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 : 박경희 감독
엉뚱하고 씩씩한 몸빼 바지 소녀!
다운증후군 은혜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기죽지 않고 플룻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이다. 동네 아줌마와 40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한 우정을 나누는 그녀는, “어떤 애가 있는데요, 나쁜 애 아니거든요?...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라는 말로 ‘차이’에 대한 우리들의 열린 시선을 소망한다.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 류승완 감독
술만 취하면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신~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잘 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는 우식.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포장마차를 찾은 그는 한잔 한잔 술에 취하면서 고졸 출신 친구의 맘을 상하게 하고, 동성연애자인 친구도 벌레 보듯 쳐다본다. 마음 상한 친구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혼자 남은 우식은 마지막 남은 손님에게 다가가 “남자니까 아시지 않느냐?”며 술을 권하는데...

배낭을 멘 소년 : 정지우 감독
“북에서 왔슴다.”, “혹시 그럼... 간첩...”

열 아홉 현이와 진선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탈북자 청소년이다. 진선은 학교에서 동급생에게 시달리는 것이 싫어 말을 못하는 척 하고 현이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항상 배낭에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넣고 다닌다. 낯선 이곳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은 그들에게는 오토바이 질주만이 잠시 답답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인데...

고마운 사람 : 장진 감독
“무슨 공무원이 고용 보험도 없어요?”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힌 경신과 그를 심문하는 수사관 주중. 으레 그러하듯 수사관은 학생을 다그치지만 학생은 아무것도 진술하지 않는다. 명색과는 딴판으로 주말에도, 보너스나 고용보장도 없이 일해야 하는 열악한 업무환경의 수사관 주중은 되려 경신에게 위로까지 받고 다음 근무자와 교대하면서 경신에게 고문을 쉽게 받는 노하우까지 슬쩍 알려주는데...

종로, 겨울 : 김동원 감독
“사장님 나빠요~”

2003년 12월 어느 날, 밀린 월급을 받으러 갔다 오던 중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 혜화동 거리에서 동사한 중국 동포 김원섭 씨(그는 당시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재외동포법 개정과 강제 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 중이었다). 길을 잃은 그는 밤새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119와 112에까지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결국 구조의 손길은 닿지 않았고...



[여섯 개의 시선]을 수업시간에 잘 활용했다. 취업을 앞두고 외모 차별을 당하는 실업계 여고생 이야기나 이상한 영어나라, 한국에서 R발음을 위해 혀 절제 수술을 받는 어린아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나 여성의 외모에 관한 편견, 모진 나라에 와서 고생 진탕하고 행려병자 취급까지 받는 찬드라 이야기 등 적당한 분량으로 한꼭지씩 보여주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부분이 많았다.

[다섯 개의 시선]도 좋다.

열심히 훌륭한 연기를 해낸 만화가 장차현실씨의 딸 정은혜-다운증후군. 그 연기에 대한 도전 만으로도 충분히 아이들 마음에 다가갈 수 있겠다. 사실 알고보면 우리 모두가 장애를 앓고 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해'라는 말의 깊은 의미도 같이 한번 되새겨보자.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주위에 이렇게까지 끔찍한 남자는 없어서... 그러나 술취한 남자들이 보여줄 만한 최악의 행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다. 특히 남학생들에게는 한 반도 빼먹지 말고!  '노상방뇨는 남자들이 많이 한다'는 누구다 다 아는 사실조차 감정적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녀석들...아마도 거센 항의가 빗발치겠지. ㅋㅋ 그러나 심정적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거다. 나처럼 그런 성인 남자들의 모습을 한 번도 못 봐서 인정하지 않는다면 또 그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 그 모습이 최소한 '남자다운' 것으로 긍정적인 심상으로 남지는 않을테니까..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살짝 짚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학교에 탈북자 입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작년 학년초에 살짝 들었다. 2학년만 맡고 있기에 수업을 안들어가니 그에 대한 호기심과 걱정스러움을 뚤뚤 뭉친 묘한 '관심'이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되살아났다. 그렇지! 탈북자들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들어있었던 거다. 진선은 말을 하지 못한다. 말을 하지 않는다. 북한 사투리 때문에 주위로부터 피곤한 관심을 받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웠을 것이다. 현이는 늘 배낭을 챙겨둔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까지 꼭꼭 싸둔 채로. 비극적인 현이의 죽음... 탈북자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지...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 이미 내 생활에 실체로 다가온 그들..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일이다. 나아가 통일 후, 우리는 서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해서도.

장진 감독의 다른 영화도 꼭 보고 싶어졌다. 아주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너무나 인간적으로 코믹하게 다루었다. 드러나서는 안 될 존재이기에 아내까지 속여가며 지하에서 일(?)할 수 밖에 없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사람을 괴롭혀야하는, 3D업종 만큼이나 힘든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으로 남을수 밖에 없는 심문(아니면 고문?)전담 수사관! 그들 역시 인간이며 고통받는 '우리'의 일부임을 깨닫게 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싸워줄거냐?'는 질문에 '네. 아저씨 같은 비정규직을 위해서도 싸울게요.' 라는 대답으로 '힘드시죠?'라고 웃으며 따뜻한 눈빛 나누는 것만으로 그는 단순한 관념을 넘어 훌쩍 자라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이 단편이 으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짧은 글로 이주 노동자에 관한 수업을 계속 해오고는 있었다. 이 영화는 더 구체적게 접근하여 '조선족'에게 조차 우리 사회가 폐쇄성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선족'에게 조차'라는 말은 아주 조심스럽게 건네어야 하지 싶다. 자칫 그야말로 폐쇄적인 민족주의로 흐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서 인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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