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글샘 > 학생들의 머리를 잘라야 할까?
학생들의 머리카락에 구체적인 교칙을 제정하고 단속하는 학교는 외국의 사립학교를 빼고는 드물는지도 모르겠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두발 단속을 인권 침해사례로 발표했다.
1. 역사적 고찰
1981학년도까지는 당연히 일제시대처럼 빡빡머리 남학생과, 귀밑2센티 여학생 머리로 정리된다. 여고생은 꽁치머리도 있었다.
1983년 전두환 일당은 88올림픽을 겨냥하고, 박정희 신드롬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전국의 모든 학교에 사복을 입도록 교복과 두발 규정을 폭압적으로 폐지한다. 학교에서 학도호국단도 사라지고 학생회도 부활되었다. (그렇지만 그 지랄같던 교련 사열은 조금 완화되었을 뿐, 그대로였다. 껍데기는 조금 바뀌지만 알맹이는 그대로란 소리. 86년 전방 입소 거부와 87년 교련 반대 투쟁 등으로 교련은 점차 사라진다.)
1989년 이후, 올림픽이 끝나자 <교복 자율화>는 끝났다. 각 학교 교장들은 교복을 입히고, 그러면서 저절로 두발 규정도 생겼다. 제복을 입는다는 것은 그 외의 액세서리나 용모에도 당연히 규제가 있게 마련이다.
2. 학생의 입장
1990년대 초, 교복을 입는 학교와 자율복을 입는 학교가 반반일 때, 입장은 치열했다.
교복 입는 학교는 교복 벗고 싶다고 했고, 사복 입는 학교는 예쁜 교복을 입고 싶어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교복을 지정해 입고 있다.
일제시대의 교복을 탈피했으나, 남학생은 정장에 넥타이, 여학생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중반부터 no-cut 운동 등으로 인터넷을 통해 고발도 하고, 학교 홈피에 또는 교육청 홈피에 올려 보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깎고 있다.
열공 모드인 학생들은 헤어 스탈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학교는 열공 모드인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므로(반장도 열공 모드, 수업 시간에도 열공 모드만 인간이다. 그리고 밤 10시까지 자습하고 12시까지 학원 다니는 생활은 열공 모드일 수밖에 없다.) 두발 규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열공 모드를 지나치게 탈피하려는 자유형 학생의 경우, 길거리로 나서면 얼마든지 탈선의 길이 열려있다. 여학생의 몸을 사려는 파렴치한들로 길거리는 붐비며, 덩치 큰 고교생에게 담배를 팔지 않는 편의점은 거의 없다. 이런 자유형 학생들에게 두발 규제는 '생활지도의 미약한 한 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은 정말 절실하게 두발 규제를 풀고 싶어한다.
절반 정도의 학생은 이도 저도 아니지만, 사실은 청소년이기 때문에 마음은 자유형이다. 이준기 머리가 하고 싶지, 원빈의 빠박이 머리는 별로 안 하고 싶을 것이다.
3. 교사의 입장
교사는 사실 아무 입장이 없다.
교복때문에 규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율화하자고 하면, 절반 이상은 항상 규제해야 한다에 손을 든다.
4. 당국의 입장
당국도 개코도 관심 없다. 단위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무식한 청소년들이 교육청에 신고하지만, 교육청 공무원들은 정말 허섭쓰레기같은 공문들만 가지고도 순직하는 사람들이다.
5. 학부모의 입장
학부모는 교복을 입히는 것은 단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복 안 사서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기 아이가 머리 깎여 오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생길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아이가 머리를 교칙에 맞게 단정하게 깎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학교의 과도한 단속과 아이의 고집불통 사이에서는 아이 편을 들게 된다. 제 자식 이기는 부모 없으니깐.
사실, 두발 자율화 문제는, 사회 전반적 억압의 구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두발의 문제는 단순한 두발이 아닌, 교복이란 유니폼의 문제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문제는 교복은 그대로 두고, 두발을 자율화 하려니 뭔가 모양새가 안 난다는 것이다.
교복을 없애면 된다. 그러면 두발이 저절로 자율화 된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졸업식 날, 아이들이 교복을 발기발기 찢어대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요즘 아이들'을 욕하는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이 미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 요즘 아이들은 정말 피곤하다. 끝도 없는 경쟁의 나락으로 초등학생부터 투입된다.
교복을 입으면 깔끔할 수도 있지만, 아이의 자율성을 짓밟을 수도 있다.
하긴, 요즘 아이들에게 자율성 운운할 권리가 있는지를 나는 평가할 수 없다.
교사-학생 관계는 1차적 관계일까? 2차적 관계일까?
가족같은 관계라면 머리를 깎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계약 관계라면 두발 단속은 인권 침해다.
이제는 2차적 사회임을 분명히 해야하지 않을까?
소수의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몸을 팔고(이런 것을 구조적 문제라고도 하지만, 그건 개인적 문제일 수도 있다.), 담배를 사고 한다고 해서,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교복과 두발이란 규제를 행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다.
이런 말을 하면, 선진국 일본도 교복을 입는다고 핑계를 대겠지.
난 교육 관료들이 선진국의 좋은 점을 배우는 꼬라지를 본 적이 없다.
선진국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훨씬 열린 사회다. 거기도 물론 공부에 찌들려 도쿄대학에 목매단 학생들은 두발같은 데 관심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만 해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12시까지 공부하라고 하진 않는다. 그리고 교사는 명백한 2차적 관계다.
교사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
공부도 잘 가르쳐야 하고, 대학 입시 제도의 진흙탕에서 아이를 제대로 찍어서 보내야 하고,
머리도 깎여야 하고, 지각생 손바닥도 때려야 하고...
지금은 전후 50년대가 아니지 않은가.
투표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몇 분의 의견만이라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