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입시제도 아래에서 성적과 공부... 수능...

대한민국 인문계교사라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물론 나도!!

 

그러나

점수와 성적이 '공부'의 모든 것이 되고

그래서 자신에게 선택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강제로 거의 모두 보충수업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

이것이 분명 올바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사실은 명확하잖아.

 

물론 나도 모든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공교육에 몸을 담은 순간에 이미 그 제도의 틀안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하지만 최소한 나는 '나의 입장을 위해서나 나만의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보충수업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이 사소한 정도의 차이라 해도 말이야.

 

보충을 권한 나의 기준은 '아이들의 논리와 의지'였어. 상담하면서 그걸 본 거였고.

솔직히 어쩌면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안내였고 거기에 기반한 권유였지.

나와 상담한 14명의 아이들.. 그중에서 결국 하겠다고 한 것은 아난이와 지향이 두명이고 나머지 12명은 결국 빠졌어. 아난이와 지향이도 강제보충이 부당하다는 논리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였다면 결국 빼주었을 거야. 그렇지만 이유야 어떻든 (내겐 기분좋은 이유지만) 녀석들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는 약했으니까, 학교 보충처럼 자신을 강제할 무엇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선택했을거라 생각해.

 

다른 12명의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약속과 다짐을 받아두었지. 부모님과도 통화하면서 그 얘길할거고. 물론 실패할 수도 있어. 그렇지만 최소한 우리 반 아이들은 그 책임을 담임이나 보충수업을 했던 다른 교사에게 돌리지는 않을거야.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고 반성하겠지. 이것도 큰 공부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혼자서 계획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오기를 바래. 방학 계획표나 공부계획표 등을 받을 생각이고. 따로 점검이 조금 필요하겟지만.

 

상담은... 가능한한 아이들을 설득해서 보충 하겠다는 녀석들의 숫자를 늘여보겠다는 목적도 없진 않았지만 다른 샘들에 대한 전시효과를 노리기도 했어. 나도 이렇게 열심히 설득하지만 아이들이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뭐 이런거였지. 그 정도는 해야 다른 샘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아서. 그리고 스스로를 조절할 의지가 약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잡아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사실 했고.

 

내가 자기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시시콜콜한 것이 아니라 분명 올바르지 않은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것이야. 그리고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행동해야하는가에 관한 것이고. 그리고 솔직히 이제는 자기가 조금 더 과감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그 결과가 조금 좋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정이 올바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성경을 읽기위해 초를 훔치는 짓!! 차라리 성경을 읽지 않는 것이 더 예수가 원하는 행동이 아닐까?

보충수업을 한 결과로 그 아이들의 성적이 조금 좋게 나온다 하더라도 녀석들은 이미 강제에 길들여지게 되는 건 아닐까?.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을 불신하게될 것이고 나보다 힘쎈 다른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순응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 그렇다면 자기가 말하는 이 모순된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것도 더 힘이 들거고...(앗! 다소 비약이.. --;)

 

우리 반 아이들은 가끔 되도안한 소리로 나에게 대들지만 나는 태도의 문제를 제외하면 그것도 하나의 교육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전달하기!

스스로 고민하고 지 생각 이야기하기.. 지금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이것도 제대로 안되잖아.

결국, 우리 반 아이들은 자신보다 '힘'이 센 나로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지킨거야. 그것이 대견하기도 해.

 

공교육 내에는 이미 여러가지 모순이 존재해.

그런데 우리는 눈앞의 모순을 가리려고 더 큰 모순을 늘 저지르지. 모순을 모순으로, 부정을 부정으로 막아봐야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닐까? 차라리 솔직해 지는 것이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 모순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이것은 결국 늘 더 큰 모순을 낳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닐까?

결국, 교사가 수업의 질도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저렴하지도 않은 수업을, 억지로 강제하는 것, 우리는 언젠가는 이 모순과 죄를 인정해야할거야. 모순과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 이제 최소한 우리 교육의 모순과 잘못은 인정하자! 그 앞의 내 행동을 모조리 부정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잖아?

 

짧게 쓰려고 했는데 또 길어졌다.

어쨌든... 우리 앞으로 더 친하게 잘 지내보자.

우리 학교에서 자기만큼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고.. 문제 있으면 늘 고민하고 주고 받고.. 그런 관계이길...

 

2004. 12. 16. 밤에

@@에서 내가 건진 '사람'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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