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이 자유의 본향이라고? 천만의 말씀! 그들의 '자유'는 다수의 빈민을 제외한 국내 유산층의 권리들의 다른 이름일 뿐이고,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이 '자유'는 식민지의 노예화와 그 자원의 고갈, 그 주민의 끝이 안보이는 불행을 의미할 뿐이다. 허울 좋은 '자유'의 미명 아래서 금권정치와 군국주의, 제국주의라는 서구의 세마리 괴물은 나머지 세계를 사냥터나 폐허로 만드는 것이다. '자유'를 들먹이는 패권국가 영국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의 약탈을 약소국들에 강요하면서 그들의 자생 산업을 파괴하지만, 자국과 식믹지들의 무역에 대해 보호관세의 벽을 세워 남의 경쟁을 철저히 막는다. 침략과 식민화가 우주의 법칙이라고? 이것은 생물계의 법칙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간계에 무리하게 적용한 약탈자들의 궤변일 뿐이며, 제국주의의 실질적 동기는 초과이윤을 추구하는 유럽 대자본들의 야만적인 탐욕과 군국주의적 엘리트들의 팽창욕이다. 민주적인 유럽이 진보하고 있다고? 금권정치와 제국주의는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으며 민권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변영만이 19세에 역술한 <20세기의 대참극, 제국주의>, <세계의 3괴물>. 1908.
* 변영만 본인의 저작도 아닌, 확인되지 않은 구미의 어느 반제국주의 활동가 저서의 번안이지만 10대 후반의 한 청년은 당대 지식계에 엄청난 화두를 던진 것.
- 한겨레 21. 551호. 82~83쪽. 박노자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