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2월7일 스위스 여성이 참정권을 얻었다. 스위스의 역사는 13세기말까지 거슬러올라가지만, 이 나라 여성들은 남성과 동일한 정치적 권리를얻기 위해 무려 7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 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남성으로만 이뤄진 스위스 유권자들은 찬성62만여 표 대 반대 32만여 표로 자국 여성의 참정권을 승인했다.
스위스를 이루는 20개 주(州: 캉통) 가운데 여섯 개 주에서는 반대표가 다수였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여성 참정권을 가장 뒤늦게 인정한 나라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보통 선거 제도의 확립이 예외적으로 뒤늦었던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공화정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나라로서 별난 일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정치적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이 그리오래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에 들어서다.
민족자결주의라는 상표로 세계 도처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던 우드로 윌슨대통령은 자국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데 완고히 반대해 자신의 평판을크게 깎아먹었다. 영국 여성은 1928년에 들어서야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얻었다.
혁명과 공화주의의 나라 프랑스는 어떤가?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 연극인올랭프 드 구주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프랑스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얻게 된 것은 1944년에 와서다.
그러니까 한국 여성이 1948년에 남성과 동일한 참정권을 얻게 된 것은 외국인 자매들의 기나긴 투쟁의 열매를 거의 거저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