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한강가에서

                                               - 서정주

 

江물이 풀리다니

江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江물은 또 풀리는가

 

기럭이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럭이같이

하늘의 어름짱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江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밈둘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번 고개 숙여보라 함인가

 

黃土 언덕

꽃喪輿

떼寡婦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번 바래보라 함인가

 

江물이 풀리다니

江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江물은 또 풀리는가

 

김윤식, [샹그리라를 찾아서] 2003, 141~142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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