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봄 햇살엔 마약성분이 들어있다고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마약만큼이나 황홀한 햇살이 내려쬐고 있다. 조용히 가라앉은 엉덩이를 교무실 의자에 붙이고 앉아있는게 고역스러울 만큼.. 이 나이에도 이런데 저 녀석들은 어떨까?

그런데..

2교시 수업 10반.. 마약성분 때문에 약간 들떠서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반응이 없다. "얘들아 안녕?" 뚱하니 쳐다만 본다. --; 한창 환하고 밝고 명랑하게 재잘거리고 깔깔거리고.. 그럴 나이인데 아이들의 표정은 나보다 더 굳어있다. 앞에서 아무리 재롱(?)을 떨어보아도 웃어주지도 않고 진지하게 반응을 유도해보아도 여전히 설득 당하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다음 시간에 대답 잘 하면 사탕줄께~ 해도 시큰둥.. 아~ 차라리 떠드는 반이 낫지 이렇게 몸과 마음이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아이들이 제일 힘든데.. 아이들을 반짝 깨어있게 하고 환하게 웃게할 만한 묘안이 없을까?

이제 눈깜박할 사이에 지천으로 꽃이 피고 꽃잎이 날리고 바람이 불고..그렇게 또 마약같은 이 봄날도 하루하루 가겠지? 올해도 최선을 다해 봄을 맞이하고 또 보내야겠다.

이 온화함이 너무 좋다. 해바라기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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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3-1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으로 수업하면 반짝 깨어날까? ㅋㅋ
ㅎㅇ샘이 보내준 음담패설 한시와 시화
<첫날밤>
민간에 구전되던 한시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옛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에로틱한 언어 유희의 하나로 웃으면서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靑袍帶下 紫腎怒 (푸른 도포 아래 자색 신이 노했다오)
紅裳袴中 白蛤笑 (붉은 치마 속에 흰 조개가 웃고 있다오)

양반이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총각이 부잣집에 장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처가는 부자였지만 신분은 상민이었습니다. 신랑은 자신이 양반이라는 것을 신부에게 좀 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첫날밤에 신부의 기를 꺾으려고 ‘靑袍帶下 紫腎怒’라고 운을 던지면서 글 깨나 아는 척을 했겠지요. 그러자 신부는 평소에 열심히 공부한 실력으로 단숨에 ‘紅裳袴中 白蛤笑’라고 맞받아 치면서 적절하게 대응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나중에 어찌 되었을까요? 첫날밤처럼 우스갯말을 주고받으면서 평생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다 갔겠지요? 아마 겨울밤도 길지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