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다, 진다 표현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너희들 순수한 열정에 뭔가 더러움이 덫칠되는 듯한 느낌.

결과에 상관없이 너희들의 과정이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그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지 너희에게 남아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너희들의 실망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실망하고 있니? 마음속으로는 많이 응원하고 있었는데 기호 2번도 너희들도 모두들 애타는 나의 아이들이라 겉으로 표현하면 안 될 것 같더구나.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 그럼 안되는 건데.. 대한민국 사회는 그 놈의 학연, 혈연, 지연 때문에 망한다고 평소에 욕해왔으면서도 저절로 그리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더구나.. 그렇지만  사실은 기대를 많이 하고 있기도 했단다. 현란한 포스터나 섹쉬한 리마리오 춤 등이 아니더라도 깊게 고민한 결과 나온 그 공약만으로도 충분히 표를 모을 수 있다고 내 나름대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지금은.. 미안한 마음.. 내가 좀 더 신경 쓸걸... 회장은 당연히 남학생이 되어야한다는 고루한 생각에는 한 방쯤 먹여줄 수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 과정은 결과보다 아름다운 것이구나. 너희들... 최선을 다 했다는 것, 아이들이 알고 샘들도 알고... 무엇보다 너희 자신이 잘 알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겠지? 너무나 귀한 감정이지. 스스로에게 당당한 것.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 자신이 되는 것!

듣기에 상대편이 뭔가 찜찜한 짓을 했다는 말이 돌더구나. 흠~  거참...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문제 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솔직히 학교 일정이 다시 선거를 치를 형편-너무 시간이 없고 조사의 방법이나 객관성의 문제 등-은 못되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 (58표 차이라며? 8%쯤 되겠네. 일반적으로 대선이나 총선 등 대단위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기권표나 무효표를 다시 점검하고 선거 과정에 부정이 있었는지 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단다.) 우리, 어떻게 할까? 문제제기 한 번 해볼까?

학생회장, 부회장... 맡았다면 아주 잘 해냈을 너희들...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고 기호 2번 아이들 진영이 얼마나 잘 하나.. 일에 손 떼고 시린 눈빛으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너희들이 내건 공약들이 정말 정당하게 보장받아야 할 학생들의 권리라면 회장이나 부회장만이 그걸 요구하고 찾아주고 하는 사람은 아닐거야. 학생들 다 같이 해야지. 누군가 대신 찾아준 권리는 소중함을 모르기에 쉽게 빼앗길 수도 있단다. 물론 쉽지 않지. 그러나 혼자 걷는 백걸음보다는 백 사람이이 함께 내딛는 한 걸음이 더욱 소중하겠지? 마음이 정리된다면 힘을 보태주고 모아주자. 결국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너희들도 하나의 일원, 구성원으로 받아주는 학교, 행복한 학교가 아니겠니?

넓은 가슴, 깊은 생각... 늘 너희들을 믿어. 쏘세지 아무도 주지말고 많이 먹고 힘내!!  실은 밥을 한 번 먹여주고 싶은데... 방학하는 날 어때? 맨날 너희에게 퇴짜 맞는 것.. 이젠 이력이 나서 거절해도 괜찮지만...

2004. 12. 24. 금요일.. 구름낮게 내려 앉은 조금 쓸쓸한 이브날에 교무실에서 샘이

* 걱정 안 해도 되지? 훌훌 털고 일어설거지?  벌써 괜찮아진 거 아니야? ^^ 너희들 지금 모습도 충분히 사랑스러워~ 뽀뽀를 보내. 

황소 이 녀석! 이리와~ "쪽쪽!", 그리고 시내 너도 이리와 봐 "쪼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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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2-2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황소의 답장.. ^^



2004년 12월 24일 금요일, 밤 11시 46분 37초


사랑하는 우리 담임쌤~ㅎ

우선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 결과가 나오니까 영실이가 울더라구요..ㅎ 쨔식 아직 저보단 한살 어리긴 어려요,,ㅎ

전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제가 얻지 못한 50표 보다 얻은게 훨씬 많은 것 같아서요~

고마워해야할 사람들도 많이 생겼구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전 참~ 사람복이 많은 것 같단 말이죠..ㅎ

아이들 모두가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진심으로 슬퍼해주고,,ㅎ 저 대신 울어주기도 하고,,^^

이번에 이걸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 참 많이 큰것 같아요~^^

스스로에게서 많은 가능성도 얻었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았어요~ 그리고 전 제가 이렇게 쿨한 여잔줄 몰랐어요,,ㅎ

진심으로 김정헌에게 축하와 악수를 건넸답니다~,,ㅎ 뿌듯뿌듯

항상 따뜻하게 절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선생님껜 이런 약속이 가장 좋은 약속 이겠죠? 훌륭하고 멋진 그리고 따뜻한 사람 되겠습니다~^^ 선생님을 만날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2004년중 오늘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었던 소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