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담, 아이들을 주눅들게 한다

반장선거, 환경미화, 모둠 편성… 눈코 뜰 새 없어도 일년을 함께 살아갈 아이들을 만나는 상담 시간을 빠뜨릴 수는 없다. 검은 눈을 똘망똘망 뜨는 놈부터 한 마디, 한 마디가 삐딱선을 타는 녀석까지 모두 보듬고 가야할 식구다. 상담 하나로 온 학급을 휘어잡는 교사까지는 못 되더라도 아이들 가슴에 못을 박는 상담은 피해 보자.


아이의 가정 환경, 무덤까지 가져가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해야 하는 학기초라 하더라도 아이들 상황 파악까지 속성으로 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에도 그런 교사가 있을까마는 “엄마랑만(혹은 아빠랑만) 함께 사는 사람 손들어∼” 이런 한 마디는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짬짬이 아이들을 불러내 1:1로 대화하자.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니?”, “엄마랑 아빠는 무얼 하시니?” 기본적인 것을 묻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상담은 문제아 치료 수단?

상담을 문제아 치료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아이대로 교사의 편견에 상처를 받고, 교사는 교사대로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돼 서로 힘들어진다. 아이와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니 버릇 내가 고쳐 주마∼

학기 시작 한달도 안 지났는데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교과서도 깜빡깜빡 잊는 아이. “이참에 니 버릇을 고쳐 주겠어”하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떻게 고칠까’란 관점으로 접근하다 보면 아이가 그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은 잊은 채 행동 자체만 어리석게 다그칠 수 있다. 아이는 내 생각대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아이가 왜 자꾸 지각을 하는지, 왜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는지 자분자분 묻다 보면 아이는 자신의 대꾸 속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우리 반을 위해, “너희들 숨죽이고 있어야겠어”

“우리 반을 이렇게 꾸려야지∼” 교사들은 새로운 각오로 학급 아이들을 만난다. 하지만 계획한 것을 모두 실현해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말만 유난히 많고 참여에는 관심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상담을 빌미로 ‘학급 분위기 깨지 말기’를 다그치고, 훈계조로 윽박지른다면 그 아이들은 점점 선생님과 멀어진다. 학급 운영의 성공이란 교사가 제 계획을 다 이루는 게 아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


만날 똑같은 얘기, 이젠 NO!

상담 유형은 몇 가지다. ‘일년 동안 잘해 보자’형, ‘니 인생은 니꺼, 니가 책임져’ 형 등이 그것인데 아이들은 이러한 상담 패턴에 이골이 난 것이 사실이다. 가정환경 조사서, 자기 소개서 등 아이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형식적인 상담이 아니라 아이만의 가장 깊은 고민과 만나야 할 것이다.


너 옛날에도 이랬잖아!

학기초 상담을 준비하다 보면 아이의 작년 담임에게 들은 이야기, 생활 기록부 내용 등 교사의 편견을 부추기는 자료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하지만 자료는 자료일 뿐, 아이와 만나는 시간에는 모든 것을 잠시 잊자. 자신도 모르게 “너 옛날에도 그랬다던데”, “만날 그러잖아∼”하고 버릇처럼 말을 꺼내는 순간, 아이의 눈은 실망에 가득 찰 것이다.


도움주신 분 : 김록성(광주 숭신공고),김형기(광주 운남중), 백선혜(부산 문현초), 손수향(경남 구산초), 이주영(경기 화홍초)


강성란 기자 yaromil@ktu.or.kr


상담에 도움을 주는 책

◎ 감수성 훈련-진정한 나를 찾아서
(유동수 글/ 학지사)
이 책은 내면세계 탐구를 통한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사는 능력의 획득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과의 관계맺기에 대해 실마리를 준다.

◎ 게슈탈트 심리치료(김종규 글/ 학지사)
게슈탈트란 삶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구별되는 지배적인 욕구와 그렇지 않은 욕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개념이다. 게슈탈트 이론을 바탕으로 심리치료를 소개한 책.

◎학급활동으로 이어가는 집단 상담(배경숙 글/우리교육)
중등 교육 활동 지도서. 집단상담 41가지의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해설했다. 특기적성교육과 재량활동으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들이다. 자아 발견과 자기이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수용, 인간관계 개선, 사고와 행동의 변화 및 진로설계의 방향을 제시한다.

◎ 집단상담기법(이윤주 外 글/ 학지사)
상담을 처음 시작하는 교사들에게 유용한 책.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맞는 자신만의 대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자 : 이주영 선생님(경기 화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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