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03. 03. 금

요즘.. 학년 초라 학교가 정신없이 팽팽 돌아간다. 특히 담임들은 열심히 직원회의를 듣지 않으면 놓치는 일이 쌓이기 십상.  1교시 수업을 마치고 ㅁㅈㅅ샘을 찾아가서 내 수업과 바꿔서 들어가자고 했다. 준비해둔 아이들 소개서-선생님에게만 보여주는 나-를 들고 교실에 들어서니 종이 울린지 꽤 지난 것 같은데 녀석들은 양껏 즐겁다. 교실문을 열고 그저 말없이 입구에 서 있었다.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자리에 주섬주섬 앉는다. 소개서 양식을 나눠주고 하나하나 설명하며 좀 진지하고 성실하게 작성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했다. 각 번호 1번들 일어나서 걷고...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어라? 점점... 요것들봐라... 하는 감정이 스치는 순간, 아! 올해는 그냥 기다리기로 했지? 입학식이 있어서 빨리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내보내야 했지만 그저 무표정하게 아이들을 응시했다. 춤추는 한무리의 아이들과도 눈 맞추고, 서서 재잘거리는 아이들, 돌아다니는 아이, 벽거울 보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았다. 다시 아이들이 조용히 서있는 내 쪽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다시 웃으면 걷어온 소개서를 받고 다 못한 사람은 다쓰면 내라고 하고.. "입학식 해야지? 나가자~ 번호순대로 줄 서는 것 알지?"

말없이 서있는 나를 보고 아이들은 떠드는 걸 멈추고 자리에 앉을 줄 안다. 기특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기분이 묘하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 내 표정은 어떠했을까? 감정이 일었으니 딱딱하고 무서운 표정이었겠지? 그럼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은걸까? '눈치'보는 아이라... 그럼,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냐? 매사에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셋째날 03.04 토

2교시 CA시간에 국어과 인사위원을 뽑고 교실로 올라갔다. 학부모 운영위원 선출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들고. 학교운영위원회와 그 속에서 학부모 위원이 해주어야할 역할의 중요성을 힘주어 설명하고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부모님께 꼭~~ 보여드려야하며 혹 관심있는 부모님은 샘한테 전화해달라고 전해줘~

3개씩 마련하도록 한 아이들의 사물함 열쇠를 걷었다. 장난삼아 정해준 나의 조수들이 너무나 일을 잘 도와주었다. 고마운 맘이 잔뜩 인다. 재작년 담임할 땐 그게 문제였다. 00여고 있을 때의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랬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챙겼다. 그러니 스스로 너무 고되고 지쳐서 나중엔 아이들이 미워졌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니 참 좋다. 올해는 아이들이 뭔가 원할 때까지 기다릴 거다. 물론 분위기는 만들어가면서..

4교시엔 2학년 담임샘들 회의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의논해야할 일이 많아서.. 예쁜 종이에 복사해둔 아이들 소개서 "얘들아, 나는 말이야~"를 작성해서 자기 사물함에 붙이도록 해놓고 교실을 나왔다.

담임회의... 시간이 없다고 그나마 형식적인 절차인 아이들 신청서도 받지 않고 당장 월요일부터 시작한다는 보충수업이 좀 걸렸지만 EBS 시청,  9일 모의고사 때 감독교사 배정을 어떻게 할건지.. 진지한 토론이 이어져서 흐믓했다. 재작년 담임할 때는 상상도 못할 민주적인 분위기다. ^^

교실에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소개서를 만든다고 분주하다. 월요일까지 해오라고 이야기하고 청소! 빨리해야 종례하고 집에 간다~

어제 오늘 일과후에 야자를 못한다는 아이들을 가볍게 상담했다. 학원, 과외의 이유가 대부분이었고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는 아이, 디스크 땜에 치료받아야한다는 아이를 모두 빼주니 15명이다. 솔직히 더 늘어나면 부담스럽다. 자기검열이 또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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