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사설 한 번 치는 것도 괜찮단 생각을 한 편이었다. 학습권 수업권 따위 사실 생각 안 하고 그날 하루 공치는 것 정도, 그리고 아이들은 지 성적도 비교해 보고 싶어하니 대충 꿩먹고 알먹고.

근데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된 건지 절실히 깨달았다. 학교덕분에

교장이 불법이라서 안 친다는 것을 부장들, 담임들이 치자고 하여 11월에 쳤는데 그 대가로 꼭 교과협의회를 하라고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시험 결과가 나오자 성적 분석 자료를 내 주면서 교과협의회하라고 1,2년 국영수사과 샘들 모아놓고 장,감이랑 와 있는것이었다.

사립과 비교해서 공립여고로 꼴등이다(공립여고는 중앙만 쳤다), 전국 대비 평균도 낮다. 등등. 그리고 왜 우린 사립과 안되는가, 더 시켜야 한다.  수학이 떨어지니까 수학보충을 더 해야겠다, 보충 수업을 더 하자. 열심히 보충수업 늘려 잘 해보자.....

결국 성적이 낮은 데 대한 처방도 똑 같고 결론은 보충이다. 누구하나 수업을 열심히 하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심지어 수학 시수는 창의적 재량까지 8시간 한다는데 그중 재량은 자습하면서 보충을 늘린단다. 왜 그러냐니까 재량은 딴 학교도 자습하는 거란다.

결국 사설은 말도 안되는 자료(그건 정말 허구적 숫자다. 총점이 곧 실력은 아니다)를 신격화시켜서 (그야말로 물신화) 거기에 우리가 비굴하게 종속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근데 첫 마디로 감이 그랬다. '요즘 청에서 치는 시험도 등수가 안 나오니 이건 정말 소중한 자룝니다.' 무엇이 소중한지 전제가 그릇되어 있으니 모든 논의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내가 얼마나 그동안 안일했던가.. 결국 수치의 노예가 되는 것 말고 무엇이 있단 말인가.

내년에는 나도 꼭 학습권과 수업권을 생각해서 이런 사태를 막아보려고 발버둥쳐야겠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그래도 강샘처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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