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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상 포 인 트
―노동사상과 자유사상
「전등록」에 보면 이런 얘기가 하나 전해오더군요. 옛날 중국의 백장화상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밭갈이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답니다. 제자들이 이를 염려해서 농기구를 감췄더니 “하루 일하지 않았으니 하루 먹지 않는 게 당연하다”면서 공양을 드시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며칠을 그리하다가 제자들이 농기구를 내드렸더니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와 맛나게 공양을 드셨다는 일화입니다. 말하자면 일하는 불교, 노동하는 삶을 강조한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두고두고 이 얘기를 좋아합니다. 그렇지요. 일하는 사람만이 먹어야하고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야 이른바 정의로운 사회,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칸트는 한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았지만 세상 모두를 가슴 속에 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열린 정신으로 세상을 살았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자유란 〈밭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았지만/밭에 얽매인 적인 한번도 없었다〉라는 구절 속에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규범과 질서를 지키면서도 그에만 기계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것, 얽매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큰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 그런 자유자재로운 경지가 바로 자유의 참뜻인 것입니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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