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 사실 7시 반쯤 도착했다. 어제 회식을 하고 EBS의 [지금도 마로니에는] 보고 1시에 잠들어서 아침 요가를 빼먹었다. 마음이 가는 데로 가리라 맘 먹었기에.

책상 위에 놓인 쪽지. 어제 8교시 보충 수업 담당 샘께서 올려 놓은 쪽지. 허락해준 녀석 말고도 10명이 보충을 빠졌다.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새벽 요가를 나가는데 맘 속 깊은 곳에서 조금씩 보글보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부글부글한다. 어째야할까?

사정있는 아이들은 야자도 거의 빼주고, 아프다는 아이들은 보충수업도 빼고 병원 보내며, 매일 야자를 하는 아이에 한해서지만 한 달에 한 번 야자 조퇴할 권리도 인정해준다. 그런데도... 이건...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걸까?

솔직히 어느 선에서 야단을 쳐야할지 모르겠다. 야단치다보면 제풀에 자꾸 성질이 올라 부글부글... 폭발하는 성격인데. 어쩌나..

"너희는 앞으로 보충이건 야자건 다 하지마라!" 해야하나? "너희에게 주었던 자율을 모두 회수한다"라고 해야하나? 또한 간수와 죄수처럼 옥죄고 감시하고 처벌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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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3-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듣기 방송시간, 우리 반만 방송 꺼달라하고 일단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없는 너희들에겐 진짜 미안하다'고 하며 잔소리 시작~ 다시 그 녀석들만 밖으로 불러내서 또 한 잔소리~ 그리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성문! "6교시 한문 수업 전까지 써오너라. 수업할 때는 너희들 얼굴 보며 하고 싶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신기하게 밉진 않네. 왜? "양심에 손을 얹고 한 번이라도 보충, 야자 짼 적 있는 녀석들은 나오너라" 했더니 어제 도망간 녀석들 말고도 몇몇이 같이 나올 만큼은 정직?하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보충과 가끔은 죽도록 싫은 날도 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야자. 대한 민국 고등학교 체제 내에서 그렇게 늘 시달리는 아이들이 맘 속 깊이 측은하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선생'노릇하는 나의 '원죄'때문이지.

이 아이들을 미워할 자격이 내겐 없는 것 같다.

BRINY 2006-03-2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죄인가요. 원죄...

해콩 2006-03-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수해야할 원죄!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합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을까요? 보충수업과 야자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