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조사서

박용주

 

 새 학기가 시작되어

가정환경 조사서의 편모슬하 결손가정 난에

동그라미 쳐지는 걸 보면서

언제나 슬픈 생각을 갖습니다

 

사회생활엔 다스림이 필요하고

잘 다스리기 위해선

개개인을 나누어

알기쉽게 표시한다지요

 

자가 전세 셋방으로 나누고

피아노 승용차로 나누고

아버지의 직업으로 나누어서

우리들의 이마에

화려한 배경과 좋은 환경과

문제가정의 스티커를 척척 붙여 주지만

 

우리가 만든 조건이 아닌데도

우리의 등급처럼 매겨져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우러 학교에 오나요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나는 까닭에

가정환경 조사서를 금과옥조로 여긴다며는

우리는 심은대로 싹날뿐인

콩 팥이 아닌 것을

 

콩으로 심어질지

팥으로 심어질지 모르기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가꾸기에 달렸다 믿고

날마다 찾아가는 배움터인데

가정환경 조사서를 가슴에 붙이고

교실에 앉는다면

우리는 무엇때문에 학교에 가나요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장백, 1990.2.

 

박용주

1973년 광주생

1988년 전남대 5월문학상 수상

1989년 풍양중학교 3학년 당시 시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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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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