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형 담임이 되지말자' 결심했는데 으~

10일 금요일, 수업이 두 시간 밖에 없기에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아이들 명렬을 예쁜 종이에 인쇄하고 코팅했다. 도우미에게 자르도록 부탁해두었는데 옆자리 샘이 수업시간에 그걸 자르고 있기에 '압수'해 왔다면서 단정하게 잘라진 명렬 42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별로 아이들을 야단칠 생각은 들지않고 '아, 다 됐네. 이쁜 눔들 ^^' 이런 생각만 났다. ㅋ~~

종례시간, 토요휴무제 안내 및 자기주도용 학습지를 나눠준 뒤, 칠판에 '이벤트 2 - 반 친구들 얼굴, 이름 외우기'라고 썼다. 준비한 '쌈박한' 명렬표를 나눠주며 월요일까지 외워오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다 알아가겠지만 간혹 1년이 다 가도록 서로 이름 한 번 안 불러보고 지나치는 아이들이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담임이라는 이유로 나만 열심히 아이들 얼굴, 이름을 외우는 것이 조금은 '억울' 해서 몇 해전부터 써먹는 수법이다. 이전에는 "반 친구들 이름 외우기 시험본다. 100점 받으면 상품있지" 이렇게 운을 떼었는데 이것마저 '시험'이라는 굴레를 씌우기가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엊그제 이어 내친김에 '이벤트'라는 이름을 또 써먹는다.

"이벤트? 이번에는 뭐 주는데요?", "나는 벌써 다 외우는데..", "샘~ 저는 노랑색 주세요.", "저는 분홍색이요~" 명렬표를 나눠줄 때 아이들이 내게 던진 말이다. ㅋㅋ 첫번째 이벤트의 상품-뻥튀기의 여파가 아직 사라지기 전인지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그나저나... 이름을 외웠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명렬에 빈칸 채우기? 이렇게 시험형식으로 보는 건 싫은데... 매번 먹는 것을 상으로 주는 것도 좀 그렇고.. 담임이 늘 뭔가 물질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도 그리 교육적인 것 같지는 않고.... 뭐 좋은 방법 없을까? 고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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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3-1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 1. 김춘수 '꽃'을 예쁜 종이에 코팅해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