혹한 보충수업이지요. 편지를 보내주면 답장을 하겠노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두었는데 과연 몇 통쯤 받을 수 있을까요? ^^ 부산에 내려오게 되면 아이들과 번개(갑자기 연락해서 만나는 것)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담임이랑 하루 정도 놀아도 괜찮겠지요?

 

방학을 일주일 정도 남긴 요즈음, 아이들은 우짜든동 수업 한시간 정도 띵궈보려고 애를 씁니다. 지각도 늘어나고 보충, 야자도 이런 저런 껀수로 빠지려고 애 쓰는 게 눈이 보이지요. 아이들 마음이 일면 이해가 되기도하여 시종' No'를 외쳐야 하는 야박스러운 담임 노릇이 힘에 부칩니다.^^;

 

여름 장마 마음만은 상쾌하게, 장마 후에 올 땡볕 더위에도 여전히 유쾌하게, 이 여름 잘 보내시고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면 다시 편지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06. 7. 7. 후덥지근한 교무실에서 10반 담임 드림.

 

 * 아참, 함께 넣은 읽기 자료 '아이와 통하시나요?'는  자녀와 대화하는 법에 대한 것입니다. 읽어보시면 아이들과 좀 더 부드럽게 대화하시는 데 도움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쪽에 '나는 자식과 얼마나 대화를 잘 하는 부모일까' 스스로 테스트도 해보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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