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토 모임에서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추천했던 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손석춘이라는 작가가 그렇게 녹녹한 사람은 아니지만, 감상적인 책 제목은 심정적으로 그저 사회문제를 도외시 하지 않은 가정소설 정도이겠거니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함께한 시간 내내 나를 괴롭혔다.

내가 볼 때, 주인공은 그저 순수한 휴머니스트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사회에 자신을 완벽하게 뿌리 내릴 수 없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한, 그런 무균질 사회가 아니라면 그는 어떤 이념이나 제도 아래의 사회에서도 완벽하게 적응하며 살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늘 이상을 쫓아 꿈을 꾸며 자신을 세상에 맞추어 가지 못하고, 세상을 늘 자신의 꿈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리랑]에서 김산이 말했듯 '자살' 역시 인간이 가진 당연하고 아름다운 권리 중의 하나라고 볼 때(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살은 세가지 정도가 있다. 전태일, 스콧니어링, 그리고 야누쉬 코르착. 이들은 모두 실제 인물이지만 [아름다운 집]을 짓고자 했던 이진선도 여기 포함시킬 수 있겠다. 자신이 가진 최소한의 (혹은 최대한의) 이상을 위해 마지막 하나까지 내놓는 양심, 이건 사람을 늘 중심에 두는 휴머니스트가 아니라면, 계산할 줄 모르고 타협할 줄 모르는 순수한 영혼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높은 역사학도나, 대한민국 1%도 안되는 사회주의자라면 모를까 솔직히 일기 형식의 이 소설은 지리하다. 그러나 그 지리함을 상쇄해 줄 감동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끈기 있게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이진선의 두번째 유고 [아직 오지 않은 동지에게]를 행여 미리 읽어버리거나 빼먹고 읽지 않거나 한다면 감동적이라는 나의 말에 항의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2005. 5. 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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