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눈동자의 소녀에서 최고의 게이샤로…
모든 화려함과 바꿔서라도 꼭 이루고 싶었던 사랑
신비로운 푸른 회색빛 눈동자를 지닌 소녀 ‘치요’는 가난 때문에 언니와 함께 교토로 팔려가게 된다. 자신이 게이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녀를 시기하여 함정에 몰아넣는 ‘하츠모모’(공리)에게 겪은 갖은 수모 속에서 유일하게 친절을 가르쳐준 회장(와타나베 켄)을 마음에 담고 게이샤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마침내 그녀를 수제자로 선택한 마메하(양자경)에게 안무, 음악, 미술, 화법 등 다방면에 걸친 혹독한 교육을 받고 최고의 게이샤 ‘사유리’(장쯔이)로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아름다움과 비밀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세계,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가져도 사랑만은 선택할 수 없는 게이샤의 운명…

은근히 그녀를 사모하는 기업가 노부(야쿠쇼 코지)와 남작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구애도 거절한 채 회장을 향한 사랑을 지켜가던 사유리. 하지만 더욱 집요해진 하츠모모의 질투와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회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사유리는 게이샤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가질 순 있어도 사랑만큼은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난 민족주의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일생의 모험이자 배우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던 장쯔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중국배우이기 때문에 일본 기녀 역할을 사양한다는 애국심이란.. 글쎄? 그보다는 예술가적 욕심을 앞세운 선택을 좇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집으로 가는 길' 이후 장쯔이의 단단하고 다부진 아름다움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나 이 영화가 '집으로 가는 길', 혹은 '와호장룡' 아니 '영웅'에서 보여준 역할보다 뭐가 더 '모험'스러운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허리우드' 영화의 주연급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과 그 화려함에 매혹된 게 아니라면... 이건 100% 허리우드식 영화였다.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의 기녀, '성'을 그저 신비롭게 바라보고자했으며, 따라서 그 속의 여성들의 눈꼽만큼도 자의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생의 슬픔이나 비애조차 비껴간다. 오로지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 위한 암투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택되기 위한' 몸부림.. 그뿐이다. 젠장... 조금의 주체성만이라도 보였으면 그 화려한 화면빨 때문에 조금은 화가 덜 났을지도모르지..(사실 본전 생각은 안났다. 생각의 여지는 많았으므로)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바라보는 (일본으로 대변되는)동양, 일본 남성들이 바라보는 (게이샤로 대변되는) 여성..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그 노골적이고 편협된 시각 때문에 민족주의자도 아닌 내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마음이 불편했다. 이건 미국 남자들에 의한, 미국 남자들을 위한,  미국 남자들의 영화다.

도대체 시나리오상의 일관성도 없다. 게이샤는 몸을 파는 기녀가 아니라 예술가라고 핏대 세우면서 그 다음 장면에 바로 처녀성을 높은 가격에 경매붙여 팔아먹는 건 뭐냐. 열 살도 안 된 소녀가 빙수 하나 사주는 친절함에 아버지뻘은 됨직한 남자를 첫눈에 사랑할 수 있냔 말이다. 평생을 그 남자만을 바라볼만큼... 그 사장 역시 마찬가지라니...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말을 믿긴하지만 이건 개연성이 너무 없다. 서양 남자들이 동양여자에 대해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중국배우들은 참 작품을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평소에 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을 포함해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주연급 배우라고 해서 조연을 사양하거나 무명 감독의 작품을 거절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데... 장쯔이 뿐만 아니라, 공리, 양자경의 '작품 보는 눈'에 정말 실망했다. 중국에서 상영금지를 한 이유와 같은 관점에서 싸잡아 하는 비난이라는 혐의는 절대 거절이다. 이 영화는 화려함만 있을 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눈씻고 찾아볼래야 없다. 심지어 게이샤, 아니 동양여자를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인지조차도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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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2-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데 어린 '사유리'를 역할을 맡은 소녀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히피드림~ 2006-02-06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두 해콩님 생각에 동의해요.^^

해콩 2006-02-0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습니다~ punk님!! 공감해 주신다니 감사~ 근데 솔직히 하츠모모 역의 공리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냅니다. 그 서늘한 허무와 상실.. 거기서 느껴지는 카리스마.. 대단하더군요. 에로스에서 보여준 연기에 값하는... 멋진 연기자인 것 같아요. 동의하시죠? ^^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었고 부산에도 눈이 오다가 지금은 진눈깨비로 바뀌었네요... 님이 계신 그 곳에도 눈이 오고 있나요?

히피드림~ 2006-02-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너무 늦게 봤네요. 그동안 컴이 고장나서 알라딘에 통 못들어와 봤거든요,^^;; 정말 공리 너무 연기 잘 했죠? 장쯔이 주연이 아니라 두 사람의 공동주연같았어요. 장쯔이의 해사한 얼굴도 보기 좋았지만, 양자경과 공리의 '연륜'도 빛나던걸요.
눈은 이곳도 조금 오다가 말았어요. 다행이죠 뭐,,,^^
앞으로 자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