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자녀와 대화하는 법
자녀 생각 존중…열린마음 가져야
"내가 시키는대로 해" 명령·강요조는 반항심만 일으켜
 ◇사춘기 자녀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교복파티에 참가한 주부들이 교복을 입고 즐거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엄마: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해.

아이: 좋은 친구가 누군데요?

엄마: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성실한 친구를 말하는 거지.

아이: 내 친구들은 착하고 나름대로 공부 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엄마가 걱정 안 해도 돼요.

엄마: 철희하고 영희가 공부를 열심히 해? 날라리 같은 옷에 껄렁하게 하고 다니면서 언제 공부하겠어?

아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엄마가 내 친구들에 대해서 뭘 안다고.

엄마: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왜 몰라?

아이: 아이고, 엄마하고는 말이 안 통해.

10대 자녀가 부모에게 자주 하는 얘기 중 하나가 “말이 안 통해”다.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부모와 이야기하기를 꺼리거나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청개구리처럼 부모의 말과 반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10대 자녀와의 대화,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풀어가야 좋을까.

◆자녀와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한국심리상담연구소 이경숙 부모역할훈련 전문 강사는 자녀가 부모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부모의 사고는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 지향적이지만 10대 자녀는 현재 지향적이고 쾌락 지향적”이라며 “오늘을 즐기는 것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부모의 말을 잔소리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이 강사는 청소년기 특징으로 ▲친구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자신감을 잃기 쉬우며 ▲머리로는 윤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행동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해지면서 말수가 적어져 작은 일에도 참지 못하며 ▲자기 정체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점 등을 꼽는다.

성장속도가 빨라져 초등학교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커뮤니케이션 교육 전문업체인 SMG의 이정숙 대표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오는 것에 대한 충격이 커 자칫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쉽고, 이 때문에 부모와 아이의 대화가 단절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를 종속적인 관계의 대상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로 받아들이며 부모로부터의 이탈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간섭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대표는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생계를 의존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받으면서도 치사하게 느낀다”며 “이 때문에 짜증과 불편함을 느껴 부모가 말을 걸면 간단하게 대답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청소년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가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당면한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유수정 부모교육 강사는 “너를 사랑해서 너 잘되라고 하는데 왜 말을 안 듣는지 속이 터진다는 식의 마음가짐을 버려야 한다”며 “사랑한다고 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부모라는 권위로 자녀를 움직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 유 강사의 충고다. 평소 관심을 보이되 지나친 간섭은 금물이다.

청소년들은 ▲지시·명령 ▲협박 ▲충고 ▲설득·설교를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부모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기 쉽다. 더 곤란한 말은 정신적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말투다. “너는 왜 그 모양이냐” “게으르다” 등 비난하고 단정짓는 말, “네가 말을 해야 도와주지” 식의 계속되는 질문, “됐어, 알았어”식의 빈정대기, 다른 아이와의 비교 등은 자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유 강사는 “좋은 해결사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평소 신뢰를 쌓고 아이가 먼저 다가설 수 있는 상담자가 돼야 한다”고 귀띔한다. 자녀의 생각을 존중하고 수용할 줄 알며 공감을 표시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야 한다. 자녀의 잘못이 있어도 즉시 고쳐주려 하지 말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자녀의 욕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경숙 강사는 “서로 기분이 좋고 여유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해 평소 좋은 관계 맺기에 꾸준히 힘써야 한다”며 “청소년 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는 노력과 함께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이성친구가 생긴다면 걱정하기보다는 축하해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너무 지나친 관심은 해가 될 수도 있다. 이정숙 대표는 “부모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고 랩을 외우는 것 등은 좋지 않다”며 “부모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분야까지 침범하면 거부감이 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10대 문화를 너무 아는 척하기보다는 “그 분야는 네가 최고”라는 식으로 칭찬해 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말 없는 자녀에게 다가가는 법

▲자녀와 친해질 수 있도록 ‘좋은 관계 맺기’에 꾸준히 힘쓴다.

▲자녀의 말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경청하는 태도를 갖는다.

▲화가 났을 때는 그 이유를 말해준다.

▲평소 부모의 바람을 설명해 준다.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본다.

▲이성친구가 생기면 축하해 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학업 성적보다는 공부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결사가 아닌 상담자가 돼 준다.

◇자녀와 대화에서 피해야할 것들

▲자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기

▲자녀의 말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기

▲정확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말로 뭉뚱그려 말하기

▲이전의 잘못까지 모아서 비난하기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식’의 결론 내려놓고 말하기

▲형제나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기

▲잘못에 대해 캐묻기

▲충고나 강요로 대화 끝내기

▲똑같은 설교·훈계 반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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