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신동엽


그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의 파랑새처럼 여린 목숨이 이쓰지 않고 살아가도록

길을 도와 주는 머슴이 되자.

그는 살아가고 싶어서 심장이 팔뜨닥거리고 눈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그림자도 아니며 없어질 실재도 아닌 것이다.

그는 저기 태양을 우러러 따라가는 해바라기와 같이

독립된 하나의 어여쁘고 싶은 목숨인 것이다.

어여쁘고 싶은 그의 목숨에 끄나풀이 되어선 못쓴다.

당길 힘이 없으면 끊어 버리자.

그리하여 싶으도록 걸어가는 그의 검은 눈동자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는 다만 나와 인연이 있었던

어여쁘고 깨끗이 살아가고 싶어하는 정한 몸알일 따름.

그리하여 만에 혹 머언 훗날 나의 영역이 커져

그의 사는 세상까지 미치면 그땐

순리로 합칠 날 있을지도 모을 일일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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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7-0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시집에 나오는 시일까...

글샘 2005-07-0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9년 간행된 신동엽의 시집 《꽃같이 그대 쓰러지는》에 수록되어 있는 유작(遺作)이라네요. ^^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해콩 2005-07-10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89년 ... 검색해봤더니 역시나 없네요.. 아예 '품절'이라는 말도 안떠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