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돼지발정제를 마신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우리도 이미 마신 건지 몰라. 단지 아직 5분이 지나지 않았을 뿐이지. 신정(新正) 때 집에서 혈투가 벌어졌어. 유산이 문제였지. 할아버지가 물려준 임야가...... 졸지에 개발 지역이 되었나봐. 그게 화근이었어. 못 준다, 내놔라. 온갖 욕이 오가고 주먹질이 오갔지. 어머니가...... 싸움을 말리다 쓰러지셨어...... 막내삼촌은 눈을 다치고...... 결국 재판을 할 모양이야. 이해할 수 없는 건 우리나 삼촌이나 다들 먹고 살 만한 집들이란 거야. 실은 남부럽잖은 집들이지...... 난 말리지도 않았어. 다들 미쳤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 눈빛들은...... 집접 보지 않고선 설명할 길이 없어..... 없다구.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다들 그런 거야.  다들! 다들 돼지발정제를 마신 것처럼 땀을 흘리고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어. 아무래도 놈들이 원하는 건 돈과의 교미가 아닌가 싶어. 이미 마신 이상은...... 그 끝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대학을 간 것도 다 그걸 마셨기 때문이야.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좀더 시간을 흐르면 알게 되겠지. 여하튼 땀이...... 나고 숨소리가 거칠어질테니까. 내가 왜 이러지? 난 결백해...... 하며 똑같은 짓을 하게 될거라구. 분명해. 그래. 분명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걸 먹였어. 우리가 마셔온 물에, 우리가 먹어온 밥에, 우리가 읽는 책에, 우리가 받는 교육에, 우리가 보는 방송에, 우리가 열광하는 야구 경기에, 우리의 부모에게, 이웃에게, 나, 너, 우리, 대한민국에게...... 놈은 차곡차곡 그 약을 타온 거야. 너도 명심해. 그 5분이 지나고 나면, 우리도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지 몰라......

-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겨레 신문사, 2002, 181~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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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7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05-0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님.. 죄송해요. 이 글... 제가 쓴 게 아니구요.. 저어기..위에 수정한 것처럼.. 이랍니다. 죄송.. 글이 너무 좋아서요. 밑줄 긋기 한다는 게 그만..^^;

2006-05-08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