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 요가샘이랑 이야기하다가 조금 늦게 나와 올려다 본 하늘... 먹빛이다. 돌풍까지!  아침마다 이렇게 바람을 맞으니 요즘 헤어스타일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완죤 바람머리다. --; 기다리고 있던 카풀 차에 냉큼 올라 타서 요상한 요즘 날씨 이야기, '욱' 하는 내 성질 이야기.... 이런 저런 학교 이야기들...

"이젠 꽃도 다 졌고 터널로 가도 되겠어요 ^^" 미안한 맘에 어제 카풀샘께 이야기했더랬는데 여지없이 오늘도 산길로 접어든다.  속으론 무진장 '좋아라~'...

화사했던 벚꽃도 거의 다 지고 잎 돋은 가지 안타깝게 잡고 있는 몇몇 꽃잎들이 애처롭다. 꽃의 계절은 가고 이젠 서서히 잎들이 살아오는가.... 산 길 한 굽이를 넘어가니 가을 서리처럼 바닥에 쫘~ 깔린... 저것은? 아! 남아있던 벚꽃 이파리들 바람에 날려 도로 위에 양껏 내려앉았다. 눈치 빠른 카풀샘  "좀 놀다 갈까요? 담배나 한 대 피고..." 얼렁 차에서 내렸다. 우와 벚꽃들.. 다 진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많았구나... 차들이 지나가니  벚꽃잎들 날린다. '그렇지!!' 갑자기 가방을 뒤져 비닐 봉지를 하나 찾아냈다.  "뭐하실라구?" 카풀샘 말에 대답대신 열심히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을 줏어담았다. 자세히 보니 한 잎 한 잎 어찌나 예쁜지.. 연분홍빛이 아직 하나도 바래지 않았으니...  둘이서 같이 꽃이 잔뜩 줏었다. 왠 횡재냐!! ㅋㅋ 열심히 꽃잎 줍고 있을 때에 얼핏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비닐 봉지를 거의 다 채우고 차에 앉을 즈음, 지나쳤던 그 오토바이가 다시 돌아왔다. 초등학교 3,4학년 쯤되어보이는 사내아이 둘과 허름하게 차려입을 아버지.. 작은 아이가 콩콩 뛰며 벚꽃을 모아 허공에 던져 꽃눈을 맞는다. 그리곤 두 아이가 같이 콩콩 뛴다. 아버지는 어느덧 저만치서 카메라를 들고 섰고... 행여 방해가 될까 눈치 빠르고 세심하기까지 한 우리 카풀샘과 나는 시동도 걸지 않고 차에 앉아 넋나간 듯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두 아이가 포즈를 잡고 아버지도 자세를 잡고... "완전 그림이네요"  "이럴 때 디카가 있어야하는긴데.."

행복한 세 부자와 올 해 마지막 벚꽃잎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왔다.

그 아이들... 저 따뜻한 추억 하나만으로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그 모습을 얻어 본 나에게도 올 봄을 장식하는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고. 바람머리 하루 종일 구질구질 신경쓰여도 바람에게도 구름에게도 남은 잎을 마저 떨궈준 벚꽃에게도 또 우리 카풀샘에게도 고마운 마음 가득한, 온통 환한 4.19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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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4-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꽃잎 책갈피에 곱게 끼워 두셨나요. ㅎㅎ
해콩님 마음이 예쁘네요.

해콩 2006-04-2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잎은요, 우리반 아이들에게 뿌려주려고 줏어왔거든요. 마침 3교시가 우리반 수업이었지요. 쪽지시험을 본 뒤 아이들이 꽃잎은 뭐 할거냐고 묻길래 "할배, 샘이 꽃잎 날려줄테니까 환희에 찬 표정 짓는다! 알겠제" "어~~ 샘" "양껏 환희에 찬 표정! 후~~" 그리곤 할배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반 소연이의 환희스러운 표정 연출~~ "자, 이렇게 쓰는 거다. 가지고 싶은 사람?" 이렇게.. 몇 명에게 선물로 주었답니다. 그러고도 반이 남았어요. 남학생들은 별로 관심 없어하고 여학생반 수업이 세 시간인데 좀전에 수업한 반 아이들은 영 반응이 신통찮네요. 7교시 한 시간 남았는데 그 반 아이들이 좀 명랑쾌활하거든요. 기대하고 있답니다. ㅋㅋ 맨날 이렇게 저랑 놀아주느라 아이들이 힘들겠지요? ㅋㅋ

그리고.. 샘 댓글 보고 바로 책 사이에 몇 장 끼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