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박기범씨가 쓴 [엄마와 나]라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주 소박하고 솔직한 일기형식의 글모음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삶과 글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샘들과 나누는 이 일기장과, 우리반 아이들이 돌리고 있는 일기장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우리반 일기장! 지금쯤 어디를 헤매고 있을지.. 처음부터 아이들도 일기쓰기에 대해 시큰둥하여 별시리 챙기질 않고 학년 초 '이것만은 꼭 함께 써보자'며 애걸하던 담임마저도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다.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을 우리반 일기장... 가출하거나 실종되지나 않았는지... 오늘 꼭 챙겨봐야겠다.


나도, 아이들도 기말고사를 다 끝내고 이제 학기말이다. 조금 있으면 방학(앗싸~)이고... 한 학기 돌아보는 학급활동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계속 생각이 맴을 돈다. 맴만 돈다. --;


엊그제 토요일은 '무서운 이야기'대회를 해볼까 했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조에 '매점 상품권'을 쏘겠노라고. 그러나 한 달에 두 번 있는 HR 시간엔 할 일이 너무 많다. 학생부에서 실시하는 흡연실태조사를 하고, 기말고사 교과목 성적 확인을 하고,  또..  7월 자리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하고... 간만에 녀석들을 일찍 보내주려고 틈틈이 교실이며 복도, 계단, 화장실 청소를 시키다보니 마치는 종이 치고 또 5분을 넘겨버렸다. 늘 이렇지...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 대회 안 해요?" 하며 조르고. 하는 수 없이 일과 중에 진도가 빠른 과목 한 시간을 빌려서 하자고 했다. 장마기간이니 으스스하게 비 오는 날 잡아서 다같이 소름 쫙쫙~끼치면 재미있겠다. 뭔가 주전부리도 있으면 좋겠는데... 무서운 이야기엔 어떤 군것질이 어울릴라나???  학교 앞에 강냉이 공장이 있긴한데...


아무래도 한 학기를 정리하는 활동으론.. 이건 부족한 것 같다. 한 학기동안 열심히 생활한 아이들에게 상을 주고 싶은데... '청소' 말고 어떤 내용으로 결정해야할지 모르겠다. 상품은 벌써 주문해두었다. 대안생리대를 선물로 줄거다. 이거 나도 두어 개 사용하고 있는데 양이 적을 때는 참 좋다! 아직 '용기'가 안 나서(이걸 사용하기엔 나름대로의 결단이 필요하다) 100% 이걸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도 한 번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암튼 고민 중이다.


ㅈㄱ샘의 '강렬한' 일기를 읽고.. 고질적인 반성이 도졌다. "나는 과연 스스로를 노동자라 자각하는가"라는 노동자로서 교사인 나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 사실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노동자가 맞는지.. 내가 교사는 맞는지.. 이건 '노동자'를 그리고 '교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쉽지 않다. 아무튼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3권을 당연히 가르치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그래야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헤매는 나같은 얼치기 노동자를 줄일 수 있을테니까.


찌찔찌찔 비가 온다. 장마는 언제쯤 끝이 날까?

뭐 이런 날씨도 나름대로 좋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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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7-05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가 노동자가 아니었던 이유는 뭘까요?
노동자들은 이 사회에서 아웃사이드로서 천시당했고, 늘 해고의 위기에 직면했는데, 교사는 그렇지 않았죠. 교사는 기득권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존경받는 지위를 점했고, 철밥통이어서 아직도 인기랍니다. 노동자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그렇지만, 이제 사회적 멸시와 해고의 위기가 닥칠는지도 모를 세상이 되었습니다.
얼치기 노동자가 아니라, 정말 노동자가 될 날이 머지 않은 느낌.

해콩 2006-07-0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때가 되면 저도 정체성을 확실히 찾을 수 있겠군요.
그럼, 교원평가와 성과급 차등지급을 받아들여야하나? @.,@

글샘 2006-07-1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아들이지 않아도... 오고야 말 것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란 것은, 질서가 흐트러지는 쪽으로 흐른단 것이지요.
철밥통은 흐트러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