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명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최고의 배우들이 이루어낸 최상의 앙상블!
빔 벤더스와 샘 셰퍼드의 인연은 시나리오만이 다가 아니었다. <파리 텍사스>를 작업하며 빔 벤더스는 무릎까지 꿇으며 직접 트래비스 역할을 연기해줄 것을 샘 셰퍼드에게 제의했지만 단호히 거절당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운이 좋게도 당시 해리 딘 스탠튼이라는 그 이상의 배우를 찾아낼 수 있었기에 작은 에피소드로 끝이 났지만 빔 벤더스의 아쉬움은 내내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돈 컴 노킹>을 작업하며 샘 셰퍼드는 각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찌감치 주인공 하워드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오랜 바램이 실현된 것. 그 뿐만이 아니다. 이야기에 하워드의 옛 애인 도린의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제시카 랭을 떠올렸던 빔 벤더스는 그녀 역시 캐스팅하는 행운을 얻었다. 제시카 랭과 샘 셰퍼드, 1982년 이래 한 집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1984년작 <컨츄리> 이후 상대역으로 함께 연기한 적이 없는 그들에게도 <돈 컴 노킹>은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영화 속 두 배우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완벽한 호흡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두 아이들, 하워드의 아들과 딸인 얼과 스카이는 캐스팅 보드의 젊은 배우들 중에서 찾아냈다. 캐나다 출신의 사라 폴리는 이미 다양한 인디영화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배우이며, 신인 가브리엘 만은 영화 속에서 부르던 3곡의 노래를 직접 연주하는 타고난 재능을 보여주며 빔 벤더스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들 외에도 그 옛날 <워터프론트>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아름다운 금발의 여배우 에바 마리 세인트가 곱게 늙은 모습으로 하워드의 어머니로 등장하고,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설 탐정 서터 역에는 팀 로스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인상적인 연기로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 빔 벤더스 감독은 그리 크지 않은 역이었던 얼의 여자친구 앰버에 페어루자 볼크를 선택했다. 촬영 직전 마지막 수정본에서 그녀의 역할이 커졌고, 조금은 정상적이지 않은 앰버 역을 정말로 잘 해냈다.
이렇듯 7명의 최고 배우들이 모여, 영화 <돈 컴 노킹>의 최상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캐릭터에 집중했던 작가 샘 셰퍼드의 의도는 본인을 비롯한 이들 배우들의 호연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 속 그들의 몸짓, 목소리, 표정, 눈빛은 그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와 어우러지며 하나로 녹아든다.
<돈 컴 노킹>의 여정을 완성하는 장소들, 흔들리는 태양과 한 줄기 바람이 그곳에 있다!
타락한 서부극의 영웅이자 우리의 주인공 하워드 스펜스는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며 잃어버린 시간, 잊었던 꿈을 찾아 길을 떠난다. 몬태나 뷰트와 네바다 엘코 그리고 유타 모압까지 세 개의 주를 건너는 긴 여정 속에서 하워드는 점차 간절한 자신에게로, 뒤늦게 만나는 분신에게로 그리고 가슴 아픈 옛 사랑에게로 다가간다. 늙고 지친 그에게 그 여정은 초조하고 서글프다. 거칠고 황량한 대지, 인적 없이 퇴락해가는 과거의 영광만을 간직한 텅 빈 도시. 하워드가 발길을 옮기는 그곳들은 빔 벤더스가 사랑해 마지 않는 바로 그 미국의 또다른 모습이다.
몬태나주 뷰트, 주인공들 모두가 한데 모이는 그곳은 그 어떤 곳보다 빔 벤더스 자신에게 무척 특별한 장소이다. 1978년 처음 방문한 뒤로 항상 그의 머릿속에 남아 언젠가는 꼭 영화 속에 등장시키리라 마음 먹었던 것을 이제야 실현한 것이다. 한 세기 전 뷰트는 광산업으로 흥청거렸던,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보다 훨씬 큰 매우 부유한 도시였다. 하지만 이젠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거대한 건물들과 넓은 대로들 하지만 그곳은 텅 비어있고 황폐하며, 마치 유령 도시와도 같은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과거의 영광이 퇴락한 채로 남아있기에 더욱 그로테스크한 그곳의 풍경을 촬영감독 프란츠 러스티그는 선명한 색감으로 한 폭의 회화처럼 화면에 담아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정체된 공기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고독과 절망이 낮게 비추는 태양빛 아래 드리워져 있다.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빛바랜 도시의 그림자는 슬픔으로 얼룩져 있다. 태양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빛나고 공기는 충만하며 한 줄기 바람은 지친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워드는 뒤늦은 후회와 절망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희망의 끈을 동시에 발견한다.

랜드 오브 플랜티-풍요의 나라.. 참 좋은 영화였다. 악한 이미지의 역할까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마무리 짓게 하는 영화.
빔 벤더스가 '베를린 천사의 시'라든가 '파리 텍사스'의 감독이라는 걸 몰랐다. '참 좋은 영화더라' 친구의 이 한마디를 믿고 본 영화가 '랜드 오브 플랜티' 였고 대만족이었다.
'노크하지 마세요'.. 가족주의 영화라는 것을 알고 봤다. 개인적으로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질 않는데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보기로 결정했다. 흠... 가족주의 영화, 맞더라. 것두 많이 세련된! 그러나 최소한 허리우드 식의 '가족만이 안식처요, 희망이요, 최후의 귀착지다'.. 등등의 교훈을 강요하듯 늘어놓진 않는다.
디테일한 감독의 의도는 잘 모르겠고 내가 궁금한 건.. 이 영화에서 여자들의 위치이다. 예민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30년 만에 불쑥 찾아온 아들에게 자상하기만 한 어머니. 30년 동안 외면한 '그'의 아들을 키우며 아들과 하워드와의 만남을 걱정하는, 그리고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듯한 옛 연인. 존재조차 몰라주지만 아들과의 관계를 도와주고 원망하는 빛이라곤 하나 없는 착하기만 한 딸. 좀 멍청하지만 아들의 곁에서 늘 그를 믿어주는 아들의 애인. 이 여자들의 캐릭터. (엔팅 크렛딧에서도 여자들의 사진만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하워드의 말탄 사진이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그건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처리된 그림이고 아들의 사진은 나오지도 않는다) 감독 자신이 말하고자 한 건 '천사같은 여성들의 역할'일까? 하긴 그러고 보니 '랜드 오브 플랜티'에서도 조카딸아이는 날개만 없지 거의 천사였다. 것두 의식있는 천사!!
여성들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건 동의하지만 이런 식의 '천사표'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나로서는 부담스럽다. 흠~~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는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