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글샘 > 희미한 착각 속의 화려한 오해였어...

요즘은 교사임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

실업계로 옮긴 지 이제 넉 달. 한 학기가 마무리 되는 요즘은 하루 빨리 방학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특수반 아이들을 괴롭히는 잔인함이나,

몇만원짜리 가방이나 신발을 훔쳐가는 비열함,

툭하면 지각하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강심장,

시험 시간에 거두었다가 나눠준 같은반 급우의 휴대폰에 달린 교통카드를 끊어먹는 저질 범죄.

자기는 이제껏 학생부에서 부르면 한 번도 안 가놓고 선생의 사소한 잘못으로 빡빡 대드는 싸가지 없음의 극치...

애들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자라는 새싹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싹수부터 노래서 앞으로 시들어가는 꼴을 바라볼수밖에 없는 미래가 불평스럽기만하다.

실업계에도 나름대로 독창적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던 낭만적인 착각은 이제 방학만을 기다리는 현실적인 아집으로 바뀌었고, 일반계보다 순수하지 않을까... 하던 멍청한 생각은 일거에 나를 잠깨게 한다.

아, 그것은 희미한 착각속의 화려한 오해에 불과했다.

아침에 다독거려서 학교 생활 잘 할것 같은 녀석이 점심먹고 나면 집에 가버리고 없는 교실.

복도에 발보로 껍질이 뒹구는 학교... 아, 이게 무슨 학교란 말인가.

학생 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진동을 해도 단속하기가 겁이 난다. 한두 명이래야 잡아오지. 잡아오면 뭐하나. 대가리 빳빳하게 쳐들고 반성문 하나 휘리릭 휘갈기고 또 가서 한대 필 것을...

이미 출석부이기를 포기하고 결석부가 되어버린 출석부를 매일 아침 볼 때마다 뒷머리가 띵~ 한다.

스스로 꿈을 갖지 않는 아이들과 앞으로 몇 년을 더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월요일 아침에는 좀더 일찍가서 지각생이 줄도록... 도망가는 일이 없도록... 선생에게 대드는 일이 없도록... 애들과도 다투고... 학부모와도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학부모를 부르고 늘 후회하지만... 왜 학부모보다 학생이 그나마 나은가 말이다. 화가 난다.

월요일 전투는 월요일에 치르고, 주말에는 마음을 하얗게 비우고 싶다. 오후엔 산에라도 올라서 넓은 바다 보며 마음을 하얗고 파랗게 텅~~~ 비워보자.

논밭의 곡식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 속설을 진리라고 곱씹으면서 말이다. 곡식이 안 자라면 한 걸음 더 가야 한다는 채찍질도 해 보고... 가뭄이 들었거든 물 한 바가지라도 더 끼얹어 주며...

아무리 여름이 더워도 방학은 올 것이니까... (아, 정말 방학 없으면 사표낼 것 같은 여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