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면 육체를 떠난  영혼은 림보역으로 가서 일주일 동안 머물게 된다.  게다가 각자 배치된 면접실로 가서 역시 죽은 영혼인, 그러나 아직도 림보역을 떠나지 못한 영혼인 면접관들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꼭 하나씩 결정해야한다. 각자의 '삶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을 영화로 재연하기 위해. 그러면 그 영혼들은 아름다운 그 기억만을 가진 채 영원한 시간 속으로 영원히 여행을 떠나게 된단다.  아주 독특한 상상력이다. 흔들리는 듯한, 점묘법으로 묘사되는 듯한 화면도 따뜻하고 몽환적이다.

뭔가 미련과 회한이 남아 아직도 떠나지 못한 영혼들... 그래서 떠나기록 결심하게 될 그 순간까지는 다른 영혼들의 '행복 찾기' 를도와주어야하는 림보역의 면접관 모치즈키가 있고 또 시오리도 있다. 모치즈키는 2차세계대전 당시 전사했다. 당시 그에게는 교쿄?라는 사랑스러운 약혼녀가 있었는데 자신이 그런 것처럼 그녀 역시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행복했을까 하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행복한 순간'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 교쿄의 남편을 면접하게 되었고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순간'을 찾으려 하는 그를 도와주기 위해 전생애를 담은 비디오 테입을 함께 보다가 그가 교쿄의 남편임을 알게 된다.

교쿄의 남편은 결국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순간'보다는 아내가 죽기 몇달 전 처음으로 둘이 함께 영화를 보고 공원 벤치에 앉아 살아온 날에 대해, 그리고 살아갈 날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그 순간을 선택한다. "앞으로 시간도 많을테니 이렇게 자주 영화보러 오지뭐. 시간도 많은데..." 그리고 모치즈키에게 펹를 남기고 그는 떠났다. 모치즈키가 교쿄의 약혼자임을 알고 있었노라고, 그래서 처음엔 질투도 했지만 둘이 부부로 보낸 그 시간들도 아주 의미있는 것이었노라고, 아내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교쿄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확신이 없던 모치즈키에게 그의 편지는 하나의 절망이었다. 그러나 시오리의 도움으로 교쿄가 선택한 '행복한 순간'을 확인한 순간 모치즈키 역시 림보역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교쿄가 순택한 순간 역시 공원의 벤치였다. 내일이면 전장으로 떠나야할 모치츠키와 나란히 앉은 그 젊은 시절의 공원벤치... 그녀의 시선은 모치즈키를 잠깐 잠깐 훔쳐보고 있었다. 부끄러운 수줍음으로...

길다면 길고. 길지 않다면 길지 않은 삶을 지나온 나, 내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내가 남에게 행복일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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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2005. 1. 29.) 세 명의 친한 샘들과 봤다. 사실 그 전주엔 경희샘과 둘이서 같은 감독의 '마보로시 幻의光'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원더풀 라이프'가 훨씬 좋았다.

유명한 감독이라는데 감독 이름이 생소하고 어렵다. (일본 사람의 이름은 늘 어색하고 기억도 잘 안되고.. 뭐 그렇다. 학교 때 국사시간에 배운 토요토미 히데요시라든가 토쿠가와 이에야스.. 정도나 익숙할까.. 유명한 연애인 이름도 잘 모른다.) '코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상을잔뜩 받았단다.

마보로시 ; 삶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풀 수도 대답도 되어지지 않는다. 죽음으로 몰고 가려고 어부를 유혹하는 환상의 빛,마보로시처럼. 석달된 아들, 자상한 남편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유미코는 어느 날 저녁 남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자살에 크게 상처받은 유미코.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세월은 그녀의 아픔을 무디게한다. 5년 후 유미코는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타미오와 다시 결혼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은 그녀는 나름대로 생활에 적응해가기 시작하지만 마음한 구석엔 지울 수 없는 전남편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의 결혼식을 맞아 고향에 간 유미코는 남편이 자주 가던 술집에 들렀다가 그가 자살한 날 밤 이야기를 득게 되고.. 은 쉽게 이해할 수도, 풀어낼 수도 없는 수수께끼의 연속

원더풀 라이프 : 한 순간에 영원히 머물게 해주는 림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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